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 한 정권이 독점할 문제 아니다
국가개조, 한 정권이 독점할 문제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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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정치가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은 말이 없고, 유병언 검거에 대통령의 홀로 독려만이 있다. 애처로울 정도다. 그 독려가 새로운 정치적 구덩이를 파게 될까 염려스럽다. 세월호 사고는 압축성장 사회에서 도출될 수 있는 사고의 한 전형이다. 성장과정에 지불하지 않았던 대가 지불시기의 앞뒤 문제인 것이다. 가능하면 대가를 적게 지불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기간을 줄이는 것 이외 다른 대안은 없다. 현 정치권 국가개조 논의의 시작은 여기다.


세월호, 압축성장 사고의 한 전형

홍길동전 저자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은 사회비판과 변혁의 주체로서 백성을 거론하고 있다. ‘천하지소가외자(天下之所可畏者) 유민이이(唯民而已), 민지가외(民之可畏) 유심어수화호표(有甚於水火虎豹…), (천하에 가히 두려워할 만한 것이 있다면, 오로지 백성이 있을 뿐이다. 백성을 두려워해야 함은 홍수나 화재, 호랑이나 표범같은 맹수보다도 더한 것인데…)’ 허균이 보는 백성은 이처럼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이고, 사회개혁과 변화의 주체다. 사회라는 것은 함께 사는 것,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치부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은 건강성을 지켜 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가라는 삶에 정치권력은 항상 제대로 견제와 감시가 있어야 한다. 정치가 사회갈등과 분열의 통합, 그리고 정치공동체 구성원 삶의 조건개선을 논의하는 축이고, 정치권력은 논의과정에서 공적 결정의 정당성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대응성과 반응성은 높지 못하며, 민주적 통제 메커니즘도 취약하다.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기반이 되는 복지 또한 파괴되고 사회는 양극화되고 있다. 다수 시민들의 삶의 기반이 파괴되고 있다. 그렇다면 분열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는 정치는 구태가 반복되고 정체되어 있다. 이는 한마디로 권력일선에 있는 사람들의 국민들에 대한 긴장감이 낮다는 말이다. 현실적인 정치사회 발전은 충실한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정당이 존재하느냐에 달려 있는 문제이지 국회의원의 숫자가 많다고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사회계층으로의 가치독점과 쏠림을 인위적인 분화, 즉 기득권의 재조정이나 지역균형, 그리고 권위주의 타파와 같이 우리 정치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그 내용의 함축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많이 읽을 수 있다. 그 핵심은 사회 권력축의 이동이다. 권력이동에는 미래권력 형성이 어떤 구조적·행위적 특성에 의해 구축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논의는 고민의 본질이나 그 뿌리에 있어서 격이 다르다. 정치라는 것을 표심획득을 위한 단기적 즉흥성이나 일회성의 전개과정이라고 이해할 때 국가운영의 거시적이고 진지한 격(格)을 읽을 수 있는 고민을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 격을 가진 논의와 고민은 세월호 참사로 비껴나 있다. 소중한 희생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 그 귀결이 국가개조다. 핵심 내용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외침으로부터 지켜내는 국가안보와 각종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재난안전시스템 구축, 그리고 구조적 부정부패 적폐와 동시에 모든 계층의 동반발전에 대한 국민전체의 책임의식 제고이다.


국가개조 성격규정 등 일정 제시돼야

국민 동참이 전제되는 국가개조는 최소한 문화를 바꾸고, 국민성을 바꾸고, 선진시스템의 도입과 운용의 문제다. 그리고 그동안 쌓여온 비정상적 사회운영 행태와 부정부패 척결의 문제다. 그런 만큼 국가개조의 내용은 포괄적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성격규정과 대상, 그리고 향후 진행일정에 대한 큰 틀을 국민적 합의로 도출할 필요가 있다. 국가개조는 그 성격이 한 정권 내 완성이라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최우선 확보가치는 공공성이다. 공공성이 공동체 구성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시점, 국가개조는 국가 공공성 회복라는 큰 틀에서 각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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