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문화 경남의 자랑>산청 남사예담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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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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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흰 도포자락 날릴 것 같은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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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길


최씨고가
최씨고가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 남사마을의 별칭인 남사예담촌은 아름다운 토담과 돌담을 간직한 마을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담장 너머로 옛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배우자라는 취지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즉, 우리의 옛 모습들을 통해 잠시나마 갈수록 피폐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와 배려 등 선비의 마음을 가져 보게 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고 한다. 항간에서는 기와집이 많다고 남사 기와마을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지리산 천왕봉 줄기인 웅석봉에서 발원된 물줄기(남사천·사수)와 뒤쪽은 명산이 감싸 안고 있는 형국이다. 마을 뒷산은 공자가 태어난 중국 산둥성 취푸의 산에서 이름을 딴 니구산(尼丘山)이고, 마을 주위로는 사수(泗水·남사천)가 흐르고 있다. 이를 풍수지리적으로 해석해 보면 남사예담촌은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리고 있으며, 남사천이 마을을 휘돌며 안고 있는 천혜의 명당이다. 쌍룡이 서로 맞물려 원을 그린다는 쌍용교구의 명당자리라고 한다. 그래서 남사예담촌에서는 많은 인재가 나고, 배출됐다.

이같은 자연 환경 탓인지 남사예담촌은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한 선비들이 고고함을 지키며 대대로 살아온 유서 깊은 마을로 자리잡았다. 고려시대에는 마을 윤씨 가문에서 왕비가 나왔고, 고려 말 정당문학(국가행정을 총괄하던 관직)을 지낸 통정 강희백을 비롯하여 조선 세종 때 영의정에 오른 경재 하연도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남사예담촌을 들어서면 일반적인 전통마을과는 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고즈넉한 황토 돌담이 이어지며, 담 너머로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늑한 기와 고가들이 고목들과 함께 고풍스러움을 품어내고 있다. 바로 옆에는 현재의 농가들이 함께 어울려 있어 지금의 농가의 풍경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담쟁이넝쿨과 조화를 이룬 높은 돌담, 서원, 정자, 전통한옥의 고가, 그리고 앞 마당에 굳건히 서 있는 고목들, 마치 사극드라마 세트 속으로 들어온 착각에 빠져든다. 돌담은 복원된 형태이나, 고가들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18~20세기 초에 지어진 40여 채의 기와집들이 황토담 길을 따라 미로처럼 이어진다. 돌담 길이는 약 3200m에 이르며, 돌담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여유를 찾은 듯 느긋하다.

또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전통가옥 처마와 고목들이 만들어 내는 그늘은 우리의 몸을 시원하게 해줄 뿐 아니라 마음까지 청량하게 한다. 남사예담촌은 선조들의 건축양식 지혜와 정서와 삶, 무엇보다도 양반들의 유유자적·절개·고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남사예담촌에는 집집마다 오래된 매화나무 한두 그루씩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하씨, 정씨, 최씨, 이씨, 박씨 등 마을의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다섯 그루의 매화나무 ‘오매불망(五梅不忘)’은 기품이 높아 함부로 범접 못할 선비의 품성을 닮아 있다.

이처럼 마을 역사가 오래됐듯이 남사예담촌에는 문화재가 많다. 등록문화재 제281호(2006년 12월4일 지정)인 남사옛마을담장을 비롯해 도 문화재자료 제117호(1985년1월23일) 남사리 최씨고가, 문화재자료 제118호(1985년1월23일) 남사리 이씨 고가, 보물 제1294호(1999년6월19일·진주박물관 소장) 이제개국공신교서, 문화재자료 제196호(1993년1월8일) 면우곽종석유적, 문화재자료 제328호(2003년4월17일) 이사재, 문화재자료 제453호(2009년1월15일 지정) 남사리 사양정사, 문화재자료 제403호(2006년 7월 20일 지정) 사월리 장수황씨 묘비 및 문인석, 문화재자료 제51호(1983년8월6일 지정) 배산서원 등이 있다.

