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함께 하는 태교
숲과 함께 하는 태교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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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어느 날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도중, 중간층에서 문이 열렸는데 아무도 타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버튼을 누르려고 하자 “잠깐만요!”라는 목소리가 들려 엘리베이터를 멈췄다. 그때 문틈으로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꼬마아이가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머리를 숙이고, 미처 매지 못한 가방을 추스르며 들어왔다. 요즘에도 자기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끼쳤을 때 미안한 마음을 담은 인사말을 건넬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과연 ‘나는 내 자식들에게 이렇게 가르쳤을까’라는 자문을 하면서 부끄러워졌다.

한편 필자는 이 사건을 계기로 가정교육을 비롯한 학교교육 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도 사주당 이씨가 쓴 ‘태교신기’란 책을 접하면서 태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임신 후 출산까지 태아는 정서적·심리적·신체적으로 모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태교란 임신부가 모든 일에 대해서 조심해야 하고 나쁜 생각이나 거친 행동을 삼가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야 한다.

태교와 육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중국 전한시대 유향의 ‘열녀전’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태교 연구서인 ‘태교신기’가 사주당 이씨에 의해 본격적으로 저술되었다. ‘태교신기’가 나오기 이전에 빙허각 이씨의 ‘규합총서’ 및 ‘동의보감’, ‘계녀서’, ‘성학집요’ 등에서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서양에서는 동양에서처럼 체계적인 것은 아니지만 ‘구약성서’나 ‘히포크라테스의 기록’ 등에 그 중요성을 언급했다.

지금으로부터 210년 전에 저술한 ‘태교신기’에서는 “태어난 후 10년보다 뱃속 10개월이 더 중요하고, 뱃속 10개월보다 수태 시 부부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임신 10개월 동안 이뤄지는 태교가 아이의 건강과 정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렇게 임신 중 태교의 중요성을 옛 조상들도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먹고살기 각박하던 예전과는 달리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 출산에 따른 부모들의 자식사랑이 각별해지고 있다. 따라서 임신 후 태교방법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산림청에서는 맑은 공기와 푸른 숲속에서 산모와 예비 아버지가 함께 직접 태아와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숲 태교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한다고 밝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 태교가 좋은 4가지 이유로 먼저 산모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감소시켜 정서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두 번째로 숲 속 피톤치드와 테레빈은 살균효과가 있고, 호흡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므로 산모의 호흡을 통해 체내로 흡수하게 되면 뇌의 피질을 활성화시켜 스트레스 완화는 물론 심폐기능 강화와 인체 면역력을 높인다고 한다. 세 번째는 공기를 들이마실 때 양이온과 음이온을 동시에 흡입하게 되는데, 양이온은 건물의 시멘트, 자동차의 배기가스, 가전제품이 뿜어내는 전자파 등과 같은 유해환경 요인들에서 방출된다. 그래서 ‘공기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을 함께 흡수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음이온의 보고가 바로 숲속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네 번째는 태아는 엄마가 느끼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즉 오감을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산모가 숲에서 오감을 느끼고 체험하면 이 감각이 태아에게 전달되어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숲속에서의 태교’를 위하여 산림청에서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뿐만 아니라 예비 아빠들까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숲 태교 프로그램’을 5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따라서 ‘숲 태교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필자가 느낀 대견한 아이들이 많이 탄생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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