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의 온고이지신
독일 축구의 온고이지신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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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 건축학과 교수)
금번 월드컵에서 독일은 보란듯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사실 독일은 강하기는 해도 그다지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팀은 아니다. 이는 ‘22명이 싸우다가 끝나보면 독일이 이겨 있다’는 유명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독일이 월드컵을 처음 우승한 것은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였다. 당시 세계 제2차 대전의 패전으로 매우 의기소침해 있던 독일 국민들은 의외의 우승이라 매우 놀라워했다. 이를 계기로 독일 사람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고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경제 대부흥을 이룩했다.

원래 독일 사람들은 차분하고 조직적인 성격을 가진데다 전쟁에서 겨우 생존하였음으로 분데스리가는 안전을 우선시하는 수비중심의 축구로 발전되었다. 이는 1974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또 한 번의 우승과 198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축구가로 군림하게 된 원동력이 된다. 독일의 수비수들은 마치 탱크와 같이 질풍노도처럼 축구장을 달리면서 상대방의 공격을 거칠게 막아낸다. 이러다 보니 독일의 유명한 수비수들은 쓸어 버린다는 의미의 ‘청소기’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골을 넣는 방법도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양 날개를 이용하거나 중앙 후방에서 골대 앞으로 공을 길게 차 넣어주면 발이나 머리 또는 몸을 사용해서 골을 우겨 넣는다.

이러한 독일의 분데스리가 축구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이후 세계 정상의 자리에서 점점 밀려나게 되었다. 이에 독일 축구는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등의 세계 정상들의 뒤안길에 서게 되었고 새로운 해결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의 구심점에 섰던 사람이 클린스만과 뢰브 감독 등이다. 특히 뢰브 감독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거치지는 않았으나 지도자로서는 타고난 천재성과 피를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전의 조직적이고 단순한 독일 축구 스타일에 좁은 공간에서의 패스연결을 통해 공간을 점유하고 상대방을 코너에 몰아넣는 유기적인 전술을 가미했다.

사실 필자가 더 감탄하는 것은 보수적이라 알려진 독일 사람들의 새것에 대한 창의성과 적응능력이다. 특히 이번 우승의 주축이 된 바이에른 뮌헨 지역은 외국인은 물론이고 독일 사람들도 고개를 흔드는 보수의 원조 동네이다. 하지만 이들은 산업, 경제, 학문, 축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옛것을 알고 새것을 찾아가는 ‘온고이지신’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바이에른처럼 남쪽지방에 있는 진주 사람들의 보수성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다. 고향인 경북을 떠나 진주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필자의 동료가 “여기 사람들이 나를 아직 진주사람으로 취급해 주지 않는다”고 푸념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 때문에 우려하는 것은 어렵게 유치해 놓은 혁신도시의 완성이다. 사실 수도권에서 최고의 공기업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남쪽 멀리 떨어진 작은 도시에 강제로 이주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날벼락인지도 모른다. 이것만 해도 힘든 일인데 가야 하는 도시의 사람들이 어찌나 보수적이며 배타적인지 걱정이 앞설 따름이다. 이러한 걱정과 우려는 혁신도시 입주기업이 하나 둘씩 들어오고 사옥을 짓는 과정에서 서서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진주와 협조와 융화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공사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는 곧 진주 이전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심지어 유치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을 두고 속된말로 ‘화장실 다녀와서 마음 바뀐’ 것과 비교하는 정도이다.

지역의 인문사회적인 전통과 정신을 좋게 생각하고 고수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쳐서 새것을 내어 친다면 이는 독선적 편견이나 배타가 된다. 혁신도시는 낙후된 서부경남, 특히 진주의 자긍심과 영광을 찾아줄 절호의 기회이다. 이에 독일 축구처럼 진주사람들이 온고이지신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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