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07)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07)
  • 경남일보
  • 승인 201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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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경남의 문학제들, 토지문학제(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07)
<68>경남의 문학제들, 토지문학제(2) 
 
제1회 토지문학제에 참석한 ‘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한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 감회를 감추지 않았다. 근황은? “하동 악양을 찾은 것은 저에겐 10달만의 첫외출입니다. 그동안 허리를 다쳐 글 쓰는 것과 집안 일에만 전념했을 뿐 외출을 못했어요. 와서 보니까 지역분들의 열의가 너무도 대단해 작가로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최참판댁’을 보신 소감은? “소설속에 등장하는 최참판댁은 말 그대로 작가의 상상에 의해 그려진 공상의 집입니다. 악양은 글을 쓸 때에도 한 번도 와 보지 못했던 곳이고 그런데 이렇게 와서 보니 참으로 예삿일이 아닌 것 같군요. 지어진 건물을 떠나 악양이라는 곳, 그리고 지리산이라는 곳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글을 쓴 작가로서 그저 지역민들의 성의에 송구스럽고 고마울 뿐입니다.”

이 지역에 대한 느낌은? “이곳에 오면서 생각했지만 악양이라는 곳이 참 이상한 곳입니다. 토지를 집필할 당시 한 번도 와 보지 않았지만 상상력과 현실이 닮아 있는 부분이 많아 놀랐습니다. 그리고 악양을 품고 있는 지리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리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지리산은 한이 많은 산입니다. 아픔과 서러움을 지닌 산입니다. 핍박받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곧 지리산입니다. 이런 생각 속에 겨레, 동족, 인간, 산천에 대한 나의 애정과 눈물을 자각했고 내가 토지를 쓴 것이 바로 이런 것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토지문학제와 작가에게 거는 기대는? “토지문학제가 능동적인 생명을 생명으로 잇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화와 예술, 자연과 삶의 문제들을 추구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마당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을 쓰는 모든 분들은 제 각각 생각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그분들게 무엇인가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전반적인 경향에 말씀 드리면 시대는 변해도 작가, 작가정신은 오히려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변화와 현재의 흐름이 바람직한 것인지, 자신에게 검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시대에 역행할 수 있는 것, 저항할 수 있는 것, 이런 정신이 작가에게 요구됩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지금은 구심점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구심점이라는 것은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말합니다. 물질문명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는 말기입니다. 유물론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필요합니다.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명의 피폐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박경리는 서두 인사에서 “나는 소설 ‘토지’를 제가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는 손만 제공했고 써나가는 것은 다른 데서 오는 힘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라 했는데 이 말을 풀면 나 혼자서 하는 작업이지만 혼자의 작업이 아니라 어쩌면 신, 어쩌면 민족 단위의 공동체 작업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큰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박경리 작가의 말에 실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에디슨이 99%의 노력에 1%의 영감이 보태지는 것이라 했지만 그보다 더한 퍼센트로 참여하는 의식외적 에너지 내지 조력이 있다는 것을 창작행위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나가면 능력이상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것, 그것은 영감 이상의 보상이 따라준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 점에서 박경리와 필자는 창조가 주는 신비를 같이 느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2001년 11월 10일 국악인 김영동의 은은한 국악연주가 분위기를 품격이 있게 해주었다. 짧은 시강좌를 송수권, 정호승과 필자 등이 담당해 눈길을 끌었는데 필자는 박경리의 시집 ‘우리들의 시간’에서 진주를 소재로 씌어진 시 한 편을 소개했다. ‘미친 사내’라는 작품인데 미친 사내는 별칭 또개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였다. “옛날에/ 또개라는 미친 사내가/ 진주에 살았었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길 막고 서서/ 앞, 앞이 말못한다 하며/ 가슴을 치고 울던사내/ 갈래머리 소녀적/ 보았던 일/ 비오는 날/ 나를 사로잡는다// 그는 새가 되었을까/ 앵무새가 되었을까// 그는 꽃이 되었을까/ 달맞이꽃이 되었을까”라는 시다.박경리가 진주여고를 다닐 때 이야기이고 ‘또개’라는 사람은 아마도 진주 봉알자리 근처가 집일 터이고 그 앞을 지나가던 일신여고보(진주여고) 학생들에게 하소연 했을 터이다. 필자는 ‘또개’를 중학 1학년 때 진주 중앙로타리에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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