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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사 마애불 석굴로 불심을 찾아서(54) 하동 금오산에 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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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6.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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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바위
문바위
 
 
지난봄은 우리들의 눈시울이 마를 날이 없어서 철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는데 때 이른 폭염이 5월을 달구더니 유월의 볕살이 벌써부터 뙤약볕으로 이글거린다. 이래저래 답답하고 갑갑한 심사라도 달래볼까 싶어서 하동의 금오산을 찾아서 남해고속도로 진교 IC에서 차를 내렸다.

남해방향의 구 도로를 들어서서 남양마을 입구에 닿자, 금오산, 석굴암, 금성사, 마애불 등 볼거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길손들을 반긴다. 옛날 관리들의 행차에 숙식을 제공했던 원이 있었다하여 옛 이름이 원골마을인 동네 끄트머리에서 금오산을 오르는 산길이 시작 됐다. 온갖 잡목들이 우거져 짙은 그늘로 덮어진 꼬부랑길을 잠시 오르자 갈림길이 길손을 멈추게 했다. 정상은 직진이고 왼쪽 길은 금성사라 했다. 갈림길이 나오면 이리 갈까 저리 갈까가 참으로 고민스럽다. 그렇다고 신발짝을 냅다 던져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길손은 후회가 두려워서 금성사를 찾았다.

상수원보호국역이라는 팻말이 붙은 저수지를 끼고 도는 산길을 오르자 금방 널따란 주차장이 마련된 옆으로 널찍한 돌계단이 높은 층을 이루었다. 계단을 반쯤 오르자 꽤나 큰 절집이 마당을 가운데 둔 정면으로 단청이 화려한 대웅전과 양 옆으로 신축중인 웅장한 당우가 이제 막 미장일을 끝낸 모양이다. 법당으로 들어서자 법벽을 광배삼고 금빛 중후한 불상은 드높은데 청황룡을 아로새긴 육중한 대들보며 아기자기하게 끼워 맞춘 정교한 익공과 화려한 닫집의 찬란한 단청이 그윽한 향 내음에 젖어 숙연함을 더한다. 불청객을 반기는 비구니주지 수문스님이 차를 따라주시기에 드넓은 차밭 가꾸랴, 저렇게 많은 효소 담그랴, 왜 사서 고생을 하냐니까 초근목피는 철지나면 없어지는데 제철에 장만해 놓으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한시도 일 손 놓을 날이 없다며 울력도 산승의 수행이란다. 곧장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없으니 왔던 길을 돌아서 가야 한 대서 갈림길로 나와서 굽이굽이 열두 굽이를 돌아서 백룡사라는 팻말 앞에 차를 세웠다.

백룡사 300m 라며 화살표가 휙- 그어졌다. 솔 내음이라도 실컷 맡자며 듬성듬성한 계단을 오르니까 방석만한 바윗돌을 징검다리처럼 줄지어 깔아서 작은 고갯마루에 닿게 했다. 키가 나직하고 앵돌아진 소나무와 도토리나무가 빼곡한 숲속의 내리막길이다. 홍두깨 같은 나무로 계단을 만들었으나 괴괴하고 적적하여 오가는 사람이 없음을 실감케 한다. 축축하고 미끄러운 흙길을 내려서자 설대가 우거져서 완연한 터널 속으로 길은 이어졌다. 설대 숲의 터널을 벗어나자 조립식패널로 지은 작은 건물 서너 동이 너저분한 자재더미를 깔고 완공이 덜 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얼마 전까지도 생활을 했던 흔적이 보이건만 어디에도 인기척이 없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산세의 풍광이 기막힌 절경이다. 너덜겅과 수목이 어우러진 뒷산 봉우리는 좌청룡 우백호로 나뉘어서, 백호는 급경사를 힘차게 쏟아져 내리다가 불끈 솟은 커다란 바위 앞에 급하게 멈추다가 뭉클한 바위봉우리로 웅크려져서, 틈새가 뻥하게 틔워진 천공을 두고 있어 자연이 만든 웅장한 문바위가 절묘한 일주문이고, 청룡은 긴 꼬리를 멀리 섬진강에 담갔으니 승천이 코앞이다. 너덜겅과 암벽을 둘러치고 소쿠리 안쪽 같이 옴쏙하게 내려앉아 석양을 희롱하는 더 없는 명당이다. 문바위에 음각된 관세음 보살상은 섬세함도 없고 균형의 멋도 없지만 꾸밈없는 소박한 맛에 정감이 오가는데 다기그릇 한 점이 살림살이 전부이다. 수 백 년일까! 수 천 년일까! 고찰은 불탔을까 산승은 어딜 갔나! 세월의 깊이는 가늠조차 어려우나 높다란 석축들은 재단을 한 것 같이 반듯하고 정교한데 켜켜이 쌓은 바윗돌이 놀랍게도 크거니와 계단석으로 층층이 쌓아 올린 거석의 다듬질이 눈가는 곳 없이 섬세하여 만지면 손자국이 옴팍하게 날 것 같다.

