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 ‘물 갈등’ 해법 없나 <2>핵심 쟁점
경남-부산 ‘물 갈등’ 해법 없나 <2>핵심 쟁점
  • 이홍구
  • 승인 2014.06.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강물 여유수량 놓고 부산-경남 시각차 커
 

2011년 국토부 타당성조사서 “65만t 남아”
경남도 “산정방식 오류…여유분 잘못 계산”
환경단체 “낙동강 수질개선 포기했나” 지적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사업은 남강댐 65만t, 강변여과수 68만t 등 133만t을 동부 경남과 부산에 공급하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11월 22일 당시 국토해양부는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남강댐 수위를 현재 41m에서 45m로 높이고, 강변여과수 개발을 통한 광역상수도 건설(142만㎥/일)계획을 공개했다. 남강댐 운영수위를 높여 남는 물을 이용하는 대신 홍수 때 물을 빼내는 방수로를 확대하는 등 1조5000억원 규모의 ‘남강댐 정비사업’을 시행하고, 1조3000억원을 들여 광역상수도를 부산시까지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정부는 2009년 기획재정부와 KDI를 통해 ‘남강댐 수위상승 및 강변여과수 개발’을 통한 수원확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쳤다.

그러나 서부경남을 중심으로 한 경남도민들은 이같은 계획에 강하게 반발했다. ‘남강댐 수위상승 저지 및 낙동강 지키기 경남대책위’와 ‘남강댐 수위상승 결사반대 서부경남대책위’는 도민궐기대회를 열어 ▲‘남강댐 수위상승 및 남강물 부산공급계획’의 전면 백지화 ▲‘사천만 비상방수로 신설계획’의 전면 백지화 ▲‘지리산댐 건설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남강댐 수위상승 및 남강물 부산공급계획’은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전역에 대규모 홍수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갈수기 물 부족 사태와 심각한 기후변화를 야기하여 서부경남도민들의 생존권을 철저히 짓밟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태호 도지사는 정부계획에 적극 대처하지 못한 점을 들어 스스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는 한편 담당 공무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며 경남도 환경녹지국장과 환경지원과장을 직위해제하기도 했다.

결국 국토부는 방향을 급선회하여 지난 2010년 1월 13일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 없이 부산지역에 남강댐 물을 공급하고 문정댐 건설로 수자원을 확보하는 내용의 ‘경남·부산권 물 문제 해소사업 추진방안’공문을 경남도에 전달했다.

이후 국토부는 지난 2011년 5월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한 ‘부산 경남권 광역상수도사업 타당성 조사(이하 타당성 조사)’결과를 공개한다. 이 타당성 조사 결과는 현재 마련된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사업의 논리적· 기술적 근거가 된다.

◇타당성 조사 신뢰도 쟁점

수자원공사의 타당성 조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두가지다. 남강댐의 여유수량 여부와 낙동강 수질 개선 포기 의혹이다. 남강댐 물이 여유가 있다는 국토부·수자원공사와 이를 근거로 남는 물을 달라는 부산시. 줄려고 해도 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경남도의 주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또한 낙동강 하류지역인 부산의 실질적인 취수원 변경은 낙동강 수질 포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혹 제기와 당장 마실 물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서고 있다.

