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끝났고, 개각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우려
“선거 끝났고, 개각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우려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고문)
6·4 지방선거가 격전 끝에 여당의 선전(善戰), 야당의 신승(辛勝)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서울과 강원, 충청 등 중원에서 참패한 대신 인천을 되찾고 경기를 수성, 수도권을 지켰다. 야당은 중원을 싹쓸이했지만 세월호의 진앙지인 경기와 인천을 내주었다. 확실한 승자가 없는, 여·야 누구도 민심을 얻는 데 실패한 선거였다. 결과는 겉보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여야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결과는 절묘한 균형, 황금 분할이라는 표현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정권 심판론을 주장한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정권 안정론을 호소한 새누리당 누구에게도 승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석기 사건 여파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이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마저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한 퇴조다.



뿌리깊은 “관피아 없어질까?”

새누리당으로서는 ‘선방한 선거’라고 자족하기에는 서울과 충청권의 참패, 부산 등 텃밭에서의 부진이 뼈아픈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둔 성적표는 세월호 참사로 조성된 유리한 선거환경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패배’라고 해야 옳다. 정치권이 선거 결과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앞으로 여야의 미래와도 직결된 것이다.

여야는 광역단체장에서 ‘8대 9’와 기초단체장에서 ‘117대 80’의 지방선거 결과를 야당의 승리라고 매길 수 없다. 새정치연합 스스로도 선뜻 그렇게 말할 수 없기에 ‘절반의 승리’, ‘지고도 이긴 선거’ 등의 복잡한 수사를 동원하는 것일 게다. 여야는 선거 결과를 패자(敗者)의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국가 재도약’이라는 목표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청와대는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 들고 일단 한숨 돌리는 모습이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내에선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면 조기(早期)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나 이번 선거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제를 던져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서울의 완패는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만기친람(萬機親覽)인 국정 운영 방식과 스타일을 되돌아볼 필요성을 안겨줬다는 지적이 많다.

선거를 비롯, 지방자체제의 탁치(託治)가 20년간 지속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사회적 관심이 없고,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선거 과정과 선거 이후 ‘지방자치’라는 말을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중앙당은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달라’, ‘대통령의 무능을 심판하자’고 나섰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유세도 중앙 정치의 대리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지역의 중요한 경제·교육·복지·환경 문제가 쟁점화되지 않았다. 교육감선거의 적폐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직선제가 우리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교육이 정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직선제 폐지와 광역의회 인준 전제의 교육선진국 형 광역단체장 임명제 등의 도입이 절실하다 는 주장도 나왔다.

여야는 변하고 개혁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그간처럼 정부 변호인 역할만 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 된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말고 총리·장관 인선에도 적극 민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당 쇄신에 어떤 제한이나 금기도 두지 말아야 하고 당·청 관계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선 7·30 국회의원 재·보선, 길게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더 큰 화를 피하는 길이다. 야당에는 대안능력 부재와 정책 발목잡기의 책임을 물었다. ‘세월호 심판론’을 내걸었으나 분노한 민심조차 대변하지 못했다. 국민은 야당에 정부를 비판·견제하되 다시 나라를 믿고 맡길 정치적·정책적 역량을 보여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다.



‘국가개조’, 선거용 아님 보여줘야

국민들은 이번에도 현명했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정치에 환멸을 느꼈을 법도 했지만 차분하고 냉정한 평가를 내려 주었다. 그러나 세종시의 공직자 반발 소식 등을 보면 “선거가 끝났고, 개각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뿌리깊은 “관피아가 없어질까?”에 우려소리가 높다. 비록 조기 레임덕은 피했지만 국민과 약속대로 ‘관피아 개혁과 국가개조’에 ‘박근혜의 눈물’이 선거용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수기 (논설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