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숙 (지경서당장)
어떤 학교에서는 시험점수를 반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불러주곤 한다. 그 교사들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하나같이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공부 못하는 놈들 자극을 받아서 공부 좀 제대로 하라고 그랬지. 그 녀석들을 쪽 팔리게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라고.
그런다고 그 아이들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공부를 할까. 혹 그 중에 몇 명은 그런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과목이 더 싫고, 그 선생이 더 싫어 학교 가기도 꺼리며 학업을 포기하려 든다. 이 아이는 자존심도 상했지만 그날로 이미 반에서 왕따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교폭력과 학교 부적응을 교사가 더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공부가 재밌고 잘하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즐겁고 교사와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공부가 재미없고 점수가 잘 안 나오는 아이들은 아침마다 학교에 가야 하는 그 생활 자체가 제 책가방 무게의 몇 백 배로 두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서 지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문에서는 지각했다고 아침부터 운동장 돌리고, 교실에서는 시험성적 불러가면서 공개적인 망신만 준다면 학교 안에 이들이 설 자리는 없다.
그리고 여학생들이 화장한다고 남학생들이 단체로 벌을 받아야 하는 지도방식도 이해가 안 간다. 교사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을 언제나 정확하고 공정하게 해서 한 학생이라도 억울한 감정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직도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명분으로 걸핏하면 단체기합을 줘서 학생들이 모욕감이나 적대감을 갖게 되면 그것이 또 다른 학교폭력의 형태로 분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월요일 아침이 금요일 오후보다 즐거울 수 있는 학교가 되려면 일단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학생들의 인권을 최대한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이 내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잠을 잔다면 우선 내 수업방식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음식이 맛이 없으면 그 음식점에는 손님이 끊어지는 것과 같지 않는가.
이상숙 (지경서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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