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1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81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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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1. 추진장치를 달아라
조운과 정평구는 새벽같이 일어나 분지로 나갔다. 아직도 사위는 깜깜하였지만 두 사람 모두 이제 눈을 감고도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련공이 돼 있었다. 하긴 잠을 자면서도 비차 제작의 손놀림을 멈추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조운은 밤마다 공중에서 추락하는 악몽을 꾸는 바람에 일어나면 전신이 타박상을 입은 것처럼 쑤시고 아팠다. 그에게 가장 큰 난관은 여전히 비차의 추진장치였다. 그런데 이날 정평구가 그동안 망설이다가 이제 작심한 듯 이런 소리를 했다.

“하늘을 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소.”

“예? 가, 간단? 어떻게……?”

정평구 말에 매우 놀란 조운은 어둠 속 상대방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손으로는 부지런히 이런저런 장치를 다루면서도 입으로는 서로 의견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그들이었다. 정평구는 눈은 그 기계 설비에 둔 채 물었다.

“하늘을 나는 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오?”

조운이 긴장감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땅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닐까요?”

대지에서 차오르는 기운 속에는 차가운 느낌과 함께 묵직한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무명천과 화선지, 솜뭉치마저 아주 무거운 물체같이 보였다.

“맞는 말이오.”

정평구는 손가락으로 발아래 땅을 가리키며,

“지구 중심에서 잡아당기는 중력이오.”

“중력……. 결국 그게 문제군요.”

조운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정평구가 말했다.

“사람이 몰라서 그렇지, 일단 알게만 되면 길이 있으니…….”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어쩌면 그것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그렇게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만…….”

그들은 비차 밑에 서서 그것이 휘거나 꺾이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앞뒤 지지대라든지 소나무 바퀴를 죄거나 점검해 보는 등 다시 작업에만 몰두했다. 날은 아직 어두웠고 일하는 데 방해될세라 새벽도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듯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평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중력을 누르고 하늘로 올라가려는 힘을 보통 양력(揚力)이라고 하는데…….”

양력.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어쨌든 저 엄청난 기운인 중력을 누를 수 있는 힘이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정평구의 설명은 조운으로 하여금 한층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그 양력이라는 것, 나도 정말 우연히 산 속에서 천문(天文)을 연구한다는 기인(奇人) 같은 그 사람을 만나 알게 된 건데, 그것은 유체(流體) 속의 물체가 수직 방향으로 받는 힘으로…….”

“천문……, 유체 속의 물체…….”

도무지 무슨 소린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조운의 눈에는 정평구가 천문인가 뭔가를 연구한다는 기인같이 비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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