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을 산재 안전지대로 <3>
서부경남을 산재 안전지대로 <3>
  • 강진성/박성민
  • 승인 2014.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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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안전'으로 사고 막는다 ①LH신사옥
lh신사옥현장
진주혁신도시의 랜드마크인 LH신사옥 공사현장. 대건설 컨소시엄이 2012년 11월 착공해 현재까지 산재발생 제로화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4월 준공예정이다.

 
경남 진주혁신도시내 LH신사옥 공사현장.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이 건물은 진주혁신도시내 단일 최대 건물이자 랜드마크로 착공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2012년 11월 착공해 현재 공정율은 55%로 웅장한 건물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건설이 주도하는 이 공사는 하루 투입 근로자만 800~900명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공사다. 2015년 4월 준공예정으로 공사금액만 3000억원이 들어간다. 건물높이는 지하 2층 지상 20층(최고높이 92m)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건물내 곡선부가 많아 고난이도 공사로 꼽히고 있다.

국내 최고 친환경건축물인 LH신사옥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안전없는 품질은 의미없다’는 신념아래 진행하고 있다. 고난이도 공사에도 착공한 지 20개월 가량 지난 현재까지 무재해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는 현대건설의 안전 노하우가 숨어 있다.

현대건설음주측정
진주혁신도시내 LH신사옥 사업현장으로 출근한 근로자들이 음주측정을 하고 있다. 면허정지 수준인 알코올 농도 0.05이상일 경우에는 퇴출된다.

◇음주측정 후에 현장으로

지난 25일 오전 6시 30분 LH신사옥 현장. 공사장 출입구에 근로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지하철에서나 볼 수 있는 개찰구에 근로자 개인 정보가 담긴 RFID(주파수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카드를 갖다대야 입장이 가능하다. 카드에는 건설현장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 현황’과 추가적으로 현대건설에서 실시하는 ‘특별안전보건교육’ 이수 내용이 담겨있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는 작업자는 원천적으로 공사장 출입을 통제된다.

개찰구를 통과하면 음주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면허정지 수준인 알코올 농도 0.05이상이 나오면 퇴출이다. 0.03~0.05미만이면 별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착공 초기 일부 근로자는 이같은 까다로운 출입시스템때문에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안전절차에 응하지 않는 근로자는 되돌려 보냈다. 인력확보가 어려워도 어쩔 수 없었다. 안전에 대해서 타협하기 시작하면 더 큰 안전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봤기때문이다.

수개월이 지나자 근로자들도 이 같은 방침에 수긍했다. 이러다보니 새벽까지 과음하고 출근하는 관행이 없어졌다.

스툴박스회의
LH신사옥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아침체조에 이어 당일 작업내용과 안전수칙을 공유하기위해 작업팀별로 회의를 갖고 있다.


◇“안전하지 않으면 일하지 말라”

음주검사대를 지난 작업자들은 조회를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아침체조에 이어 서로 줄지어 어깨안마를 하자 경직됐던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어 업체별로 둥글게 모여 회의에 들어갔다. 당일 작업지시와 안전수칙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비가 예고된 이날은 특히 미끄러짐 사고에 대한 주의가 이어졌다. 안전을 당부하는 구호를 외친 뒤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김영철 현대건설 LH신사옥 현장소장은 ‘안전이 제1수칙’이다. 현장에서는 “위험한 곳에서는 절대로 용감하게 행동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작업자체를 진행시키지 않는다는게 김 소장의 철학이다.

이같은 안전제일주의는 현대건설의 ‘PTW(사전작업허가제: Permit To Work)’시스템에 반영돼 있다. PTW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 위험요소에 대해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작업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안전팀이 꼼꼼히 확인하고 결제가 이뤄져야 비로소 작업할 수 있다. 작업에 들어가더라도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즉시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김기열 현대건설 LH신사옥 건설공사 안전팀장은 “현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작업은 PTW를 거쳐야 한다”며 “작업내용에 따라 위험요인과 대책이 제대로 마련됐는 지 검증을 거친 뒤에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TW 시스템은 모든 안전불감증 해소와 함께 무재해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안전에 대한 불편사항은 현장에서 접수해 해결한다. 근로자 누구든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안전비용은 낭비가 아니다”

현대건설은 현장출입부터 작업까지 모든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적용하고 있다. 안전수칙은 크게 ‘안전시설’과 ‘감성안전’으로 접근하고 있다. 안전시설은 현재 공정율 대비 법적비용보다 더 많이 투입됐다. 일례로 추락방지망(작업자의 추락사고를 막기위해 외벽에 설치된 그물망)은 지상에서 10m높이마다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현대건설측은 건물 1개층(4.5m)마다 설치했다. 혹자에게는 과잉안전시설로 보일 지 모르지만 김기열 안전팀장의 생각은 다르다.

