섬과 섬 사이 애틋한 부부토끼 이야기
섬과 섬 사이 애틋한 부부토끼 이야기
  • 이웅재
  • 승인 2014.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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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속으로]별주부전 설화 고장 비토섬
비토갯벌1
비토 본섬(앞쪽)과 비극적인 별주부전 설화 배경인 월등도(뒷쪽 큰섬)과 거북섬(월등도 오른쪽 섬), 토끼섬(월등도와 거의 붙어 있는 섬), 목섬(토끼섬에서 10시 방향에 있는 섬)이 보인다.
 
 
먼 옛적 선조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설화인 ‘별주부전’.

별주부전 하면 대다수가 남해의 용왕인 광리왕(廣理王)이 병들어 죽게 되자 영약인 토끼의 간(肝)을 구하는 사명을 띤 별주부(자라)가 산중에서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용궁으로 데려온다. 용궁에서 그 내막을 알게 된 토끼는 기지로써 ‘간을 볕에 말리려고 꺼내 놓고 왔다’며 용왕을 속여 다시 뭍으로 도망친다. 토끼를 놓쳐 버린 별주부는 자살하려는 순간에 도인이 나타나 선약(仙藥)을 주었다. 그 선약을 용왕에게 바쳐 용왕의 병이 나았다는 내용으로 알고 있다. 즉, 별주부전은 해피엔딩 설화다.

그러나 사천에는 이러한 내용과 전혀 다른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 별주부전 설화 배경지가 있다. ‘토끼도 살고, 별주부(자라)도 살고, 용왕도 병을 고쳐 모두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 아닌 ‘토끼도 죽고, 별주부도 죽고, 용왕도 죽고, 심지어 토끼의 아내마저도 죽는’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오는 섬들이 있다.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비토섬’과 그에 딸린 섬들이다.

사천시 서포면사무소 소재지에서 1005번 지방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연륙교인 아치형의 비토교가 나타나고, 이를 건너면 비토섬이다. 토끼가 비상을 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비토(飛兎·본섬)라 하고, 비토섬의 중심으로 월등도(돌당섬), 토끼섬, 거북섬, 목섬, 별학섬, 솔섬 등의 유·무인도가 있다. 섬들 마다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 이 섬들이 간직하고 있는 슬픈 이야기가 별주부전으로 승화됐다고 한다.

비토교를 지나면 두 갈래 갈림길이 나타나고, 왼쪽으로 가면 하봉과 낙지포 방향이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낙지포와 수협공판장 쪽으로 가는 해안도로가 나온다. 비토섬의 끝자락인 하봉마을 건너편이 별주부전 배경인 월등도와 토끼섬, 거북섬, 목섬이 위치하고 있다. 별주부전의 전설이 서린 섬을 만나려면 썰물 때를 맞춰 가야 한다. 썰물 때만이 다른 섬들과 연결된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월등도로 가는 입구에는 거북이 등을 탄 토끼 캐릭터와 함께 별주부 전설이 자세히 쓰인 안내판이 있다.

물 빠진 갯벌을 따라 월등도에 들어가면 옆쪽으로는 거북섬이, 뒤편에는 토끼섬과 목섬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토끼섬은 토끼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오른쪽의 머리에서 잘록한 허리를 지나 몸통부분으로 이어진다. 바로 옆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는 거대한 거북섬이 보인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탓인지 외롭게 바다에 떠 있다.

 

비토섬
바다에 간 남편토끼를 기다리다 바다에 빠져 죽어 목섬이 됐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아내토끼 조형물.