그 외에 마을의 상징수인 수령 약 300년 된 회화나무와 600년 된 감나무, 700년 된 매화나무 등의 고목들이 남사예담촌을 지리산 명가마을임을 입증하고 있다.




◇최씨고가(도 문화재자료 제117호)=남사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가장 큰 집으로 안채와 외양간채, 사랑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자형 평면을 갖추고 있으며 1930년대 지은 집이다. 남녀 사용공간을 나누어 공간의 독립성을 부여한 뛰어난 배치로 사대부가의 유교적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집이다.



이씨고가
이씨고가


◇이씨고가(도 문화재자료 제118호)=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으로 1700년대 건축이다. 남북으로 긴 대지에 안채와 사랑채, 외양간채와 곳간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시각적으로 막혀있는 특이한 배치를 보이고 있고, 일반 사대부 주택 안채에 있는 부엌 위치가 사당 방향과 반대인 점과 달리 이 집은 같은 방향으로 놓여 있는 점이 특이하다.

◇면우 곽종석 유적(문화재자료 제196호)=▲이동서당:면우 곽종석 선생을 추모하기 위하여 유림과 제자들이 1920년 설립한 서당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곽종석(1846∼1919) 선생은 유학자이며 독립의사로 많은 후진을 양성하였다. 1919년에는 파리평화회의에 보낼 파리장서를 작성하여 보내는 과정에서 일본 경찰에 발각되어 투옥되었다.

▲유림독립기념관:일제 강점기 파리장서 사건 등 유림들의 독립운동을 기리는 위해 2013년 10월 8일 건립된 기념관. 면우 곽종석 선생의 출생지 주변 2900여㎡ 터에 연면적 397㎡규모의 전통한옥양식으로 지어졌다. 유림독립기념관은 전시실과 영상실, 수장고 및 사무실 등을 갖췄다. 전시실에는 파리장서 사건 당시 유림 대표를 맡았던 면우 곽종석, 김복한 선생과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심산 김창숙 등 파리장서에 서명한 유림 137명의 독립운동 활동사항과 독립 이후 훈·포장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이사재
이사재


◇이사재(문화재자료 제328호)=대사헌·호조참판 등을 지낸 송월당(松月堂) 박호원의 재실이다. 상량문에 세정사팔월(歲丁巳八月)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1857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형적인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이다. 백의종군 길에 나선 충무공 이순신은 1597년 6월 1일 해질녘에 남사예담촌에 도착해 유숙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사양정사(문화재자료 제453호)=구한말의 유학자 정제용의 아들 정덕영과 장손 정정화가 남사로 이전한 선친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정사로 1920년대에 지어졌다. 사양정사란 남쪽의 학문을 연마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남사마을 뒤에 있는 개울을 사수라 부르고 정사가 개울의 남쪽에 있어 사양정사라 이름했다.

◇하씨고가=고려 말의 문신 원정공 하즙이 거주한 고가. 원정공이 심었다는 매화나무 ‘원정매’와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이 7세 때 심었다는 600여 년 된 감나무가 심어져 있다. 또 원정공이 살던 옛집이라는 의미로 대원군이 직접 쓴 ‘원정구려(元正舊廬)’ 당호가 걸려 있다.

◇기산국악전수관=산청에서 태어난 국악계 태두 기산 박헌봉(1907∼1977) 선생을 기린 국악전수관. 기산 선생은 일제시기부터 민족음악을 되찾는 민족 문화 운동에 주력했으며, 해방 이후에도 우리나라 최초로 국악예술학교와 국악관현악단을 각각 창립한 교육가인 동시에 국악운동가이다. 기념관에는 전시실을 비롯해 기산 선생 흉상 등이 있다.

◇기타=이 씨 문중 소유로 월포공이 과거에 급제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후학을 가르친 ‘초포정사(草浦精舍)’, 아버지를 해치려는 화적의 칼을 몸으로 막아낸 영모당 이윤현의 효심을 기리는 ‘사효재(思孝齋)’ 등이 있다.

원경복기자



국악전시관 전시실
국악전시관 전시실
이사재에서 바라본 남사예담촌 전경
이사재에서 바라본 남사예담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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