남강댐 여유수량 여부 논란은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타당성 조사 결과의 신뢰도 문제와 직결된다.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와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남강댐 물 공급사업이 ‘사업 타당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남강댐 수위를 45m(운영 수위 41m)로 올리고, 남강댐 상류에 추가로 댐을 건설하여 하루 133만t(남강댐 107만t, 강변여과수 26만t)을 개발해 부산 95만t, 경남 38만t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댐 수위상승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이 타당성 조사 결과를 슬그머니 접어 버렸다. 조사결과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남강댐 부산물공급 사업의 비용편익(B/C) 분석 결과가 0.954로 나타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일반적으로 B/C가 1보다 작으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 반면 사업의 종합적 타당성 여부를 가늠하는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 계층분석법)는 0.527이라고 밝혀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AHP가 0.5보다 크거나 같으면 ‘타당성 있음’을 뜻한다. 남강댐 부산물공급 사업을 두고 ‘경제성은 없지만 사업 타당성은 있다’는 애매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2011년 국토부가 수자원공사에 의뢰하여 나온 타당성 조사 결과의 경우 더욱 심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용역결과에 따르면 남강댐의 물 여유량은 하루 65만t에 이른다. 1976년부터 2008년까지 33년 간에 걸친 수문 자료에 일(日) 단위 이수안전도를 적용,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 냈다. 보고서는 낙동강을 취수원으로 하고 있는 동부경남 및 부산시의 2020년 기준 용수 수요량을 171만8000t(일평균)으로 예상하고, 자체공급 가능한 수량을 제외한 필요량은 132만9600t으로 산정했다. 68만t의 강변여과수를 개발하고, 남강댐 여유량 65만t을 더하면 동부경남 및 부산시의 용수부족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남강댐 여유량과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광역상수도로 부산시와 동부경남지역에 공급할 경우 비용편익 비율(B/C)은 1.069로 나왔다. B/C가 1이 넘어 경제성이 있다는 것으로 판정 받은 것이다. 국토부는 남강댐 수위상승을 통해 확보할려고 했던 42만t에 대해서는 강변여과수로 대체해 공급하는 방안(1안)과 상류댐을 통해 확보해 공급하는 방안(2안)에 대한 안건별 타당성 평가를 실시, 1안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부산시가 남강댐 물을 달라고 하는 근거도 이 타당성 조사에 근거하고 있다. 부산시는 “용역결과 남강댐 여유량에 낙동강변 여과수를 보태면 동부경남의 창원, 양산, 함안과 부산시가 함께 맑은 물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강댐 용수 공급량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여유량이 있어, 동부경남권에 먼저 공급하고 그 뒤 부산에 순차적으로 보낼 수 있다. 물 공급은 남강댐에 여유량이 있을 때만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도의 현재 공식입장은 “남강댐은 지금도 물 부족 상태에 놓여 있으며,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경남도의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ww.wamis.go.kr)에 따르면 남강댐은 2006년 1~3월, 2008년 8~12월, 2009년 1~3월 등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만 15개월간 수량 부족으로 계획 방류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등 이미 물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김두관 전 지사 당시 구성된 낙동강사업 특별위원회는 지난 2011년 자체 용역결과를 발표하며 “경남발전연구원의 용역결과 국토부가 남강댐 물 공급량을 산정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 공급능력을 기존 61만5000t의 배가 넘는 126만t으로 잘못 결론 내렸다”며 “부산·경남 광역상수도 계획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국토부가 연(年)단위가 아닌 일(日)단위 이수안전도를 적용해 기존 남강댐 공급능력을 산정함으로써 공급능력이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또 남강댐 공급량을 하루 61만5000t에서 126만t으로 늘릴 경우 국토부의 방식대로 일단위 이수안전도를 적용하면 97%가 나오지만 연단위로 하면 63.6%에 불과하며, 이를 물 부족 일수로 환산하면 일단위는 30년에 한 번, 연단위는 2.7년에 한 번씩 물 부족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남강댐 부산 용수 공급 불가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진주·사천 등 서부경남 환경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남강댐 대책위원회’도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 강한 불신을 표출했다. 이들은 “낙동강 오염총량관리제 시행에 따라 남강을 끼고 있는 서부경남 각 지자체들은 지금도 많은 수질환경개선 부담과 규제를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남강댐 물을 매일같이 65만t씩 타지로 빼내면 그만큼 하천유지용수가 줄어들어 남강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될 경우 환경개선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각종 개발행위가 훨씬 어렵게 되어 서부경남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수사업인 ‘지리산댐(문정댐)’ 건설계획을 ‘홍수조절용’ 치수사업으로 바꿔치기했다며 지리산댐 계획을 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하면 비용편익비율은 0.688로 떨어진다는 것이 대책위의 입장이다.

지난 2000년에 나온 ‘낙동강물이용조사단 보고서’에서도 국토부의 남강댐 용수증대 사업의 비현실성을 확인할 수 있다. 13개 정부부처와 낙동강 유역 6개 시도가 참여하며 만든 보고서에는 낙동강 수계의 댐 수위 증가를 가정해 용수 공급 능력을 평가한 결과임하댐-합천댐-안동댐-남강댐의 순으로, 남강댐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동강 수질 포기냐 아니냐

남강댐 물 여유수량과 함께 거론되는 것이 낙동강 수질 개선과 관련된 문제다.

20여년을 끌어온 남강댐 물 공급은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를 계기로 처음 거론됐다. 이후 주민 반대로 인한 계획 수정과 포기 등 우여곡절을 거치며 흐지부지되는 듯 했다. 하지만 MB정부 들어 4대강 사업과 연계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지난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낙동강 상류 대구지역 개발공약으로 ‘대구 사이언스파크’조성 공약을 내놨다. 당시 이 후보는 대구지역 유세과정에서 “운하가 건설되면 부산시민들의 식수원을 낙동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바꾸기 때문에 부산이 산단 조성을 반대할 이유도 없어진다”고 공언했다. 실제 대구 사이언스파크는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지 1년만에 달성군 구지면 일원에 853만㎡(258만평) 규모로 정부 사업승인을 받았다.

환경단체 등은 이 사례가 ‘낙동강 상류 공단건설-4대강 사업-낙동강 수질 악화-남강댐 물 공급-부산지역 취수원 변경’으로 이어지는 연계 메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고리라고 본다. 부산시 식수원을 남강댐으로 옮기려는 정책은 낙동강 상류의 신규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수질 악화와 이로 인한 상수원수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고 나면 물이 깨끗해지고 수량도 늘어난다고 하고선 대체상수원을 확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대해 부산시는 ‘낙동강 포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04년 10월부터 오염총량제가 시행되는 등 정부가 수십조원을 들여 낙동강 유역 물살리기를 추진하고 있고, 남강댐 물을 끌어와도 대체상수원을 절반밖에 확보하지 못해 낙동강 취수를 중단할 수 없는 부산시의 입장으로선 상류 수질 개선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부산시는 또 낙동강 수계에는 11곳의 산업단지와 7789곳의 오염 배출 업소가 있어 평소 수질이 깨끗해졌다고 해도 언제든지 수질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상수원의 다변화를 추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사업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도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것이 부산시의 입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