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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숲 정기를 온전히 느끼며 가는 길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11>산동면사무소~주천마을
최창민/강동현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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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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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20140711 지리산둘레길 11코스 산동마을 주천마을 (123)
편백나무 숲.


▲산동면사무소∼주천마을 구간은 15.9km로 휴식 포함 6시간30분이 걸리는 비교적 긴 구간이다. 난이도는 중급이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도 경계 밤재를 넘어 전북 남원시 주천마을로 연결된다.

옛날부터 구례와 남원을 이어 주었던 밤재를 중심으로 구례 쪽 산동면사무소 소재지, 원천, 현천, 계척마을이 있고 재를 넘어 남원 쪽에 용궁, 내용궁, 주천마을이 있다.

산동면사무소(원천마을)→현천마을→계척마을→산수유 시목지→편백숲→밤재→지리산 유스호스텔→용궁, 내용궁마을→주천마을.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은 ‘자전거여행’에서 산수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른 봄 가장 일찍 꽃을 피우는 것 말고, 노란 꽃이라는 것 말고, 나무에 꽃이 핀다는 것 말고 별 특징 없던 산수유가 고등한 작가의 사유를 관통한 뒤에는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달라진다. 어떤 이는 이 꽃에 대해 아찔한 꽃멀미를 안겨 준다고 했다.

구례 산동면에서 산수유를 빼놓을 수가 없다. 11만여 그루의 산수유가 자라고 있는 국내 최대 산수유 생산지다. 봄이면 특유의 노란꽃이 온 마을을 덮는다. 산동(山洞)면은 ‘산동네’에서 왔다.

계척마을 입구에는 천년 수령의 산수유 시목이 자라고 있으며 유명세를 타면서 공원이 조성돼 있을 정도다. 계척마을과 밤재 사이 산 사면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편백나무 숲은 울창할 뿐 아니라 그 사이로 난 산책로는 오가는 둘레꾼들에게 상큼함을 전해준다. 전남 구례 쪽에선 지리산 노고단 고리봉 만복대 바래봉 줄기를 보면서 걷고, 전북 남원 쪽에선 덕유산 자락과 지리산 북사면의 능선을 볼 수 있다.

옛사람들이 남원과 구례를 오갔던 큰 고갯길 밤재가 찻길이 뻥뻥 뚫리면서 용도 폐기됐다가 다시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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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재 오르는 길.
▲오전 9시, 산동면사무소 앞에서 원촌초등학교 앞을 지나 아스팔트길을 따른다. 10여 분 정도 더 진행하면 원촌교차로 부근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이 아닌 정면으로 직진해야 둘레길 현천마을 방향이다. 오른쪽 물길 건너 보이는 마을은 삼성마을이며, 이 길을 따라 계속 오르면 물맞이 장소로 전국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수락폭포가 나온다. 이 폭포는 과학적으로도 산소 음이온 발생이 월등히 높은 곳으로 밝혀졌다.

길가에 붉은 슬레이트집, 돌담에 담쟁이넝쿨, 들깨꽃이 메밀꽃처럼 하얗게 피어 있는 뜰을 가진 정감 넘치는 풍경이다. 그 앞에 호박도 자라고 있다.

19번 도로(하동∼구례) ‘산업로’ 아래 굴다리로 들어가 직진하면 현천마을 방향이다. 1960년대에 100여호가 어울려 살았던 대촌이었으나 지금은 49호가 산다.

마을 뒷산 견두산이 한자 ‘현(玄)’자 지형이며 마을 뒤에 흐르는 계곡은 옥녀봉의 옥녀가 빨래를 하고, 선비가 고기를 낚는 이른바 어옹수조(魚翁水釣)가 있어 그 아름다움을 형용하여 현천이라 했다. 특산물이 밤이다.

마을 입구 현계정 앞에서 오른쪽으로 180도 휘돈 뒤 저수지 둑길에 올라선다. 이때부터 마을을 떠나 산으로 들어선다. 오른쪽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소나무를 바라보며 고샅길을 따라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연관마을이다.

산 속에서 큰 정자나무가 있는 연관마을을 만난다. 조선 중엽 고씨에 의해 설촌됐으며, 당시 산 밑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한자 ‘연기 연(煙)’을 써서 연관마을이라고 했다고.

