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육아 일기
손자 육아 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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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수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옛날 말에 자식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는데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3년 전에 서른 살의 나이에 시집을 간 딸아이가 2년 만에 제왕절개 수술로 손자를 낳았는데, 딸아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거친 호흡을 하는 광경을 보고 가슴 조이며 빨리 깨어나 주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그때는 손자보다 딸아이가 엄청 귀하게 여겨졌다. 매일 퇴근 후 면회시간을 이용해서 손자 녀석과 마주할 수 있었고 점점 정이 깊어갔다. 입원해 있는 동안 손자 녀석이 황달이 와서 면회가 되지 않을 때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다행히 병원치료 덕분에 건강하게 우리 집으로 퇴원해 온 가족이 손발 씻기는 물론이고 집안 대청소 등 청결하기 준칙을 정하고 실천했다.

사돈댁에서 작명의 경험이 있는 외할아버지가 이름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 작명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돈을 지불하면 쉽게 이름을 지을 수 있지만 좀 더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손자의 이름을 지었다.

참 쉽지 않은 작명이었다. 부르기 쉬우면서 초년, 중년, 말년 운이 좋은 이름을 짓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2개월 동안 우리 집에 있는 동안 손자가 보고 싶어 일찍 퇴근해서 육아에 서투른 딸아이보다 나와 집사람이 목욕도 시키고 똥, 오줌을 갈아주는 일을 맡아서 했다. 하루하루 손자 녀석은 잘 먹고 순하게 자라줬는데, 딸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밤낮이 바뀌어 밤에 잠을 자지 않아 새벽녘에 잠시 새우잠을 자고 출근하기도 했다. 손자 녀석을 마주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 사진첩을 만들어 첫돌 선물로 줬는데 다들 좋아했다.

손자 녀석은 태어날 때 2.68kg이었는데 25개월이 된 지금 몸무게가 벌써 18kg이 되어 또래 아이들보다 체격이 훨씬 큰 편이다. 자라면서 덩치에 비해 체력이 약해서인지 자주 병원을 찾았다. 고열 등으로 3번이나 일주일 이상씩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때마다 채혈을 위해 여기저기 주삿바늘을 꼽는 바람에 자지러지게 울고, 손등에는 링거액을 주입하기 위해 큰 바늘을 꼽아 부목을 대고 붕대로 감아 지내는 동안 안쓰러워 가슴앓이도 많이 했지만 손자 녀석이 잘 견디어 주고 검사결과 이상증상이 없어 매번 퇴원할 수 있었다.

사내아이라서 말이 늦은 편이지만 보고 싶어 매일 영상통화를 하고 주말이면 잠시라도 우리 집에 다녀가면 마음이 편하다. 옛날 어른들이 손자는 3살 전에 효도를 다한다고 했던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기원하면서 “할비”라고 어눌하게 말하는 손자 녀석이 또 보고 싶다. 딸아이는 육아가 힘들어 둘째아이 낳기를 꺼리지만 손자가 외롭지 않도록 사위에게 둘째를 갖도록 설득해봐야겠다.

강양수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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