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전쟁, 총성은 언제 멈출 것인가?
물 전쟁, 총성은 언제 멈출 것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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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끝난 줄만 알고 있었던 물 전쟁이 또다시 포문을 열었다.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그칠 줄 모르는 지루한 전쟁이다. 전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황강댐(합천댐)에서 남강댐으로, 다시 문정댐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 전쟁은 공격과 반격으로 이어지는 싸움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연합군은 늘 공격만 하고, 경남도는 수세적 입장에서 방어만 해야 하는 특이한 싸움이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사용하는 전술도 다양하다. 애초에는 황강댐과 남강댐에서 각 50만t의 물을 취수해서 부산 등에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저항이 거세지자 황강댐의 취수지점을 하류 44㎞지점으로 옮기겠다는 전술을 폈다. 거기서도 밀리자 남강댐 운영수위를 현행 41m에서 45m로 올려 수량을 확보하는 정공법을 택했다가 또다시 엄청난 반발에 부닥쳐 후퇴했다. 이번에는 홍수조절용 댐건설이라는 우회공격 수법을 슬그머니 들고 나오고 있다.

따지고 보면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 물을 ‘준다, 못 준다’의 문제도, ‘네 것이냐, 내 것이냐’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소지역주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시각이다. 경남에서 어느 누구도 물을 주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역대 도지사들도 한목소리로 ‘물은 공공재다. 남는 물이 있고, 주민들의 생존권이 보장된다면 나눠 먹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환경문제와 문화재 보호 등의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여유 수량과 생존권에 관한 것이다.

여유 수량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경남도의 계산방식과 결과가 너무 다르다. 2011년 국토부가 수자원공사에 의뢰해 나온 결과에 따르면 남강댐의 물 여유량은 하루 65만t에 이른다고 한다. 반면 경남도의 입장은 ‘남강댐은 지금도 물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만 15개월간 수량부족으로 계획 방류량을 공급하지 못했다고 한다. 입장 차이는 있지만 양측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풀어 나가면 답이 나오게 되어 있다. 여유 수량이 없다면 더 이상 전쟁을 치를 이유가 없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다.

만약 여유 수량이 충분히 확보될 경우에는 지역민의 생존권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물 부족국가로 지정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물을 담아 둘 수 있다면 최대한 많이 담아 두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면 그 어떤 이유로도 안 된다. 지난 2008년 국토부가 제시한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을 통한 부산 물 공급처럼 지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은 절대 불가하다. 남강댐의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이런 정책은 나올 수 없다. 남강댐은 항아리 모양이 아니라 접시모양이다. 유역면적은 넓지만 담수용량이 적다. 따라서 갑자기 상류에서 많은 비가 내리면 비상방수로를 통해 사천만으로 물을 내보내야 한다.

상류에 많은 물을 담아 놓고 있을수록 남강댐의 위험성은 더 높아지게 있다. 서울 팔당댐 상류에 있는 11개의 댐이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반면에 남강댐 상류에 댐을 설치할 경우 자칫 홍수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가 “상류 설치검토 중인 문정댐은 홍수기 이외에는 물을 담아두지 않는 홍수조절댐으로만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도 지역민의 이런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본다.

최근 문정댐 설치에 대한 논란도 여유 수량과 주민 생존권이라는 본질부터 따져봐야 한다. 중앙정부는 홍수조절용 댐이라고 말하고, 오히려 경남도에서는 식수댐을 만들어서 부산에 물 나눠 주자고 주장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 이상 연출해서는 안 된다. 댐 설치를 주민투표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먼저 여유 수량과 주민 생존권이라는 본질부터 명확히 점검하자. 그 후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도 늦지 않다. 20년 물 전쟁의 총성을 이번에는 멈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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