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관세화,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쌀 관세화,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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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쌀 관세화 논란으로 온 농식품산업계가 떠들썩하다. 올해 말로 우리나라의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관세화로 전환할 경우 9월 말까지 적용할 관세율 등을 정리한 양허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해야 한다. WTO체제 출범 이후 20년간 유지해온 관세화 유예조치를 관세화로 전환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학계의 의견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관세화로 전환하지 않으면서 의무수입물량도 늘리지 않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농민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관세화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관세화 유예와 관세화, 실익 따져야

그동안 우리나라는 관세화 유예를 유지하는 대신에 의무수입량이 계속 늘어나 올해에만 40만9000t을 수입해야 하며, 이는 연간 쌀 생산량의 10% 수준에 해당한다. 쌀 산업 보호를 위해 선택한 관세화 유예조치가 오히려 쌀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00년까지 쌀에 대해서 관세화 유예를 받았으나 의무수입량이 매년 늘어나 수급관리에 큰 부담이 되어 유예기간 만료 전인 1999년에 관세화로 전환하였다. 일본의 경우 관세화로 전환한 이후 의무수입량 외에 매년 50t 내외의 쌀이 수입되어 외국식당 등에 사용되고 있으나 일본 국내 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관세화 전환을 서두른 대가로 연간 8만5000t의 의무수입량이 줄어들었으며, 2013년까지의 감축 누적물량이 119만t에 이른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에서 쌀에 대해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받았으며 2004년에 재차 7년간 관세화 유예를 연장했다. 그리고 2012년 이후 세 번째 관세화 유예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를 5년간 연장하는 대신에 의무수입량은 35만t에서 80만5000t으로 2.3배 늘리는 계획을 WTO에 제시했다. 그러나 필리핀은 이해 당사국들로부터 관세화 유예연장의 대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받고 이를 거부하자 WTO 상품무역이사회가 지난 4월 필리핀의 3차 유예요청을 기각해 버렸다. 필리핀의 사례는 우리 농민단체에서 제기하고 있는 의무수입량을 늘리지도 않고 관세화 유예를 지속하는 현상유지 협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더욱이 필리핀은 매년 100만t 이상의 쌀을 수입하는 쌀 수입국가이므로 쌀을 자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본과 대만이 먼저 관세화로 전환했지만 자국 쌀산업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고율의 관세상당치가 무역장벽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도 이제는 쌀 관세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때가 왔다. 만약에 정부에서 쌀 관세화를 추진한다면 주도적으로 관세화 전환을 검토하되 WTO가 허용하는 범주 안에서 높은 수준의 관세상당치를 양허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과 대만이 WTO에 제출한 양허안이 최종 승인되기까지 각각 2년과 5년이 소요됐다는 사실을 감안해 끈질긴 협상노력이 필요하다.



관세화 이후의 대책이 중요

쌀 관세화 이후 생산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충분히 근거가 있다. 아울러 인구의 노령화, 식생활의 다양화와 서구화 등으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벼 재배면적도 매년 1.7%씩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장·단기적인 쌀 산업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쌀 관세화 이후의 여건변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쌀산업이 갖는 사회적·정치적 비중을 감안할 때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WTO와 주도적이고 끈질긴 협상을 통해 우리의 실익을 반드시 관철시키도록 해야 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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