김 팀장은 “아직까지 안전시설을 많이 설치하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설사 사고가 나지않더라도 안전시설비용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안전시설 역시 공사의 일부분이며 당연히 들어가는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촘촘한 추락방지망의 효과를 봤다. 당시 2층에서 작업 중인 한 근로자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추락하는 사고가 발행했다. 그는 1층~2층 사이에 설치된 추락방지망(지상에서 약 4.5m 높이)에 떨어졌다. 덕분에 그는 부상없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점심셔틀버스
LH신시옥 현장 근로자들이 500m 떨어진 식당으로 이동하기 위해 셔틀버스에 오르고 있다. 현대건설측은 가까운 거리지만 복지차원에서 혹서기에 운영하고 있다.


◇감성 접근으로 사고를 막는다

안전시설 못지않게 현대건설이 내세우는 것이 ‘감성안전’이다. 일명 ‘노가다판’이 아닌 근무현장을 만들기 위해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무더운 7~8월은 집중력 저하로 안전사고가 많은 시기다. 현대건설은 현장에서 식당까지는 불과 500m거리지만 직원들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열사병을 막기위해 제빙기까지 설치해 얼음을 자유롭게 가져가도록 했다.

현대건설은 수시로 조회시간에 안전모를 닦아주는가 하면 안전용품 지급, 아침간식 제공 등으로 근로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일주일 1개월을 일하더라도 일명 ‘노가다판’이 아닌 제대로된 직장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감성안전’은 근로자들의 마음은 물론 행동까지 움직이게 만든다. 현대건설의 까다로운 안전수칙을 거부하던 사람들도 수긍하고 따르게 됐다고. 이러다보니 불안전행동 요소도 많이 사라졌다.

김기열 안전팀장은 “사고는 사실 위험해 보이는 곳보다 생각지 않은 곳에서 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들의 감정이 나쁠경우에는 위험한 행동이 나타나기 쉽고 이는 결국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안전관리자들은 작업자들과 대화할 때도 감정적인 말은 삼가하고 있다. 상대방을 부를때는 일용직 근로자하더라도 ‘아저씨’가 아닌 ‘반장님’ 등으로 배려한다.

그는 “말한마디에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해야 한다. 근로자를 존중하고 기분이 좋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제빙기
현대건설이 감성안전의 일환으로 무더위 해소를 위해 제빙기를 설치해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 이제는 ‘안전제일’ 시대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의 다시 한번 안전에 대한 중요성 깨달았다.

안전을 뒤로하고 품질개선과 성과제일주의에 매몰됐던 기업들도 ‘안전’이라는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이에 현대건설은 법적 안전시설물에서 더 나아가 불안전행동을 막기위해 공정대비 25%나 더 많은 안전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김영철 현장소장은 “안전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면서 “이제는 기업들이 품질제일에서 안전제일을 첫 번째 가치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은 거의 마쳤지만 현대건설은 준공하는 날까지 마음을 놓지않고 있다. 사고는 방심하는 순간 언제 어디서나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파수꾼 역할하는 ‘안전지킴이’

LH신사옥 건설현장의 특별한 점은 전문 안전지킴이(패트롤)가 상주한다는 것이다.

전문자격증을 가진 이들은 총 9명이 2개층 마다 배치돼 있다. 법적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현대건설에서 일종의 안전경찰 개념으로 건설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은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작업을 중지 시킬 수 있는 권한을 현장에서 가지고 있다. 추락이나 압착 등 사고위험이 큰 작업이 진행될 때는 현장에서 계속 감시하기도 한다. 또 안전지킴이들은 근로자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나 명령조의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원활한 현장 진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늘도 LH신사옥 현장에는 추락과 협착, 돌발사고 등의 위험이 높은 작업시에 어김없이 안전지킴이들이 바쁘게 수신호를 주고 받으면서 현장을 주시하고 있다.

강진성·박성민기자



현대건설 안전팀이 전하는 ‘안전 3계명’

1.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자

세월호 참사는 선원들이 기본과 원칙을 지켜지 않아 일어난 사고다. 근로자는 현장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사업주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시설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작업 전 대책수립·작업 중 안전점검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위험요인 및 개선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작업 중에는 이행 상태 및 작업방법에 대한 점검을 통해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한다.

3. 감성안전으로 자발적 안전문화 조성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근로자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안전활동의 주체임을 깨달아야 한다. 사업자는 감성적인 접근을 통해 불안전한 행동을 사전에 근절하는 안전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안전지킴이
LH신사옥 건설현장에 배치된 안전지킴이가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안전경찰 역할을 하는 안전지킴이는 위험요소가 있을 경우 작업을 중단지키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10명 안팎의 지킴이가 2개층에 1명씩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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