오전 10시7분, 최근에 새 단장한 것으로 보이는 밀양 박씨 무덤에는 화강암 새 석물이 놓였고 봉분에는 새 풀이 돋았다. 산등성이를 타고 넘으면 농로와 밭길이 실타래처럼 이어진다. 마을 상부에서 고도를 낮춰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중앙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형상이 계수(桂樹)나무를 닮아 한자 계(桂)자를 썼고, 베틀바위에서 베를 짜서 자로 쟀다 하여 척(尺)을 써 계척마을이다. 이 마을에 천년 묵은 산수유 시목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매년 3월 중순부터 이 마을을 중심으로 산동 일대에서 구례 산수유 꽃축제가 열린다. 천년의 향기, 산수유 웰빙테마파크가 조성돼 있다.

옛날 중국 산둥(山東)성의 처녀가 구례로 시집을 오면서 가져와 심은 산수유 묘목이 지금의 산수유 시목이라는 것이다. ‘할머니 나무’라고도 불린다. 산동(山洞)이란 지명이 중국 산둥성에서 유래했다고도 하는데 산동네에서 왔다는 것과는 배치된다. 둘레길은 천년 산수유나무 못 미쳐서 왼쪽으로 틀어 마을안부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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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척마을 산수유 .
계척마을을 떠나 시멘트 길을 따르면 어느새 산기슭으로 방향을 90도 틀어 올라야 한다. 거대한 보호수 푸조나무가 반긴다. 수령 600년에 높이 18m, 나무둘레 6.6m를 자랑한다. 둘레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밝은 인사가 왠지 고맙고 반갑다.

오전 10시30분, 시멘트 임도를 벗어나 다시 산으로 들어간다. 제법 산 냄새가 나는 길고 그럴 듯한 산길이다. 30여분이 지나면 편백나무 숲. 길지 않아도 색다른 풍경이다.

오전 11시 30분, 붉은 벽돌의 2층 독가촌이 나오고 밤재 입구에 선다. 밤재는 길다. 필시 밤나무가 많아서 부르는 이름일 것이다. 밤재 밑에는 19번 도로가 통과한다.

낮 12시 8분, 해발 490m 지점. 밤재 정상에 선다. 정면으로 견두산(774m)으로 가는 등산로가 열려 있다. 차량이 올라올 정도로 넓은 주차장이 있으며 정자 쉼터, 상수도 시설도 있다. 산 능선에 설치한 차가운 상수도가 사람들의 목을 축여주는 역할을 한다.

오른쪽 검은 산 줄기는 노고단을 거쳐 고리봉 만복대 고리봉 세걸산 바래봉 등 북쪽으로 치닫는 백두대간 길 실루엣이다. 지리산 둘레길을 열면서 세운 것으로 보이는 생명평화경이라는 글귀가 밤재에 있다.

‘생명평화의 벗들이여, 생명평화의 길 근본이 되는 존재의 실상인 상호 의존성과 상호 변화성의 우주적 진리는…, 이것이 있음을 조건으로 저것이 있게 되고, 저것이 있음을 조건으로 이것이 있게 된다. 상호 의존성과 상호 변화성의 진리를 따라 생성 소멸 순환하는 존재의 실상인 이 사실은 현재도 그러하고 과거에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장문의 글이 난해한데 ‘뭇생명, 자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표현으로 보인다.

밤재를 넘어간다. 임도는 원시림 숲에 파묻혔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한다. 길은 고도를 최대한 낮춘 뒤 19번 도로 옆을 따라 같이 진행한다. 도로를 건넜다가 지리산 유스호스텔 부근 앞을 지나 다시 도로 아래 굴다리를 통과해야 한다.

된비알의 산이 하나 막아선다. 밤재를 넘어 19번 도로와 조우했을 때 거의 다 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앞으로 이 재를 포함해 4km를 더 걸어야 목적지 주천마을이다. 산으로 들어 작은 재를 넘어간다.

오후 1시가 돼서야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밤재를 넘어 주천으로 향한다. 오후 2시 출발 후 용궁마을 앞을 지나고 나리꽃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과수원길을 따라 내려선다. 꼭두마루재, 무너미를 가리키는 이정표는 이름만 있을뿐 어디가 어딘지를 알 수 없다.

오후 3시, 낡은 기와를 이고 있는 효자비와 재실은 고색창연하다는 표현보다는 빛이 바랬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회색빛이다. 재실 앞 들길 논길을 지나서 내용궁마을 외평마을을 지나 19번 도로에 서면 목적지 주천마을이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는 ‘주천∼운봉구간’이며 따라서 주천마을은 제1구간 시작점이 되는 곳이다.

최창민·강동현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 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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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마을 가는 길에 시골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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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수형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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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수령의 푸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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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표정의 둘레길 사람들.
GN20140711 지리산둘레길 11코스 산동마을 주천마을 (159)
길바닥에 핀 버섯.
GN20140711 지리산둘레길 11코스 산동마을 주천마을 (174)
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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