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텃밭서 거두는 수확의 기쁨
자투리 텃밭서 거두는 수확의 기쁨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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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감자·오이·가지 수확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6월 21일)가 지났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하지 무렵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장마가 끝나면 높은 습도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찾아온다. 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바쁜 일을 끝내고 여유롭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할 때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감자를 수확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감자를 캤다. 지난 4월 초순에 종구를 사다 심은 감자가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인데 알이 굵게 붙었다. 감자 값이 싸서 사먹는 것이 좋겠다고 해도 아내는 하지감자가 맛있다며 한사코 우기며 감자를 심었다. 아직 감자 대가 푸르고 싱싱해 며칠 두어도 될 것 같아서지만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며 서둘러 캤다.

올해는 감자를 지난해보다 적게 심었다. 감자를 심으면서 비닐도 씌우지 않았다. 너도나도 비닐을 덮어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감자를 재배하고 있었지만 생육기간이 짧은 작물이라 잡초는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동안 두 번 정도 감자밭을 매었을 뿐인데 감자는 잘 자라 주었다.

올해는 감자뿐만 아니라 야콘과 고구마도 노지에 그냥 심었다. 감자와 나란히 심은 야콘은 이제 줄기가 무성하게 자라 큰 손질을 하지 않아도 잡초보다 빠르게 자라며 뿌리를 내릴 것이다. 늦게 순을 붙인 고구마는 이제 막 덩굴을 내밀고 있어 어느 정도 자랄 때 까지는 밭을 자주 매 주어야 할 것이다.

옛날 보리 고랑 사이에 고구마를 심어 재배할 때는 비닐멀칭이라는 것이 없었다. 보리를 베기 전에 밭이랑 사이에 쟁기로 두둑을 만들어 고구마 순을 붙었다. 뿌리가 내리기 전 여린 고구마순은 보리 그늘 아래에서 햇볕을 피해 뿌리를 쉽게 내릴 수 있었다. 보리를 베고 나면 햇볕을 받아 잘도 자랐다.

그 때 고구마 밭 김매기는 자주 하는 일 중의 하나였다. 고구마 줄기가 자라 밭을 완전히 가릴 때까지는 잡초, 특히 바랭이가 자리를 잡지 못하도록 자주 김매기를 해야 했다. 때를 놓쳐 잡초가 많을 때는 보습이 달린 쟁기로 한 번 이랑 사이를 파헤치고 나가면 훨씬 밭매기가 쉬웠다. 어린 풀은 호미로 흙을 툭툭 쳐서 덮어버리면 잡초도 죽이고 북을 돋우게 돼 고구마가 뿌리를 잘 내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고구마 줄기가 길게 뻗어 밭을 덮으면 잡초보다는 고구마줄기 마디에서 잔뿌리가 내리지 못하도록 줄기를 뒤집어 주어야 했다.

4월말에 정식한 고추가 자라 열매가 열리자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지는 포기가 많이 생겼다. 고추 포기마다 세워둔 지주에 끈으로 다시 묶어야 했다. 고추를 묶으며 살펴보니 병이 들어 상한 열매가 보이고 진딧물까지 있어 탄화물을 섞어 뿌렸다. 탄화물은 농약과 달라 자주 살포해야 하는데 매실수확에 매달리느라 한동안 내버려둔 탓이다.

고추보다 먼저 심었던 수박에 진딧물이 붙어 새순이 돌돌 말려 자라지 못해 포기하듯 두었는데 며칠사이 줄기를 쭉쭉 뻗고 열매까지 달았다. 올해는 수박 농사를 잘 지어 보겠다고 부직포까지 구해다 깔았는데 초기 생장이 좋지 않아 애를 먹었다. 정식하기 전에 넣었던 퇴비에 문제가 있었는지 이런 저런 노력에도 성장을 멈추고 있었던 수박이 시간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수확이 시작된 오이와 가지는 사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로 열린다. 토마토는 순을 자르고 지주에 묶지 않으면 며칠 가지 못하고 쳐질 정도로 생장이 빠르다. 토마토 열매의 자람도 빨라 줄기를 단단히 묶지 않으면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질 정도다. 몇 포기 심지 않았는데도 잔손질이 늘 기다린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텃밭 가꾸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실수확을 끝내고 감나무에 병해충방제를 했다. 지금부터 가을 수확도 하기 전에 잎이 떨어지는 원성낙엽병과 탄저병을 예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살균과 살충효과가 있는 유황을 함유한 탄화물과 은행과 연잎으로 만든 탄화물을 섞어 뿌렸다.

올해는 매실 수확이 빨리 끝났다. 철이 빠른데다가 후반기 가격이 좋지 않아 수확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남은 매실을 수확하는 대로 탄화물이라도 만들어 내년 농사에 대비할 계획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감자수확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감자를 수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초보농사꾼은 지난주말 정성들여 가꾼 감자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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