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니 마음이 즐거운 소리길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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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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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35>가야산 주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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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계곡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과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 수륜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주봉인 상왕봉(1430m)과 두리봉 남산 제1봉 등 1000m 내외의 연봉과 능선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와 그 부속 암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산정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하여 해인사를 지나 치인리에 모이는 물은 경사가 급한 홍류동 계곡을 씻어 내리고, 동남방으로 흘러 가야면 황산리에서 낙동강의 지류인 가야천을 이룬다. 가야면 대장경테마파크가 조성되어 있는 부근에서 가야천을 따라 오르면 2011년에 조성된 6.3km의 해인사 소리길을 만날 수 있는데, 녹음이 우거진 소리길을 따라 걸으며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벌레소리에 빠져 잠시 무아지경에 이르면 힐링이 되는 시간이다.

계속 올라 해인사를 둘러보고 절밥도 한 그릇한 후 암벽에 새긴 불상인 마애불까지 이르고 싶지만 가야산 주변을 골고루 돌아보려면 하루해가 짧을 것 같아 그냥 예전의 느낌만 떠올릴 수 있는 사진으로 대신하고 발길을 돌린다. 해인사 아래 치인지구에는 산채정식이나 더덕고추장 불고기 등 먹을 만한 음식이 많이 있지만 아직 점심시간이 일러 솔티재를 넘어 백운동으로 향한다. 백운동에서 가야산을 오르면 입장료가 없어 좋고 더구나 만물상 능선은 국립공원 지정 이후 38년 만에 등산로를 개방하여 한마디로 기암괴석의 향연이다. 비바람에 깎이고 씻겨 오랜 세월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고, 이런 바위들은 마치 아름다운 교향곡이라도 연주하는 듯 멋진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니 감탄사가 절로 난다.

이쪽저쪽으로 돌아가며 카메라 셔터를 아무리 눌러도 지겹지 않아 습하고 더운 날씨에 온몸이 땀으로 젖는 줄 모르며 시간을 보내다 서둘러 하산하여 가까운 대가식당으로 향한다. 좋은 경치를 보니 점심은 웰빙식인 명이두부가 당긴다. 동의보감에서도 언급한 물인 지장수는 황토를 가라앉혀 얻은 물로 우리 몸의 중독을 풀어내는 해독제이기도 한데, 명이두부는 신비의 물인 지장청수로 만든 두부로 평소 즐겨 먹는 두부와는 차별화를 느낄 수 있고, 두부를 먹고 난 후 먹은 순두부찌개는 그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인데, 단순히 허기를 달래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몸을 보하는 건강식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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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두부

삼림욕과 함께 잠시 건강식 두부요리로 몸을 보한 후 윤기와 탄력이 넘치는 피부를 느끼며 참외의 고장인 성주로 달린다. 이름 그대로 별 고을 성주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지세가 별 모양을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택리지에서 이중환은 “산천이 밝고 수려해 일찍이 문명이 뛰어난 사람들과 유명한 선비가 많고, 영남에서 가장 기름진 논은 씨를 조금 뿌려도 수확이 많아 고향에 뿌리를 박고 넉넉하게 산다”고 했다. 백운동 용기골을 중심으로 석축 산성인 가야산성도 있는데, 길이 약 5㎞에 높이는 약 1.5m로 상봉에서 우능선으로 축성되어 있고 1594년(선조 27년) 승장 신열이 크게 개축해서 문루를 높게 하였단다.

선현들이 느꼈던 숨어 있는 진가를 찾고, 산을 유람하는 뜻이 단순히 풍류에서만 그치지 않았음을 조선 중기 정구의 가야산 기행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산의 훌륭한 경치는 인자로 하여금 오묘한 생성의 이치를 뚜렷하게 보고 자성하게 하는 것임을 체득하며 단종태실지를 지나 포천계곡으로 향한다. 포천계곡은 가야산의 여러 계곡 중 대표적인 명소로 물이 맑고 풍부하여 웅장하고 힘찬 가야산 전경과 어우러져 옛 성주 선비들이 심신과 학문을 도야하는 장으로 삼았던 곳으로, 조선후기 문신이자 당대 최고의 선비였던 응와 이원조 선생이 만년을 보낸 만귀정이 상류에 있다. 그 옆에 있는 제구곡 홍개동의 폭포는 규모는 작지만 세찬 기운으로 물줄기를 떨어뜨려 찾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하고, 약 8㎞에 이어지는 계곡은 우거진 숲과 어울려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여 휴일이면 초만원을 이룬단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62호인 만귀정은 1809년(순조 9년) 중광문과의 을과로 급제한 후 여러 관직을 역임하며 공조판서에 이른 응와 이원조 선생이 당시 유학과 문장에 뛰어나 이름을 날리며 지방관으로서도 많은 치적을 올리고 1851년에 귀향하여 자연을 벗 삼아 독서로 여생을 보낸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건물은 북동쪽을 향해 경사지에 서 있으며 정면 4칸, 측면 1칸 반 규모이다.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만귀정과 평삼문이 이자형으로 놓여 있고, 평삼문 입구에는 철제로 된 흥학창선비가 서 있으며 이는 선생의 학문 진흥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제 차를 돌려 금수면 봉두리에 위치한 성주호로 향한다.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과 독용산성을 둘러싸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성주호는 1992년에 완공되었으며 높이 60m, 길이 430m에 약 4700만t의 수자원을 갖고 있어 성주군과 고령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성주호를 끼고 도는 약 7㎞의 도로는 자연과 인간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 성주호에는 수상레포츠 시설인 아라월드가 지난해 준공되어 일반 관광객과 수도권 지역 스포츠레저학과 학생 등 각종 단체 유치로 본격 운영하고 있으며 수상스키를 비롯한 각종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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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곡 홍개동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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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찌개
 
