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부터
환경보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부터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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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45억 년에 이르는 지구의 나이를 한 달로 압축하면 인간이 존재한 시간은 약 40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우리와 공존하는 수많은 생명체와 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구석기 유적 중에는 동물의 뼈다귀와 무뎌진 돌 도구 등 생활에서 쓰고 남은 잔재가 있다. 이 잔재는 달리 표현하면 쓰레기다. 인류는 이때부터 쓰레기를 배출하기 시작하며 환경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셈이다. 다행히 구석기 시대의 자연은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 당시 인간이 훼손한 오염 물질의 양이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는 수용범위 내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하면서 그 양상은 달라진다. 대량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면서 자연이 받아드릴 수 없는 엄청난 오염물질이 배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은 자연의 훼손을 넘어 자신들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된다. 19세기 중엽 영국 런던에서는 오염된 템즈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다가 수 만 명의 시민이 콜레라로 죽었다. 1952년에는 과도한 화석 연료의 사용으로 ‘런던 스모그’가 발생하여 4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위해 산업화를 추구한 인류가 환경오염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댓가로 자원이 고갈되고 기후가 변하게 됐다. 이 영향으로 수많은 생물이 멸종됐다. 인류 자체마저 멸종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전 지구촌에 퍼졌다.

지난 5월 미국의 해군분석센터(CNA)는 글로벌 기후변화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각종 빈곤과 환경문제가 국가와 지역간 갈등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어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지난 201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가 파악하고 있는 전체 생물종 6만3837종 중 31%인 1만9817종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유엔이 조사한 ‘새천년 생태계 평가’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언급된다. 인류에 의해 생물종의 멸종속도가 자연 상태에 비해 약 100∼1000배라고 추정하고 있다. 다음 세기까지 포유류의 25%, 양서류의 32%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는 새로운 질병의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 많은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에이즈, 광우병, 신종인플루엔자와 같은 새로운 질병이 더욱 창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새로운 질병의 치료제는 의학과 화학이 발달해도 결국 자연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우리나라 붓순나무와 분류학적으로 속이 같은 중국의 ‘팔각’에서 추출한다. 백혈병 치료제는 열대우림식물 ‘로지 페리윙클’에서 찾고 있다. 버드나무와 주목나무에서 아스피린과 항암제의 원료를 추출한다. 이처럼 자연에서 찾은 치료약은 무수히 많다.

생물이 멸종된다는 것은 자원으로써의 이용가치를 떠나 자연생태계의 일원인 우리 인류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생물종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권한을 결코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이다. 도가에서는 무위자연이라 하여 개인의 지나친 욕망과 감정을 버리고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함부로 나무 잎을 떼어내거나 어떤 꽃도 꺾지 않으며 작은 곤충조차 소중히 했다.

이제는 균형 잡힌 생명존중의 가치관이 필요한 시대다. 지나친 욕심과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나아가 환경보전을 위한 작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 환경위기 극복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면서 ‘환경의 달’이다. 가족과 함께 과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기억하고,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하자. 온 국민이 살아 숨 쉬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기를 희망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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