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국가개조 ‘泰山鳴動 鼠一匹’ 우려
규제개혁·국가개조 ‘泰山鳴動 鼠一匹’ 우려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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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정부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손톱 밑 가시’라는 ‘암 덩어리’ 규제혁파에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관료마피아), 적폐(積弊)를 척결하는 국가개조를 외치고 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진척은 별로다. 역대 정권 모두가 비리척결과 규제혁파를 다짐했으나 가까운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 규제개혁에도 1만여 등록규제가 임기 중 1만5000여 건으로 되레 급증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개조와 규제개혁도 역대 정권의 ‘건수 줄이기’ 위주 목표 설정과 부처별 목표 할당은 물론 일몰제 도입 등 개혁방안들도 종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이 국가개조와 규제개혁을 외쳐도 이를 곧이듣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단언컨대 과거 모든 대통령이 적폐척결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겠다”고 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못했고, 전봇대를 뽑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오히려 전봇대가 더 많아졌다. ‘손톱 밑 가시를 없애겠다’는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이후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이러다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을 것 같다.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온 적폐 척결

국가개조와 규제개혁의 총론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관피와 적폐와 규제는 죄악이라고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규제는 죄악이긴 커녕 사회정의를 지키는 지팡이로 변한다. 늘 적폐척결과 규제개혁이란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서 살고 있다. 그 때마다 관료들의 저항이 시작됐다. 역대 정권의 실패가 ‘직무의 80%가 규제’인 공무원들에 규제개혁을 맡긴데 있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규제가 공무원의 직무일 뿐 아니라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100만 공무원들을 감축 없이 과연 규제개혁이 성공할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하는데도 규제 개혁은 왜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할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관피아 척결도 마찬가지다.

관피와 척결과 규제개혁 완화가 경제 살리기의 핵심이라는 박 대통령의 판단은 옳다. 그놈의 관피아와 규제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로 나갔고,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대통령은 관피와 척결과 규제개혁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정작 일선부처는 빠져나갈 구멍 찾기에 혈안이다. 신설 규제를 도입할 때는 동일 비용의 기존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이른바 규제비용총량제가 실시되기 전에 예외로 해달라는 요구들이 쏟아지고 있어 2017년까지 20% 감축도 공염불이 될 것 같다.

권한을 확대하려는 관료주의에다 국회의원들이 마구잡이로 규제 관련 법률을 만들고 있어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풀겠다”는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실제로 규제를 없애지 못하는 가장 큰 벽이었다. 부처들이 없애야 할 규제, 지켜야 할 규제를 멋대로 해석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개혁에 대한 저항이다. 규제 20% 감축을 둘러싸고 벌써 각 부처가 힘겨루기에 본격 돌입한 양상이다. 10년 전 규제총량제가 도입됐을 때와 흡사, 관료들의 저항에 밀리면 관피아 척결과 규제개혁은 끝장난다.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시대 환경이 변화하면서 규제 수요는 늘게 돼 있다. 규제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크고 작은 룰이 필요하고, 그게 곧 규제다. 문제가 되는 건 잘못 설정됐거나 운영되면서 해악을 끼치는 것들이다. 바로 불량규제, 저질규제다. 지방정부 등록규제도 감축하겠다고 나섰다. 중앙정부가 법과 시행령, 시행세칙으로 규제하면 지방정부는 조례나 규칙 훈령 등으로 더 까다로운 규제에 나서기 때문이다.



공무원 감축없이 관피 척결 가능할까

세월호 침몰 참사로 마피아조직을 방불케 하는 한국 관료사회 적폐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이참에 국가개조 차원에서 관(官)피아의 철옹성을 무너뜨리는 일대 경장(更張)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태산(泰山)이 떠나갈 듯이 요동하게 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었다는 뜻 같이 관피와 척폐 척결의 국가개조와 규제개혁이 예고만 떠들썩하고, 실제의 그 결과는 보잘것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고사처럼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우려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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