성주호를 지나 대가천을 따라 30번 국도를 달리면 넉바우 배바위 무흘구곡 선바위 사인암 등의 절경을 만날 수 있어 가는 길 멈춰 토종닭이라도 주문해 놓고 그냥 첨벙하고 뛰어들고 싶은 분위기의 연속이다. 증산면사무소 앞에서 좌회전하여 수도산에 편안하게 안겨 있는 수도암을 찾아간다. 수도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인 청암사의 부속 암자로 수도산 정상 부근에 있으며, 859년 도선국사가 수도 도량으로 이 절을 창건하고 매우 기쁜 나머지 7일 동안 춤을 추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인 1649년에 벽암각성이 중창했으며, 동학농민운동 당시 암자의 일부가 소실된 것을 1649년에 포응이 다시 이룩했고, 6·25 때 빨치산 소탕 작전으로 일부를 제외하고 불타 버렸으나 조계종 제11대 종정인 법전이 와서 크게 중수하여 20여 동이 넘는 큰 가람(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 곳)으로 변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적광전 약광전 수도선원 관음전 나한전 노전 정각 서전 낙가전 등이 있으며, 유물로는 약광전의 석불좌상(보물 296호) 삼층석탑(보물 297호) 2기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307호) 등과 창건 당시의 것으로 보이는 기단과 초석이 있다. 삼층석탑은 이 절터가 마치 옥녀가 베를 짜는 모습의 명당터라 하여 베틀의 기둥을 상징하는 뜻으로 두 탑을 세웠다고 하는데 불심이 깊지 않는 나지만 탑 앞에 서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도암을 나와 인현왕후길을 잠시 걸어보려는데 비가 내린다. 인현왕후길은 장희빈의 간계로 강등되어 청암사에서 폐비로 3년간 기거하면서 기도와 수행을 하다 복위한 인현왕후를 기려 명명한 길로 증산면 수도리에서 출발하여 용추폭포까지 5.8㎞의 길인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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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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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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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삼겹살

빗줄기가 강해지니 마무리를 좀 빨리해야겠기에 김천의 대덕면을 거쳐 우두령 옆을 지난다. 높이 580m의 우두령은 소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우두령이라 하며, 이 고개는 소백산맥의 대덕산에서 동으로 가야산 방면으로 뻗는 지맥 중에 위치하고, 옛날에는 남해안의 사천에서 진주 산청 함양을 거쳐 문경새재에 이르는 우리나라 남북을 직통하는 교통의 요지였기에 많이 지난 길이다. 거창의 웅양면을 지나 읍에서 거창 가조로 향하니 미녀봉의 아름다운 자태가 나타난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자 옥황상제가 딸을 지상으로 보내 구하고자 했는데, 장군은 딸과 사랑을 하게 되었고, 그런 딸에게 노한 옥황상제는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화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고 하는 산이다. 88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라보는 미녀봉은 참으로 감탄스럽기 그지없다.

가조에서 뭘 먹을까? 꼽꼽하게 비도 내리고 술시도 되었으니 육즙이 질질 흐르는 삼겹살로 가야산 주변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신선한 흑돼지 삼겹살을 노릇하게 구워 버섯, 양파와 함께 한 입하니 그저 소주가 술술 넘어가며 입맛 당긴단다. 여기 식당에는 상추가 더 신선하여 맛을 더하고 명이나물도 좋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난 그저 맛있게 먹고 마시는 모습만 보아도 즐겁다. 술 안 마시면 노래도 한곡 못한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그냥도 술술 잘 나오니 어찌 하루가 행복하지 않겠는가?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겁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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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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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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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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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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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가야산 주변 맛길
가야산 주변 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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