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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따라 산으로 가는 길 '강의 향연'이다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10>오미~난동마을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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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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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20140706지리산둘레길 10 오미-난동구간 (29)
섬진강으로 향하는 둘레길에 대나무와 들꽃이 어우러져 있다.


▲섬진강과 서시천, 오미∼난동구간은 이른바 ‘강의 향연 길’이다. 출발지 오미·용두재 너머 용두마을을 지나면 제방길이 시작되고 곧바로 섬진강과 조우한다. 이후 20여분 만에 섬진강을 떠나 서시천을 만난다. 섬진강 1지류인 서시천은 구례읍 광의면 온동과 난동을 거쳐 지리산 깊은 그곳으로 들어간다.

섬진강은 이름만큼이나 깊은 사연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강이다. 은모래가 많아 모래가람, 다사강(多沙江), 사천으로 불렸고 두치강으로도 불렸다. 1385년(우왕 11) 왜구가 섬진강 하구를 통해 몰려올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어제쳐 그들이 그 소리에 놀라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이 있다. 이때부터 ‘두꺼비 섬(蟾)자’가 붙어 섬진강이 됐다. 매화마을 섬진나루 앞에는 두꺼비 석상이 있다.

서시천(西施川)은 산동면 북동쪽 산에서 발원해 산동면 광의면을 거쳐 구례읍 마산면 냉천리 앞에서 섬진강과 합수한다. 지류는 대두천, 천은천, 마산천이 있다. 구례군에서 가장 많은 농경지가 서시천 유역에 있어 구례분지의 젖줄로 통한다.

‘서시(西施)’는 중국의 4대 미녀 중 한 명인 춘추전국시대 월국(越國)의 미녀. 그 이름이 어떤 연유로 이곳까지 흘러 왔는지는 의문이다. 1872년 제작한 구례 지방지도에 서시천이 처음으로 등장하나 조선지형도에는 한자가 바뀐 서시천(徐市川)으로 기록돼 있다. 부차에 접근해 오나라를 망하게 한 것을 빼고 서시처럼 ‘예쁘고 고운 강’으로 해석하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섬진강과 합수하는 서시천 냉천리가 진시황과 관련이 있다. 시황의 명에 따라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복이 지리산으로 가던 중 물을 마시고는 ‘냉천’으로 이름 지었다. 지금의 구례 마산면 냉천리를 말한다.

▲오미∼난동구간은 거리 18.7km로 휴식포함 5시간30분이 소요되는 상당히 긴 코스다. 그러나 마지막 난동마을로 오르는 코스를 제외하고는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길이며 그래서 시간당 4km 주행이 가능하다.

둘레길은 오미에서 갈라지는데 한 길은 난동→산동마을로 가고, 또 한 길은 용두마을→섬진강→서시천→난동마을에서 합류한다.

오미마을→용두재(배틀재)→용두마을→섬진강 제방길→구례읍 냉천리→둘레길 구례센터→서시천·원추리길→세심정→온동→난동마을.

▲오전 9시12분, 오미마을 GS칼텍스 주유소 앞에서 출발해 용두재·섬진강로를 건너 용두마을로 들어간다. 용두마을은 임진왜란 초기 서산 유씨에 의해 형성된 마을로 이후 경주 김씨 등 풍수지리에 따라 명당을 찾던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대촌을 이뤘다.

지리산의 용맥이 노고단 형제봉으로 내려오다 섬진강에 닿은 곳이 용머리 부분이라고 해서 용두라 했다. 범죄 없는 마을로 지정된 안락한 마을이다. 섬진강으로 향하는 길은 대나무와 들꽃이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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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길


오전 9시40분, 섬진강이 바다처럼 보이는 제방에 선다. 드넓은 섬진강이 가슴에 안긴다. 강은 넓고 길다. 강변에는 갈대와 진퍼리새가 무성하게 자라 있고 중간중간 늪지대도 형성돼 있다. 이 둘레길은 구례군에서 조성한 섬진강길 구례문화생태 탐방로와도 겹친다. 길은 제방을 따른다. 사도 2호 배수문 부근에 섬진강을 가로막은 댐이 설치돼 있다. 댐 가장자리 부근에 있는 어도에는 얌체 낚시객이 진을 치고 앉아 물고기 잡는 일에 정신이 팔려 있다. 물고기의 자유로운 회귀를 위해 만든 어도란 게 무색하다.

오전 10시, 섬진강을 떠나 1지류인 서시천 제방을 따른다. 구례읍 시가지로 들어섰다가 구례읍 서시천변 길을 따라 진행한다. 서시교 중앙에 주민들의 안전과 강수조절 목적으로 세운 강수량 수위관측소가 세워져 있다, 이 일대가 시황의 심복 서복이 물을 마셨다는 냉천리이다.

