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모구자(吹毛求疵)
취모구자(吹毛求疵)
  • 경남일보
  • 승인 201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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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경정)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국무총리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지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두 분의 총리 후보자가 지명되었지만 인사청문회에 나가 보지도 못한 채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중도하차하는 불행의 연속 속에 국론은 분열되고 민심은 뒤숭숭한 가운데 급기야는 현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격동과 혼돈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세파에 물들지 않고 수신제가(修身齊家)하며 세인의 표상이 되는 능력 있고 청렴한 총리후보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재주와 덕은 저마다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한 가지만 보고 취하거나 폐해서는 안 된다. 검소함이 미덕이라고 하나 지나친 경우 혼자 처신하기는 괜찮아도 대중을 상대로 하다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한다.

큰사람을 뽑을 때 작은 흠을 따지기 시작하면 온전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청렴이 훌륭해도 무능과 맞바꾸면 안 된다. 욕먹을까봐 명품백 감춰두고 싸구려 들고 다니는 검소함은 검소함이 아니라 속임수다. 방법이 바르고 정도가 넘치지 않는다면 비싼 물건을 살수도 있고 외제차를 몰수도 있다. 청백리 정신을 지킨다는 것이 가식과 위선을 부르면 가증스럽다.

우리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단기급성장을 이루면서 나름대로 많은 것을 얻고 누렸지만 반면에 잃은 것도 많다. 그중에 하나가 가치관의 상실이 아닌가 싶다. ‘취모구자(吹毛求疵)’란 말이 있다.

한비자의 ‘대체’편에 나오는 말로 입으로 불어가며 털을 헤쳐서 그 속에 있는 상처를 찾아내는 것처럼 억지로 남의 잘 드러나지 않는 허물을 들추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남의 약점을 악착같이 찾아내려는 야박하고 비열한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숱한 청문회를 개최하면서 후보자의 능력이나 국가관, 비전을 검증하기보다는 약점이나 미세한 흠을 찾아내 인신공격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그것도 검증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것을….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귀로는 남의 그릇됨을 듣지 아니하고 눈으로 남의 결점을 보지 아니하며 입으로 남의 허물을 말하지 않아야만 군자라 할 수 있다고 듣고 배웠다. 그런데 선량이요 지도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재는 글로벌 마인드를 지향하면서 출신과 배경을 따지고 적과 동지를 구분하다보면 흠없는 사람 찾기가 힘들다.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에 모두가 힘을 모우고 지혜를 공유해도 버티기 어려운 현실이다. 감정보다 이성, 분노보단 차분함,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며 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애국이란 이름으로 너무 간섭하지 말자 때로는 내벼려 두는 것도 애국이다.

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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