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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와 동행한 둘레길 1번지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12>주천∼운봉읍
최창민/강동현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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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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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 운봉구간 제방길 하늘과 대지가 자연색이다


▲주천마을∼운봉읍 구간은 지리산 둘레길 제1구간이다. 따라서 주천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출발점이 된다. 실상사 도법스님이 처음으로 제안한 뒤 최초 5구간까지 개발됐다. 이후 하동 산청 함양 구례 등 각 지자체간 협의를 거쳐 연장 개발돼 전체 22구간이 완성됐다. 1구간은 15.1km로 휴식포함 6시간이 소요된다. 코스 난이도는 중이다.

주천면→내송마을→솔정지→구룡치→회덕마을→노치마을→덕산저수지→질매재→가장마을→행정마을→양묘장→운봉읍.



“눈은 자연색을 볼 수 없고, 귀는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코는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없으며 몸은 자연의 느낌을 감지할 수 없다. 그나마 입으로 자연의 맛을 느껴 생명을 연명하는 수준이다. 인간이 산으로 들로 가려는 것은 본능적으로 생명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

2004년 3월 지리산둘레길을 처음으로 제안했던 실상사 도법스님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덧붙여 “세속에 찌든 현대인들이 성찰의 삶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자연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과 자연은 공동운명체다. 둘레길이 이런 역할을 할 것이다”고 했다.

지리산 둘레길 첫 출발지 주천, 첫발을 내디뎠을 때 하늘은 놀랍도록 맑아 있었다. 하늘은 오리지널 제 빛깔 파아란 자연색, 산과 대지는 신록이 춤추는 진초록, 그 사이 하늘에는 백옥처럼 맑고 하얀 구름이 걸쳐 있었다.

그야말로 자연색이 선명하게 보이고 물소리 바람소리 들리며 풀냄새 진동하는 풍경, 나도 모르게 자연에 동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시간 도착지 운봉읍에 닿았을 때는 태풍의 뒤에 따라온 비구름 알갱이가 햇빛을 받아 찬연한 무지개를 꽃처럼 피워냈다. 지리산은 자연 최고의 조화, 아름다운 기현상을 단 하룻만에 모두 보여주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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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치 넘어가는 취재팀


▲오전 9시 10분, 주천마을 출발. 주말 내내 남부지방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하늘은 신기할 정도로 맑아 있었다.

“비가 많이 온다더니 날씨가 너무 좋은 거 아니야”. “날씨 좋다고 말하지 마쇼, 입살이 보살이라고 언제 또 소나기가 내릴지 모르는데…,”

주천마을주차장을 떠나 시냇물을 건넌다. 정령치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흐르는 실계곡이다. 한방백숙이 유명한 비부정식당 부근에서 아스팔트로를 건넌 뒤 오른쪽 소나무 가로수로를 따라간다. 한껏 달궈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 목덜미로 쏟아지는 강렬한 태양빛이 따갑다. 처음 아침부터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도로를 벗어나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내송마을 옆의 논밭 들길로 향한다.

오전 9시 30분, 온전한 숲, 산으로 들어간다. 초입에 서어나무 군락 아래 벤치가 있는 쉼터 개미정지가 나온다.

이때부터 정결(淨潔)의 숲, 이 구간 최고의 둘레길이다. 개미정지 솔정지 구룡치를 지나 사무락다무락 회덕마을까지…, 구관이 명관, 왜 둘레길 1번지가 됐는지 실감할 수 있다.

개미정지와 솔정지는 이 지역 출신 의병장 조경남(趙慶南)의 전설이 서린 곳.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전공을 세웠으며 이곳에서 휴식하기도 하고 작전을 세웠다고 한다. 정유재란 때는 숙성치를 넘어 남원성을 향하는 왜군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던 곳이라고도 한다.

숲으로 화살처럼 날아드는 강렬한 햇살은 초록잎의 색소를 분리시켜 노란 빛을 보여준다.

길은 여지없이 오름길이다. 숲 사이로 산 아래 들 가운데 자리한 주천마을이 힐끗 힐끗 보이지만 구룡치까지는 한치의 여유도 가질 수 없는 오름길이다.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출발 1시간 20분 만에 구룡치에 닿는다. 넓은 쉼터가 있다. 숲과 나무사이를 지나온 센바람이 재를 타고 넘어간다.

구룡치는 주천면 또는 멀리 정령치 너머 달궁에서 온 주민들이 남원장에 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다.

