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 당기고 '뚝딱' 굴착기도 쓰기나름
밀고 당기고 '뚝딱' 굴착기도 쓰기나름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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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창고 짓기
지난주에는 절기상으로 일 년 중 가장 무덥다는 대서가 끼여 있었다. ‘염소 뿔도 녹인다’는 속담이 있는 대서 더위지만 한 주 내내 오락가락한 비로 인하여 극심한 무더위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말이 되자 대서 더위의 맛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밤에도 푹푹 찌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모두들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물을 찾아 바다와 계곡을 찾아나서는 휴가철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때가 여름 과일이 가장 풍성한 계절이다. 복숭아는 시장 바닥을 점령하다시피 출하량이 많고 자두며 포도, 갓 수확을 시작한 배까지 선보이고 있다. 농사 짓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확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추어 계절에 관계없이 선보이는 과일이 많아졌다. 배 주산지인 우리 마을만 보아도 예전에는 8월초가 되어야 햇배를 수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열흘 정도 앞당겨 출하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수확할 수 있으면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었기에 기술을 발달시켜 온 것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햇볕이 강한 한낮을 피해 농사일을 한다. 특히 여름에는 아직 여명이 트기 전에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논밭을 나서는 것이 일상이다. 새벽에 일을 나서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오전 일을 끝내고 한낮에는 쉬거나 그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소일한다. 긴 휴식시간을 보내고 해거름 때 다시 일을 시작하면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계속된다. 시골 사람들은 한낮에 일하는 사람을 보고 칭찬보다는 미련하게 일한다고 나무라곤 한다. 여름 뙤약볕 아래서 일을 하다가는 몸을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잡초, 특히 바랭이는 짜증스러울 정도로 빨리 자란다. 거짓말을 조금만 보태면 하루에 한 뼘은 족히 자라는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베고 베어도 끝이 없다. 여름은 풀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계절이다. 잡초는 제 때 잡아야지 시기를 놓치면 일은 두 배로 늘어나고 때로는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여름철 일상은 풀 베는 것으로 시작하여 풀베기로 끝나는 날이 많다.

새벽에 예초기를 짊어지고 나서면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풀을 벤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일을 시작하면 떨어질 때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두 시간 정도 풀을 베고 나면 온몸은 땀으로 젖고 팔도 피곤함을 느낀다. 처음 예초기를 사용할 때는 풀을 베고 나면 손이 떨려서 젓가락질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었다. 익숙해지면 근육이 떨리는 현상은 사라지지만 무리하지 않고 기름 한 통이 떨어지면 풀 베는 작업을 끝낸다. 풀 베는 작업은 비가 내려도 할 수 있는 작업이라 때로는 빗속에서도 한다.

지난 4월에 창고를 짓기 위하여 바닥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깔아 두었다. 그동안 창고를 지어주겠다던 우리 모임 회장님께서 시간이 나지 않아 지금까지 미루어 왔다. 최근 바쁜 일이 끝났으니 창고를 짓자고 했다. 지난주에는 철강회사를 찾아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여 실어 왔다.

주말에 갠 날을 택해 창고 짓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 깔판을 깔고 기둥을 세웠다. 콘크리트 바닥이 고르지 않아 높이를 일정하게 해야 하는 기둥 세우는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둥이 고르게 바로 서야 다음 작업이 쉽다며 수평을 잡고 높이를 조절하기 위하여 철판을 자르고 붙이며 하루를 보내고서야 끝이 났다.

기둥 세우는 일이 끝나자 다음 날부터는 기둥에 용접을 해서 붙인 철판에 기둥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낮은 곳부터 시작하여 높이를 높여가며 작업을 했다. 어느 정도 고정이 되자 철제빔을 걸치는 작업을 시작했다. 무거운 철제빔을 설치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으나, 경험이 많은 회장은 장비를 따로 빌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굴착기와 밀어 올리는 것이 가능한 운바구를 이용하여 끝냈다.

모든 작업이 나에게는 신기하기만 했다. 굴착기의 용도가 다양하다는 것도 알았다. 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들어 올리는 것은 물론 기둥을 밀고 당기며 수평을 잡는데까지 못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특히 운전자가 자기 손발 움직이듯 요리조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용하는 기술이 신비에 가까웠다. 창고 짓는 작업은 무더운 삼복더위 가운데서도 계속할 것이다. 때로는 쉬어가면서 작업을 하겠지만 시간이 가면 끝날 것으로 믿는다.

/정찬효·시민기자

창고신축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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