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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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영국의 옥스퍼드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동료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앞으로 20년 내에 직업의 절반가량이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는 기술발달로 인한 자동화와 컴퓨터화라고 한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컴퓨터나 로봇이 대신하니 그만큼 사람이 할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직종이 생겨 나가겠지만 사람이 할 일은 일부 엘리트들의 치열한 경쟁과 점차 단순화된 노동시장으로 극명하게 양분될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OECD가 내놓은 전망은 더욱 어둡다. 한국경제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과 경제의 위기 등 악재가 동시에 닥쳐와 퍼펙트 스톱의 여지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1년 후에는 인도네시아에게도 추월당할 수 있다는 중·장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악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계와 기업, 공공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세금도 안 걷혀 국가재정이 흔들거리고 있다. 그토록 멀리 달아난 것 같았던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이제 1.1년으로 좁아진 반면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성과 가격경쟁은 오히려 중국에 밀리고 있다. 기업과 국가 경쟁력의 위기라 할 수 있다. 경제성장 전망을 보면 더욱 암울하다. 과거 일본의 정체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위기의식마저 감돈다. 2031년부터는 잠재성장률이 0.55%로 사실상 성장 중단사태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들은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실제로 우리경제의 속을 들여다보면 OECD의 예측이 크게 빗나가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세금은 10조원 이상 걷히지 않고 있다. 수출을 주도해 우리경제의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전자의 성장도 주춤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침체를 주도한 부동산 경기는 깨어날 줄 모르고 구조조정이 가장 절실한 업종이 건설이고 실제로 하반기에는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은 여유자금을 쌓아둔 채 투자를 꺼리고 있어 정부가 세금을 매겨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청년실업은 여전히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경제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경제문제를 우선적 해결과제로 삼았지만 정치는 국정원 댓글사건과 선거, 인사문제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주도권 싸움에만 매몰되어 있다. 말로는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의 생존은 그들만의 주도권 싸움에 밀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쌀시장의 완전 개방은 피폐해진 농촌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국회는 7·30 재·보선에 눈이 어두워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농업이 우리경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쌀시장 개방은 높은 관세율 적용에도 불구하고 분명 악재이다. 이제는 우리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앞서 지적한 경제여건과 겹쳐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쌀농사는 이미 우리의 농촌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는 사양산업이다. 단위면적당 수익률이 가장 낮은데다 공급이 남아돌고 있다. 농가마다 자급할 만큼만 재배하고 농지를 놀리는 경향이다.

이제는 왜 소득이 높은 네덜란드나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이 세계 5대 농산물 수출국인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농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내수보다는 수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날로 고령화되어 노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우리의 농촌을 살리고 농업을 수령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쌀개방을 피할 수 없듯 농촌의 변화도 피할 수 없는 가장 당면한 과제이다. 위기는 알고 대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IMF를 우리는 그렇게 극복해 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가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재·보궐 선거가 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국민의 준엄함을, 민심의 향방을 알려 깨우치게 하는 계기는 되어야 할 것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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