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 ‘물 갈등’ 해법 없나 <3>지리산댐
경남-부산 ‘물 갈등’ 해법 없나 <3>지리산댐
  • 이홍구
  • 승인 2014.06.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수용→남강댐 보조→홍수조절 '그때그때 다른 목적'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2007년 당시 계획을 세웠던 함양 문정댐(일명 지리산댐)이 건설될 경우 사진의 용유담 하류를 비롯해 함양군 휴천면·마천면 일대 4.2㎢가 수몰지역으로 변하게 된다. 수자원공사는 당초 식수댐에서 남강댐 보조댐으로 이어 홍수조절용댐으로 용도를 바꿨다.
 
 
정부, 댐건설 계획 이어 물공급대책 거론
주민 반발하자 ‘치수사업 목적’으로 바꿔
수공 “홍수피해 막으려면 상류에 댐 필요”
환경단체 “타당성조사 통과위한 말바꾸기”


함양 문정댐, 일명 지리산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과연 이 댐이 남강댐 물 부산공급과 연계된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댐 사업 추진 주체인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문정댐이 홍수조절댐이라며 부산 물 공급과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사업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리산댐 건설은 남강댐과 함께 항상 정부의 부산 물 공급정책의 중심에 서왔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지리산댐에 대해 ‘식수댐-남강댐 보조댐-홍수조절용댐’으로 말을 바꿔 왔다. 지역민의 반발 등 상황변화에 따라 댐의 기본성격과 기능이 수시로 뒤집힌 것이다. 그 와중에도 지리산댐 건설은 형태만 바꿔 가며 꾸준히 추진됐다. 이런 국토부와 수자원공사의 갈지자식 정책은 댐 건설 자체에 대한 지역민의 불신을 심화시켰고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타당성 조사 비껴가기 투트랙 전략

정부는 지난 2007년 댐건설 장기계획에 임천수계댐(지리산댐)을 처음 반영했다.

지난 2008년에는 국토부가 남강댐 수위 상승과 강변여과수 개발을 통한 ‘부산 물 공급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에서도 지리산댐 건설이 남강댐 수위 상승과 연계한 보조댐으로 거론된다. 2009년에는 이에 대한 기획재정부와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계획은 지역민의 거센 저항으로 좌초됐다.

그러자 정부는 2010년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남강댐에 물을 더 채워 수위를 상승시키는 대신 기존 댐 수위를 유지한 채 부산에 남강댐 물을 공급하고 보조댐인 문정댐 동시 건설과 강변여과수 개발을 통해 부산 물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하지만 이 계획도 타당성 조사결과 ‘경제성 없는 것(B/C=0.688)’으로 나타나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국토부는 부산 물 공급 사업과 문정댐 건설을 구분하는 ‘투트랙 전략’을 동원한다. 2011년 국토부는 수자원공사에 용역의뢰한 타당성 조사에 기초하여 ‘경남-부산 광역상수도 사업’을 확정했다. 문정댐은 이와 별도로 ‘남강유역 홍수조절용’으로 그 명목상 용도를 변경하여 ‘기후변화 대응 재난관리 개선 종합대책’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하면 문정댐 건설은 치수사업(治水事業)으로 규정돼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따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또 댐 관련 예산이 부산 물 공급 관련 전체 사업비용에서 제외되어 ‘경남-부산 광역상수도 사업’의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과 사업 타당성이 높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문정댐은 지난 2012년 12월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에 포함되어 추진이 확정됐다. 댐 건설 장기계획은 수자원을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10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으로 이번 계획은 2001년에 수립한 1차(2001~2011년)에 이은 2차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국토부의 댐 건설 장기계획과 관련 신규댐(지리산댐) 건설보다 남강댐 자체의 항구적인 대책을 선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강댐 보강 등을 통해 남강댐의 홍수조절이 가능하다며 사실상 신규댐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회도 지난해 1월 본회의에서 정부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문정홍수조절댐 대안조사비’라고 명명된 지리산댐 건설계획 관련예산 2억6000만원을 전액 삭감하며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이 예산은 문정댐 건설에 앞선 ‘타당성 용역조사비’ 성격이다.