슬픈 이야기는 이러하다. 옛날 옛적 아주 먼옛날에 토끼부부가 월등도에 살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서포면 비토리 천황봉(비토섬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 육지인 서포면 선전리 선창과 자혜리 돌끝을 생활터전으로 살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매일 바다 건너 신선이 살고 있는 선창(仙倉)마을로 건너가 신선의 창고라 불리는 골짜기에서 온갖 기화요초와 함께 칡넝쿨 우거진 숲속에서 아침이슬과 각종 새싹들로 배불리 식사를 끝내고 큰들안과 장대먼당(長竹峯)을 넘어 찔끔자혜(自惠)를 돌아 돌끝바닷가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해가 저물면 건너편 비토섬 월등도로 되돌아가곤 했다. 어느 봄날 저녁 돌끝 바닷가에서 남해바다 구경에 혼을 빼앗기고 있는 토끼부부에게 남해바다 용왕의 사자인 별주부가 찾아 와 남해바다의 용궁을 구경시켜주고 높은 벼슬도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속였다. 이에 속은 남편토끼는 임신한 아내 토끼를 남겨두고 별주부의 등에 타고 남해바다 용궁으로 가게 되었다. 용궁에 도착한 남편토끼는 용궁에 와서 보니 용왕은 병들어 있고 용왕의 병에는 백약이 무효하고 오직 토끼의 생간이 신효하다는 의원의 처방에 따라 자신을 잡아왔다며, 간을 내놓으라고 하자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 와중에 남편토끼는 한가지 꾀를 낸다. 남편토끼는 소생은 육지에 살고 있는 많은 짐승들과는 매우 달라서 달과 함께 달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짐승인지라 한달중 달이 커지고 있는 선보름 15일 동안은 소생의 간을 월등도 계수나무(소나무)에 걸어두고 후보름 15일은 소생의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데, 후보름 15일간은 간이 자라는 기간이며 선보름 15일은 통풍이 잘 되는 소나무 그늘에서 음건하여 약효를 강화시키는 기간에 해당한다고 말한다음 지금은 마침 선보름에 해당되는 음력 15일인지라 내가 살고 있는 비토섬 월등도 산중턱에 있는 바람 잘통하고 그늘진 계수나무(해송)에 걸어두고 왔다. 제 목숨하나 죽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수중국 만백성의 어버이신 용왕님의 병환에 약이 된다는 제 생간은 내가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월등도 계수나무에 있으니 이를 어쩌나? 저기 있는 별주부가 육지 동물들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있었다면 제(토끼)가 다른 짐승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일인데 아니 저 별주부가 용궁에 가자고 할때 용왕님의 병환을 나에게 진실되게 말해 주었으면 용궁에 올 때 간을 가지고 들어올 것을 오호통재라 하고 한탄하면서 억울해 했다.

이를 본 용왕은 아! 그래서 토끼의 생간이 그렇게도 신효한 약효가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고는 토끼에게 물었다. 토선생은 짐을 위해서 지금 육지에 가서 너의 간을 가져올 수 있느냐? 토끼는 즉시 대답하기를 여부가 있겠느냐며 저와 저 별주부를 제가 살던 비토섬 월등도로 보내주시면 최상급의 생간을 용왕님을 위해서 특별히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왕을 속였다.

이를 들은 용왕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토끼를 속인 잘못을 정중히 사죄하고 즉시 별주부에게 명하여 토선생을 다시 육지로 모시고 가서 월등도 계수나무에 있는 토선생의 생간을 가져오라고 엄명하였다. 이에 별주부는 토끼를 등에 태우고 다시 비토섬 월등도 부근에 당도하니 마침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달밤이었다.

월등도 앞바다에 당도하자마자 성급한 남편토끼는 힘차게 월등도로 뛰었지만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는 너무 먼거리에 있어 월등도 가까운 바닷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토끼가 빠져 죽은 그 자리는 토끼섬이 되었다.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용왕으로부터 책임추궁과 벌을 받을 것을 걱정하여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자살하게 되는데 별주부가 죽은 자리는 섬이 되었으니 바로 거북섬이다.

토끼섬과 거북섬이 전해주는 이야기 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목섬에서 전해지고 있다. 남편토끼를 용궁으로 떠나보낸 아내토끼는 매일 자혜리 돌끝에서 남해바다를 바라보면서 목이 빠지게 남편 오기를 기다리다 바위끝에서 떨어져 죽었다. 아내토끼가 죽은 자리가 섬이 되었으니 바로 돌끝앞에 있는 목섬이다. 지금도 아내토끼는 아기토끼를 안은 채 석상이 되어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별주부전의 전설이 스며있는 비토섬은 조선 중기인 약 360여년 전 풍수지리적으로 비토리 천왕봉 산하에 명지가 있다는 전설에 따라 박씨와 이씨, 손씨, 최씨가 육지에서 이주해 생활하게 되면서 유인도가 됐다고 한다. 지금은 300여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현재 비토섬에는 별주부전 이야기에 맞는 테마파크가 조성되고 있으며, 별학도에는 등대낚시공원 개발을 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등 새로운 관광 인프라가 구축중이다.

비토갯벌과 비토섬의 저녁놀은 사천시의 8경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비토섬 안쪽 갈대숲은 백로의 서식지이면서 세계적 보호조인 저어새의 이동경로로 밝혀지는 등 새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비토섬
별주부전 설화 배경인 월등도 입구에는 토끼가 거북이 등을 타고 있는 캐릭터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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