특히 달궁주민들이 남원장에 가려면 2박 3일이 걸렸다고 한다. 장길로 이용하는 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백중이 지나면 길을 보수했는데 지금도 당시의 보수흔적을 찾아볼 수가 있다.

구룡치를 넘어 25분여분정도 내려가면 헷갈릴 수 있는 갈림길이 나와 주의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샛길이 아닌 큰길로 직진하면 된다.

오전 11시, 사랑소나무 혹은 용소나무로 불리는 연리지가 있다. 작은소나무가 큰소나무에 붙어 휘감고 올라간 형상이다.

곧이어 사무락다무락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돌탑을 만난다. 사무락은 사망(事望)을 의미하고 다무락은 담벼락의 남원 말이다. 사망다무락이 운율에 맞춰 변천된 것으로 보이는데,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액운과 화를 없애고자 지날 때 마다 돌을 쌓아 올렸다고 한다. 임란 때는 장군들이 전쟁을 앞두고 승전과 안녕을 빌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다고 생각할 즈음 맞은편 산 중에 회덕마을이 보인다. 거기 어디 쯤 늙은 소나무 군락지가 있다, 옛날에는 초군들의 쉼터였다.

개울가에 간단한 음료와 막걸리를 파는 독가를 지나면 이제부터 다시 아스팔트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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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덕마을 앞


곧바로 회덕마을 앞. 회덕의 원래 이름은 모데기, 운봉과 달궁에서 남원장을 보러가던 주민들이 걸어온 두개의 길이 이곳에서 모인다해서 그렇게 불렀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 다녔던 회덕 마을 초군들이 이제 불혹을 지나 지천명이 됐을까. 마을 이정석에 새긴 글귀에서 그들의 아리고도 아련한, 또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의 마음을 느낄수 있다.

‘고향 땅 나무내음 풀내음에 도취되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수 있는 우리의 보금자리/ 많은 추억들 살아 숨쉬고 고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우리 고향산천을 우리들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리라’ 지리산 둘레길에도 어울리는 글이다.

낮 12시, 소나무 10여그루가 석물도 없는 무덤을 에워싼 특이한 무덤을 만난다. 그 앞에서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틀어 들길로 향한다. 들녘의 벼는 벌써 이삭이 팼다. 논사잇길을 따라가면 노치마을이 나온다.

노치마을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특이한 지역이다. 이 마을의 완만한 둔덕을 중심으로 왼쪽물은 서쪽으로 흘러 섬진강으로 가고 오른쪽의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평평한 것 같아 보이지만 두개의 큰강을 갈라내는 백두대간이다.

대간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북으로 성삼재 만복대 고리봉, 운봉고원을 지나 노치마을에 닿은 뒤 노치 당산소나무사이로 수정봉 여원치로 향한다.

둘레길은 노치마을 앞으로 대간을 가로질러 다시 아담한 솔숲동산으로 들어간다. 오른쪽 발 아래 규모가 큰 덕산저수지가 보인다.

정겹다 못해 앙증맞은 솔숲을 빠져 나오면 거대한 무덤군이 등장한다. 오씨 집안의 무덤인데 지금까지 본 것 중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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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물없는 특이한 무덤


내려서면 선녀가 화장하는 것처럼 아름답다는 가장(佳粧)마을. 이 마을 사람들은 옥녀봉 아래에 옥녀가 베를 짜는 옥녀직금의 천하명당이 있다고 믿고 있다.

낮 12시 46분, 60번도로를 건너 덕산마을입구 쉼터에서 휴식한다.

오후 2시, 자리를 털고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들녘 제방길을 지난다. 가장교를 건넌 뒤 좌우로 갈대잎이 성성하게 자란 제방길이다.

산아래 누룽지라는 간판이 보이면 오른쪽으로 꺾어 행정마을까지 나간다. 마을 북쪽에 60여그루의 190년 된 아름드리 서어나무 숲이 있는데 2000년에 ‘아름다운 마을숲’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촬영된 곳이다.

행정마을을 지나서도 제방길이다. 이번엔 좌우에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이 다를 뿐 흔한 제방이다.

오후 3시 20분, 운봉읍 지나 운봉초등학교 앞에 닿으면 지리산 둘레길 1구간에 해당하는 본지 취재 12회차가 마무리된다.

귀가길 하늘엔 소나기 대신 무지개가 피어나 일행들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 할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었다.

최창민·강동현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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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마을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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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마을 지리산 둘레길 출발점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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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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