현재 문정댐은 전면 재검토 단계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국토부가 댐 사업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발족한 댐 사전검토협의회가 올 하반기 문정댐 건설에 대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전검토협의회는 댐이 꼭 필요한지, 다른 대안이 있는지 등을 포함하여 종합적인 권고안을 작성·제출할 계획이다.

환경단체 등은 이같은 정부의 태도변화를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댐 건설 추진과정 전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질적인 댐 갈등 예방을 위한 소통강화로 이어질지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건설 정당성 둘러싸고 첨예한 시각차

정부 계획에 따르면 문정댐은 소양강댐, 충주댐 등을 웃도는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11년도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및 간이예타 대상사업 통보’ 문서를 보면 문정댐의 높이는 141m이다. 길이는 896m 규모로 진주 남강댐(1126m)에 이어 두번째로 길다. 총저수량은 1억7000만t으로 유역 면적은 370㎢에 이른다. 사업비 규모는 9898억원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당시 기획재정부와 수공의 예비타당성 조사에는 4627억원을 들여 높이 103m, 길이 400m, 총저수량 9400만t의 규모로 연간 5290만t의 홍수를 조절하는 댐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당시 건설방안보다 2배가량 규모가 커진 것이다.

정부는 임천강 유역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명승) 지정 여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용유담 하류 3.2㎞ 지점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문정댐이 예정대로 건설되면 전북 남원의 실상사 1.7㎞ 아래까지 용유담을 비롯한 함양군 휴천면·마천면 일대는 4.2㎢가 수몰된다. 용유담의 경우 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댐 건설 계획을 들어 명승 지정에 반대의견을 내어 문화재청이 지난 2012년 6월 국가명승 지정을 6개월 보류한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용유담은 문정댐 건설 예정지 안에 있어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댐을 건설할 수 없게 된다.

문정댐 건설과 관련 국토부·수자원공사와 환경단체 간 입장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제기하고 있는 문정댐 건설의 정당성은 △남강 상류지역 수해 예방 △남강댐 사천만 방류량 조절 △경남 서북부 지역 물 부족 대비 △남강 중하류지역 하천환경 개선 △지리산권 관광 휴양시설 개발 △농지 침수예방으로 이농현상 방지 등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주장에 사천·함양지역 일부 주민들도 동의하며 댐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남강유역 수자원 개발 조사’에 따르면 홍수 때 남강댐 물의 사천만쪽 방류량을 줄이고, 하천유지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함양군 마천면 지역에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으로 제시됐다. 용역조사 결과 남강댐의 특성 및 기후변화 등으로 홍수기 유입량은 설계대비 평균 17% 증가했고, 비홍수기에는 유입량이 2% 감소해 치·이수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남강 유역은 유역 면적에 비해 댐 저수용량이 적어 함양군과 하류지역의 진주·사천 등에 지속적으로 홍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남강 상류에 홍수조절댐 건설이 필요하며, 함양군에서도 찬성주민 서명부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건의를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강유역에서는 태풍 ‘루사’와 ‘매미’, ‘에위니아’ 등으로 사망 32명, 이재민 5020명 및 7446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사례를 들어 댐 건설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는 댐 건설이 토건세력의 배만 불린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댐 건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환경단체측은 ‘남강댐의 치수능력 한계로 남강유역에 홍수피해가 크다’는 주장 자체가 허구에 기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강댐은 낙동강 하류지역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국내 유일의 ‘유역변경식 홍수조절댐’이기 때문에 그 치수능력을 다른 댐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역면적 대비 저수용량’만으로 댐 건설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리산댐 건설 이유로 내세운 ‘남강유역 홍수피해’도 반박했다. 인명피해 대부분이 지리산댐 건설문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 함양군의 경우 산사태로 인한 피해까지 댐 건설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문정댐 건설과 부산 물 공급을 위한 남강댐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댐 건설 반대측이 드는 가장 큰 이유이다. 문정댐 건설추진 과정에서 보여주 듯 부산 물 공급시 남강댐 용수부족 사태 등을 문정댐으로 해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환경단체 등은 문정댐이 부산 식수공급과 남강댐 수위상승 대책인 다목적댐으로 추진되다 타당성이 없자 홍수조절댐으로 변경됐다며 근본적으로 댐이 필요한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사천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문정댐이 건설될 경우 사천지역은 침수와 수몰이 더욱 가시화돼 사람이 살 수 없고 도시의 기능은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댐 건설에 반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