 

금오산 봉수대
금오산 봉수대



뒤돌아 뵈는 풍광을 뒤로하고 왔던 길을 거슬러서 일출조망공원에 차를 세우니까 금오산의 또 다른 이름인 소오산 849m라는 표석은 군사시설에 정상을 양보하고 내려와서 우뚝 섰다. 멀리 남해바다가 일망무제로 트였건만 옅은 해무가 희뿌옇게 끼어서 하늘과 바다의 어우름이 없는데 크고 작은 섬들은 유유자적 한가롭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90호 마애불 팻말이 거리는 말도 않고 그저 오라고만 유혹한다. 비탈길을 내려서자 하얀 찔레꽃이 지천으로 깔린 능선에는 농짝 같은 바위들이 무덕무덕 떼를 지워 웅크리고 앉았는데 자라의 등껍질 무늬처럼 아기자기하게 금이 가서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자라 오자(鰲)의 금오산임을 알아차릴 무렵에 절벽아래를 돌아서 내려서자 예닐곱 명이 둘러앉고도 남을만한 크기의 바위굴이 나왔다. 바닥에는 넙적넙적한 돌을 틈새도 없이 반듯하게 깔았고 안쪽 구석으로는 작은 옹달샘이 반수위로 물이 찾다. 굴의 높이는 키를 훌쭉 넘는데 좌측 벽면에 동그란 광배를 짊어진 마애불이 9층 석탑을 앞세우고 새겨졌다.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비로자나불이라고 안내판이 일러준다. 보호를 위한 철책을 둘러서 출입도 헌향도 삼가라니 합장의 예만 갖추고 ‘비로자나불이시여! 세월호의 망자들을 하루빨리 반야용선으로 옮겨 타게 하옵소서!’
석굴에서의 남해바다
석굴에서의 남해바다

금쪽같은 새끼들은 불러도 대답 없고

때 이른 뙤약볕이 유월을 달구는데

숲속에 몸을 숨긴 무심한 뻐꾸기는

아는지 모르는지 애타게 우는구나.

돌아서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팔라도 단숨에 오르는 길이다.

차를 세워 둔 일출조망대에 닿자 아직도 해는 중천이다.

조망대 아래로는 하얗게 너덜겅이 골을 메웠다. 너덜겅으로 내려서는 길목에 석굴암 700m라는 안내표석이 길마중을 나와 섰다.

너덜겅으로 내려섰다. 베개보다도 크고 방석보다도 더 큰 넓적넓적하고 평평한 하얀 돌이 지천으로 널렸다. 도래방석만 한 크기도 있고 더러는 네댓이 앉아도 좋을 작은 평상만한 크기도 있다. 산길의 흙속에 뿌리박은 돌은 자라나 거북의 등짝 같았는데 너덜겅의 돌은 하나 같이 날이 서고 모가 난 돌이다. 돌을 밟으면 덜그럭거린다. 어깨에 힘이 주어진다. 드세고 괄괄한 기운이 솟는 산세인 모양이다. 너덜겅을 벗어나자 나직나직한 소나무 숲이다. 곧게 뻗은 소나무는 보이질 않고 바닥부터 두세 가지로 갈라져서 뒤틀리고 앵돌아져서 껍질도 험악하다. 그래도 해가림은 빈틈없어 그늘저서 시원하다. 급경사를 내려서자 미륵당이라는 팻말이 섰다. 돌담을 나직하게 둘러쌓은 돌집인데 앉은 자세로 기도를 하는 기도처다. 무슨 소원이 그리도 많아서 저리도 큰 너럭바위로 지붕까지 얹었을까.

솔숲 사이로 비닐을 덧씌운 움막 같은 지붕이 얼핏 보이더니 길은 웅장한 돌담장 사이로 이어졌다. 미로 같은 통로와 웅장한 석축은 고려시대에 축조된 봉수대로 추정된다고 안내판에 씌었지만 좀체 납득이 가지 않는 거대한 성각의 축조물로 보인다.

우람한 바윗돌의 석축을 축대 삼은 석굴암이라는 돌집으로 들어섰다. 산신각, 굴법당, 금오산석굴암 등 작은 편액을 붙였건만 함석과 비닐을 덧씌운 영락없는 움막인데, 어설프기 그지없는 작은 출입문 말고는 커다란 바윗돌의 웅장한 성루이다. 굴법당으로 들어서자 정면엔 작은 본존불과 탱화로 가려졌고, 방의 크기가 족히 서너 평은 넘을 것 같은데 천정에 빼곡한 연등을 까치발을 하고 가까스로 재껴보고 깜짝 놀랐다. 천정의 높이도 높거니와 엄청난 크기의 평평한 바윗돌 서너 개로 천정을 덮은 웅장하면서도 완연한 석굴이다. 예로부터 아랫마을 중평리 사람들은 돌로 된 절이라하여 ‘독절’로 부른다는 주지 동명스님은, 금오산 아흔 아홉 골의 중심부로서 수만 평의 너덜겅엔 십이지상의 형상을 한 바위들이 사방을 지키고, 구름이 산허리를 휘감으면 신선들의 하강도 보인다며 기도도량의 드센 운기를 한껏 받으란다. 신선이 앉는다는 바위에 올라 멀리 남해를 바라보니 발끝아래의 너덜겅은 구름같이 떠오르고 길손은 구름을 탄 비천상이 되어 금오산 준령으로 두둥실 뜬것 같다.
자라등 무늬
자라등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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