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내각으로 위기를 극복하자
거국내각으로 위기를 극복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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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세월호 사태 속에서 치루어진 6·4 지방선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여야 정당의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국민적 지지는 균형을 이루었다. 오직 국민들의 여야에 대한 강한 채찍만이 보일 뿐이었다. 어느 한 곳 예외 없이 박빙의 승부였고 당선자 수에 있어서도 많고 적음이 없이 엇비슷했다. 늪에 빠진 박근혜 정부에게는 심기일전 정부를 잘 이끌어가라는 채찍이요 야당에게는 더 이상 비판에만 안주 하지 말고 좀 더 창조적 야당이기를 바라는 채찍으로 필자는 받아드려졌다.

이제 여야는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표심을 어떤 식으로 구현시켜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앞으로의 정국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늪에 빠져 있는 박근혜 호 정부가 현재의 늪에서 하루빨리 빠져나오는 것이 급선무다. 이제 막 당선된 기분으로 새롭게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공석으로 있는 국무총리 자리부터 채우는 길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은 “새로운 건전한 민주사회”를 건설해 나가야 하는 혁명적 과업이라 해도 좋을 과업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숙명적이다. 세월호 사태가 그로 하여금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 과업은 지각변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인적쇄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청와대와 내각과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인적쇄신과 기강확립을 통해 교육계와 노동계 심지어는 학계와 시민단체에까지도 자발적인 쇄신운동이 이루어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할 지난한 과업이다.

이 과업수행의 첫 번째 과제는 대통령이 어떤 참모를 옆에 두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말하자면 측근의 인사부터 불편부당의 유능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유능한 인물이 특정지역이나 직역(職域)이나 한 정당에만 몰려 있으라는 법은 없다. 시야를 넓혀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는 만고의 진리다. 인사에 실패하고는 어떤 일도 성공시킬 수가 없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 충신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만큼 인사의 절심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위기의 정부에서는 현명한 참모와 재상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생각이다.

한 예만 들어보자. 임진왜란 때 왜군에 밀려 압록강까지 피란을 간 선조는 가슴을 치며 통곡하면서 갈 길을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강을 건너 명나라로 가고 싶어 했다. 이때 서애 유성룡(西厓 柳成龍)은 선조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불가합니다. 임금께서 우리나라를 한발자국이라도 떠나신다면 그때부터 조선은 우리 땅이 아닙니다”. 조선의 운명은 이때 결정되었다고 송복 교수는 말한다.

바다의 영웅 이순신장군의 인물됨을 알고 그를 발탁한 사람도 서애요 사형 직전에 있는 이순신장군을 구해준 사람도 서애다. 전쟁에 없어서는 안될 군량미를 준비한 사람도 그였고 명나라와의 외교를 훌륭히 수행한 사람도 그였다. 명(明)이 선조의 양위를 강요하였을 때 명의 사신과의 담판으로 그 불가함을 외쳐 양위의 철회를 받아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서애 유성룡이라는 사람은 국가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정무를 본 사람임이 분명하다. 재정, 국방, 외교, 인사 어느 한 분야 소홀함이 없이 왕과 대신들과의 소통을 통해 처리해 나감으로써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였다. 대통령과 국민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이런 사람 한 사람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 여야와 국민 모두가 함께 추천해 볼일이다. 국가 개조는 일시에 되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차제에 정부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어떨까 싶다. 야당에게도 필요한 인사를 천거받아 내각을 구성하자는 얘기다. 흔히 말하듯이 위기가 바로 기회라는 각오로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안된다.

난마처럼 얽힌 부패와 비리의 연결고리를 끊고 갈갈이 찢어져 있는 사회안전망과 켜켜이 쌓여 있는 적폐를 속 시원하게 풀어나갈 힘겨운 과제를 거국적으로 헤쳐 나가자는 얘기다. 대통령은 성공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대통령의 실패는 곧 국민의 실패다. 대통령의 성공이 곧 국민의 성공임을 자각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면 어떨까?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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