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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려도 결국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인 줄 안다.
울고 울면서 달려가도 만나지 못하는 사랑인 줄 안다.
무슨 잘못이 있었는가.
저 평행이란 천형
소실점에서 더 끝으로 사시사철 가고 가도 용서가 없다.
-김왕노<천형>
‘그리움’이란 자기 안의 어떤 막연함에 대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이미 떠나버린 것,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그래서 ‘만나지 못하는’ 것들이기에 그리움이 된다. 그러나 그런 줄 번연히 알면서도 ‘울고 울면서 달려가고’ 싶은 것이 사랑이고 그리움이다. 정신 없이 받아든 생의 어느 자리쯤에 그리움 하나 매달고 사는 일이 ‘천형’과도 같은 일일지라도, 생에 단 한 번밖에 오지 않을 그 선연한 상처 앞에서 한 번쯤 꺼이꺼이 목을 놓아 본다는 것. 돌아본 자리, 혹은 내다보는 자리 어디쯤 그렇게 어깨 들썩여 본 사랑이, 그리움이 있었던가?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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