둘레길 구례센터에는 여직원 한 명이 근무하고 있다. 둘레꾼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지만 스카프와 책자 미니 이정표 등 둘레길 관련 각종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대 몸은 어디에 있는가/마음은 무엇에 두었는가/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몸 안에 한 그루 푸른 나무를 숨쉬게 하는 일이네/때로 그대 안으로 들어가며 뒤돌아 보았는가/낮은 산길과 들녘, 맑은 강물을 따라 사람의 마을을 걷는 길이란 살아온 발자국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이네/숲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생명의 지리산을 만나는 길/어찌 집으로 가는 길이 즐겁지 않겠는가.’ 센터 내에 전시돼 있는 박남준 시(詩)이다.

구례센터를 나오면 왼쪽으로는 도시, 오른쪽에 강물이 흐르고, 더 멀리 구름과 안갯속에 드러나는 검은 물체는 지리산 노고단이다. 천변을 따라 만개한 원추리꽃이 상큼함을 더해준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 고둥을 줍는 사람들 제각기 제 일에 흠뻑 빠져 있다.

오전 11시56분, 다리를 지나 서시천을 건너간다. 광의면 주민센터 앞으로 강변 제방에 서면 또 왼쪽에 서시천이다. 원추리 꽃도 여전히 피어 있다.

‘끄애 액∼’ 한낮 제방 너머 강 숲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울음소리는 암내 낸 고라니 소리. 인기척에 놀란 듯 단말마 같은 소리를 내고 잦아든다.

출발 후 14.5km지점, 원추리 길과 벚나무 길이 어우러졌던 길고 긴 제방이 끝난다. 거기 어딘가에서 휴식 후 오후 1시40분, 구만교를 건너 세심정으로 방향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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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성인세심(聖人洗心)에서 온 세심정(洗心亭)은 ‘성인이 마음을 씻는다’는 뜻이다. 옛 선인의 마음을 씻어 주었을 강물은 이름과 달리 많이 탁한데 수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선선하다. 세심정은 전국에 여럿 있으나 남명의 뜻을 기려 세운 산청 덕산 세심정이 유명하다.

하수일(河受一)은 이 기문에 ‘군자는 은거해 수양하고 한가롭게 거닐며 휴식한다. 거기에 휴식처가 있는 것이 도리다’라고 새겼다. 덧붙여 세병관(洗兵館·국보 305호)은 ‘은하수를 가져와 피 묻은 병기를 닦아낸다’는 뜻이다. 당 두보의 시 ‘세병마’에서 왔다. 한자 ‘세(洗)’의 심플함이 가슴 저릿하다. 세심정 너머 온동·난동마을까지 차츰 고도를 높인다.

오후 2시, 구만제로 들어간다. 서시천을 막은 농업용 저수지이지만 섬진강 모든 물고기의 종착역이자 그들의 생명이 끝나는 지점이다. 뱀장어, 게, 은어, 메기 등 그들이 기억력이 좋거나, 아니면 동료들에게 ‘황천으로 가는 지옥굴’이라는 뉴스를 들어 반복되는 회귀를 멈춘다면 몰라도 구만제 아래 웅덩이는 더 이상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그들의 무덤이다. 거기에 뱀장어, 메기, 가물치를 잡아내는 낚시객도 진을 치고 있다.

구만제 앞으로 걸어 우리밀 농촌체험교육관을 지나면 아스팔트 도로가 나온다. 200m를 지점에서 왼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온동마을 방향이다. 올해 갓 부화한 까투리, 뱀이 차에 치여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른바 로드킬…, 생명의 터전이 무색한 배반의 풍경이다.

온동마을은 옛날 골농계라는 골짜기에 온수가 솟아 온수골이라고도 불렀다. 피부병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피부병 환자들이 몰려들었는데 마을사람들이 귀찮았던지 온수 솟는 물구멍을 솥뚜껑으로 덮어 버렸다고 한다.

현재는 그 위치를 찾을 수 없는 전설이다. 아스팔트로 더 진행한 뒤 왼쪽 난동마을을 관통해 오르면 마을 상부에 화가마을에서 올라온 둘레길과 합류한다. 오후 2시45분, 이 길은 백열등 아래 춤추는 부나방 같은 동선으로 구리재를 넘어간다.

최창민·강동현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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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슬기를 잡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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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
songheon님의 글 잘 읽어봤습니다.
서시(徐施)천이 월국의 미녀 서시(西施)와 관련 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군요.
오히려 서시(徐施)천은
진시황이 동방에 보낸 徐福, 徐불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이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6-15 11:04:49)
songheon
西施川은 徐불川이 徐市川으로 그것이 다시 西施川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진시황이 약초를 구하러 보낸 사람 徐福은 또한 徐불(市자와 비슷하나 획수가 하나 적은 글자)이라고도 하니 그래야 주위 전설과 어울립니다
(2015-06-09 11: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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