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의 첫걸음
국가개조의 첫걸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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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강진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날씨가 무척 덥다.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에 마음이 더욱 답답하다. 더운 날씨야 비가 오면 수그러들겠지만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답답함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다. 세월호의 비극적 참사, 총리 후보자나 장관 지명자의 낙마, 육군 전방 초소의 무장병사 총기난사 등 일련의 사건들로 국민들의 가슴은 널뛰고 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면서도 비민주적인 사회병폐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상을 목격했기에 분노와 아픔이 더욱 큰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기업의 부도덕한 경영 행위, 직업 소명의식이 결여된 직원들의 근무태도, 이들을 제대로 지휘감독하지 않은 해양 관련 기관의 잘못된 타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한 획일적 기준으로 병사를 등급 분류함으로써 오히려 내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만드는 허술한 사병관리체계는 허약한 군대 인권 의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업이나 군대는 국가조직의 일부다. 정부가 엄격하게 운영해야 군대가 강해지고 기업은 윤리경영의 가치를 중시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의 고위관리로 내정된 인물들의 줄사퇴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병역비리,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 표절은 국회 청문회의 단골메뉴가 된지 오래다. 진작 청산됐어야 함에도 이런 스펙을 쌓은 인물들이 버젓이 행세하는 현실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국민 대부분은 군복무를 이행하고, 작은 집 장만을 평생 희망으로 여기며, 주소지 내의 학교에 자식을 보낸다. 보편 질서와 한참 동떨어진 이들이 정부 요직자로 주저 없이 거명되는 적폐가 아직도 통하기에 우리 사회가 어지러운 것이다.

원칙이 바로 서야 미래가 있다. 불법, 비리, 가로채기의 과오는 공직사회의 일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초자격을 상실한 것과 동일한 의미다. 특정 사안과 관련해 적당한 이유나 변명을 동원해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할지라도 원칙에 대한 배신이라는 사실을 절대 덮을 수는 없는 일이다. 부끄러움을 잊은 이들은 공직의 깃발을 들고 기업이나 군대를 따라오게 할 수 없다.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고질적 병폐는 결코 원칙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한 법규나 세련된 조문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보다는 남을 속이고 법을 어겼다면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하고 더욱이 공직자로서는 배제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원칙의 원칙이다. 이 같은 상식 논리는 세계 속의 국가 품격을 높이고 국민통합 시대를 열어갈 단초가 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각계에 널리 퍼진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국가를 개조할 수 있겠는가? 원칙의 원칙에 충실한 사람들을 대접하는 사회적 기풍을 만드는 일이 국가조직 개조의 첫걸음이다. 원칙의 원칙 준수라는 대명제는 사회적 진리다.

하강진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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