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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낮의 권태를 손톱으로 깎다가
조각 하나 하늘에 붙여 놓고
사무실로 내려오다
-황영자 <샐러리맨의 깜짝쇼>
빠듯한 봉급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정해진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여기저기 집안 대소사에 사람노릇 하느라 봉투 몇 개 부치고 나면, 금세 축이 나는 월급쟁이들의 나날살이. 그래도 쪼개고 쪼갠 얼마쯤은 집 마련을 위해 기약없이 모아가야 하는 생이다. 일에 쫓기고 상사에 쫓기고 경쟁자에 쫓기다 보면, 어느 새 저무는 생의 끝자락. 물컹하니 베어 물리는 허허로움. 젊은 한때의 꿈 조각들이 오래된 퍼즐판마냥 듬성해져 버려 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난장과도 같은 일상. 그 일상 속에 배어든 풍경 한 쪽에 찾아든 꿈 조각 하나.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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