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에 단감맛 보려면 바쁜 손길
이른 추석에 단감맛 보려면 바쁜 손길
  • 경남일보
  • 승인 2014.08.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 해충방제
갑자기 나타난 12호 태풍 나크리가 서해로 올라오고 있다. 다른 태풍과 다르게 지난달 30일 오키나와 부근에서 발생한 나크리는 주말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해마다 찾아오는 태풍이지만 늘 예보만 들어도 긴장이 된다. 캄보디아에서 제출한 나크리는 꽃 이름이라고 하니 큰 피해 없이 우리나라를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잠시 일손을 멈추고 휴가를 떠난다.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이때 농촌 들녘은 한여름 따가운 햇볕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곡식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곡식에게는 견디기 힘든 불볕더위가 보약인 셈이다. 이른 추석에 맞추어 일찍 심은 조생종 벼는 이삭이 패기 시작한 곳도 있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여름이기도 하다. 장날 시장에 나가보면 울긋불긋 입맛을 돋우는 없는 과일이 없을 정도다. 거기에 옥수수가 섞이고 묶은 풋콩도 놓인 좌판에는 고구마까지 더했다. 시장은 늘 계절을 앞서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께서 모종을 사다 심은 옥수수를 꺾었다. 키가 큰 옥수수는 텃밭 가장자리에 울타리처럼 심었던 것이다. 그 안쪽에는 가지를 심어 여름철 반찬거리로 즐겨 따먹고 있다. 가지는 몇 포기만 심어도 여름 내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달린다. 함께 심었던 상추는 얼마 전까지 키가 자라는 대로 두고 잎을 따 먹다가 꽃대가 나오는 때를 맞아 갈아 버렸다. 열무를 심었던 자리는 바랭이가 덮어 버렸다. 햇볕이 강한 노지에서 자란 여름 열무는 쓴맛이 강하고 빨리 세어버려 비어둔 사이 바랭이 밭으로 변해버렸다.

사람이 사는 집과 가까운 곳이지만 멧돼지 피해가 우려돼 밭 가장자리가 아닌 가운데 심었던 고구마 줄기가 길게 자라면서 때로 잎을 따 반찬으로 즐긴다. 고구마 둘레에는 들깨를 심어 때로 잎을 따 쌈으로 먹고 있다. 들깨를 심은 것은 들짐승들이 냄새가 강한 들깨 향을 싫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어본 것이다. 큰 효과는 기대하지 않지만 빈 땅으로 두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다.

추석이 빠른 금년 같은 경우는 과일 출하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추석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과일의 경우 때를 맞추기 위하여 모든 수단과 정성을 쏟는다. 단감도 마찬가지로 조생종인 서촌조생 출하시기를 앞당기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달에는 줄기에 흠집을 내는 환상박피를 시켰다. 잎에서 생산한 영양분이 뿌리로 내려가지 못하고 열매로 옮겨가 빨리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촌조생은 빨리 익기는 하지만 완전한 단감이 아니어서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완전한 열매처럼 보이지만 어떤 열매는 떫은맛이 남아 있어 출하를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수정이 잘못돼 씨앗이 없으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과일의 껍질에 새까맣게 줄이 생겨 상품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영양분이 상품성이 없는 열매로 가지 못하도록 다시 솎아야 했다. 이렇게 솎아내고 나면 남은 열매를 크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특히 열매 껍질이 터져 줄이 생기는 과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터진 열매를 따내고 보니 남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다.

단감에 단맛이 들기 시작하자 노린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날개가 달린 노린재는 활동 범위가 넓고 이동이 심해 방재에 애를 먹는다. 콩밭이나 참깨밭에 머물다 수확을 마치고 나면 단감나무로 옮겨와 많은 피해를 남긴다. 모든 해충이 그렇듯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 열매를 빠르게 옮겨 다니며 찌르기 때문에 방재에 골치를 앓는다. 노린재가 싫어하는 기피물질인 코스모스탄화물을 농약과 함께 섞어 뿌렸다. 탄화물과 같은 천연물은 해충을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물질을 이용해 접근을 막거나 쫓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주 살포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금년 봄에 매실을 심었던 밭에 풀이 무성해 예치기로 잘라보니 날에 감겨 애를 먹었다. 이를 본 집안 동생이 트랙터로 한번 갈아 주겠다며 그냥 두라고 했다. 아직 그늘이 없는 곳이라 제멋대로 자란 풀을 트랙터 날로 두드리고 지나가 버리자 깨끗해 졌다. 당분간은 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찬효·시민기자

단감손질
단감손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