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價値觀)의 정립
가치관(價値觀)의 정립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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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완 (칼럼니스트)
세월호 참사의 문제점은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되는 상황이 일어난데 있었다. 선장과 선원들이 세월호와 최후를 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매뉴얼에 따라 승객들을 대피시켰더라면 승객 대부분은 구조되었을 것이며, 국민들에게 이렇게 참담한 고통과 아픔을 안겨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 등 도덕적 판단기준은 팽개치고 선장과 선원들이 304명의 승객들은 버려둔 채 나만 살면 된다는 가치관이 엄청난 비극을 초래했던 것이다.

11년 전의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도 비슷했다.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당시 56세였던 김대한이라는 뇌졸중을 앓은 정신지체자가 지하철에 방화(4ℓ휘발유)했다. 불길이 객실 내로 번지자 승객들은 대혼란을 일으켰으며, 지하철 사령의 오판과 1080호 기관사가 출입문을 열어 주지도 않고 마스터컨트롤 키를 가지고 탈출했다. 1079호 및 1080호에서 총 192명의 사망자와 철도차량 12량이 전소되었다.

그런데 올 5월 28일 서울지하철 3호선에서 70대가 방화(11ℓ시너)했지만,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권순중(매봉역무원)씨는 “119 신고 좀 해주세요! 비상벨 눌러서 기관사하고 통화하세요! 소화기 좀 갖다 주세요!”라고 외치며 화재진화에 목숨을 걸었다. 한 여성은 소화기 5~6개를, 한 승객은 비상벨로 “열차 안에 불이 났다”, 다른 여성은 “누가 열차 안에 불을 질렀다. 도곡역 도착 직전”이라 신고했다. 불은 9분 만에 진화됐고 탑승객 전원은 무사했다. 위의 세 사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던져주는가.

대구지하철 참사 뒤 전국 지하철 전동차의 내장재를 불연재로 바꾸었고, 스프링클러·제연경계벽·유독가스 차단시설·피난유도등·소화기 등 안전시설·역무원 교육을 대폭 강화한데도 기인했지만 근본은 다른 데 있다고 본다. 권씨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내가 도피해선 안 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처럼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불을 꺼야겠다는 자기의 가치관이 작동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가치관은 가치에 대한 관점으로 사회사상과 일상생활 의식의 결합 속에서 형성된다. 첫째는 어떠한 행위가 옳고 어떠한 행위가 틀린 것이냐 하는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며, 둘째는 어떠한 상태가 행복하고 어떠한 상태가 불행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나는 왜 사는가? 나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의 행복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대답, 즉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선악(善惡)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있다.

이러한 가치관은 초·중·고교 시절에 거의 형성된다. 교육이 이뤄지는 장소에 따라 가정·학교·사회교육으로 나눠지는데, 가정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으로서 가치관, 태도, 도덕관념 등을 습득하게 되지만 핵가족시대의 가정교육은 옛날처럼 기대하기가 어렵다. 학교교육은 학교에서 이행되는데 가장 지배적이고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교육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사고의 고착으로 가치관의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가치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중·고등교육의 최종 결정권자는 교육감이다. 교육감은 자사고로부터 교원평가제·다면평가제를 도입하거나 부적격교사 퇴출 등을 결정한다. 옛날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였다. 진보·보수와 직선·임명제 교육감의 논란을 떠나 투철한 역사관·국가관을 바탕으로 헌법정신에 충실하며 강한 조국애로 불속을 뛰어들어서라도 불을 끄고야 말겠다는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방법론은 교육전문가의 몫이다. 교육감·교장·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혼연일체가 되어 시대상황의 발전과 조국의 미래와 세계화의 추세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행위의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의 기준을 교육과 솔선수범을 통해 가르친다면 가장 확실한 가치관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
 
강태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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