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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삶 버텨온 민초의 삶을 따라 걷다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13>운봉읍~인월
최창민/강동현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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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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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1지리산둘레길13 운봉 인월구간 (6)
지리산 둘레길 2구간 출발지 24번 국도 옆


▲운봉∼인월 구간은 지리산둘레길 제2구간이다. 9.3km에 휴식 포함 4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짧은 코스다. 난이도는 하(下)이다. 구간 구성은 운봉읍 운봉초등학교를 떠나 24번 국도인 황산로를 건너 서림공원에 들어선 뒤 지방하천 람천 제방길을 걷는다. 람천 건너 고려말 이성계가 활약한 황산대첩지를 돌아보고 다시 24번 국도 황산로 화수교를 건너 맞은편 대덕리조트 앞마당을 가로질러 드디어 숲으로 들어간다. 숲속 임도를 1시간 정도 걷다가 흥부골 자연휴양림을 만나면 사실상 산행이 막바지다. 흥부골 아래 300여m 내려오면 적당한 수량의 계곡을 만날 수 있다. 탁족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재차 24번 도로를 만난다.

운봉초등학교→24번 국도 황산로→서림공원→람천 제방길→황산대첩비(비전마을)→군화동→24번 국도 화수교→대덕리조트→임도 흥부골휴양림→실계곡→24번 국도



▲고래(古來)로 왜구는 줄기차게 한반도를 침략해 왔다.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침략의 DNA’가 그들의 핏속에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삼키려는 포악한 광란이 1600년 동안 900차례나 계속됐던 것만 봐도 그렇다. 이는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긴 침략전쟁이라고 한다.

왜구는 백제 말엽 663년 백제 부흥군과 함께 백강전투(금강)에 참여했다가 참패해 도망갔으며,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뒤 한반도를 침략해 왔다가 조명 연합군에 패퇴했고 이어 1597년 정유재란까지 일으켰다. 이때 가토기요마사는 죽을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채 야반도주했다.

일제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반도를 강점하다가 미국이 감행한 불지옥의 뜨거운 맛을 보고 봇짐을 쌌다. 짐만 싼 게 아니라 우리 문화재를 약탈해 갔다. 그리고 다시는 전쟁 따위는 않겠다고 평화헌법까지 만들었으나 작금의 아베 정권은 오히려 전투력 증강을 노골화하며 독도를 침탈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불과 70년도 못 돼 그들의 본성인 침략 DNA가 더 흉포하게 되살아나 스스로 암덩어리를 키우고 있는 꼴이다.

남의 것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넘보는 파렴치한 삼류…. 양심과 부끄러움이 없는 그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구를 통쾌하게 물리친 대첩지가 둘레길 2코스에 있다. 황산대첩.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1368년 고려 우왕 6년에 남원 황산에서 이들을 박살내 쫓아냈다. 1577년 선조는 황산대첩비를 세워 승전을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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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천을 떠다니는 철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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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가 여말 황산에서 왜구를 통쾌하게 물리친 황산전투. 이를 기념하기위헤 세운 황산대첩비.


▲오전 10시10분, 남원 운봉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한다. 24번 국도 황산로 건너 ‘여기서부터 지리산둘레길 2구간 시작점’이라는 이정표를 지난다. 둘레길 2코스와 함께 이어지는 24번 국도 황산로는 조선시대 서울에서 삼도수군 통제영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통영별로였다.

서림공원에는 충혼탑과 서림정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산 앞에 석장승. ‘악한 기운을 막는다’는 뜻의 방어대장군, 진서대장군이라는 글을 새겨 놓았다. 남·여 모두 수염이 달린 것이 특이하다. 여장승은 키가 작고 귀가 없다. 마을 수호의 신앙적 의미 외에도 서민들의 소박한 표정이 사실적이어서 연구자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서림정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람천을 막은 제방길을 따른다. 이때부터 람천을 건너거나, 건너오거나 하면서 대덕리조트까지 간다.

운봉의 들판은 해발 600m 높이의 고원지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모내기를 한다. 고산지여서 국가대표 육상선수들이 훈련하는 훈련장이 있을 정도다. 높은 곳에 있어도 워낙 들판이 광대하고 평평해 고산지임을 피부로 느끼기가 쉽지 않다.

오전 10시40분, 사반교 건너 람천을 넘는다. 람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 일환으로 강가에 화강암을 덕지덕지 쌓아 올리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자연스럽지가 않다. 무위자연(無爲自然)에 반하는 풍경이다.

오른쪽으로 바래봉과 고리봉을 잇는 지리산 서북 능선이 누워 있고, 왼쪽에는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오전 11시, 람천 건너 황산대첩지를 만날 수 있다. 오래돼 꼬꾸라진 정원수 소나무가 대첩지의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황산대첩은 1380년(우왕 6) 9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고려말 이곳에서 왜구를 격퇴한 사건을 말한다. 660년 백제 말 계백이 신라 김유신과 싸웠던 충남 논산 연산면 일대 황산벌전투와는 다르다.

황산대첩에 앞서 왜구는 수차례 전라·경상지역에 쳐들어와 약탈과 살육을 일삼았다. 1376년 왜군이 홍산으로 쳐들어오자 최영이 막아냈고 1378년 지리산으로 재침입하기도 했다.

2년 뒤 500척의 함선을 이끌고 온 왜구는 금강 하구를 통해 충청·전라·경상 3도로 침입했다. 최무선이 화포 화통으로 막아냈으나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다. 보다 못한 우왕은 결단을 내린다. 이성계를 경상·전라순찰사로 임명해 방어케 한다. 이성계는 남원에서 배극렴 등과 합류한 뒤 운봉의 황산 북서쪽에서 기다리다 쳐들어오는 왜구와 맞닥뜨린다.

처음에는 이성계가 고전했으나 부하 장병을 격려하고 기가 충천해 이들을 대파했다. 이후 왜구의 발호가 뜸했다. 이는 왜구와의 싸움에서 특기할 만한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1577년 선조는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에 황산대첩비를 세웠다.

이 사실이 보기 싫었을 터이다. 일제 강점기 때 왜구들이 비문을 쪼아내고 비를 파괴해 버렸다. 이곳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현재 비는 깨지고 빛 바랜 채 넘어져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사료가 되고 있다.

황산대첩지 건너에는 동편제라는 아담한 건물이 있다. 전수관 쯤 되려나 하고 다가가 봤더니 작은 가게였다. 실은 이곳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발상지다. 우리의 소리 동·서편제를 구분 짓는 것은 섬진강이다.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 전라도 동북지역의 소리를 ‘동편제’라고 부른다. 송홍록 정춘풍의 법제를 축으로 발전한 소리이며 기교가 적고 창법이 웅건해 풍부한 성량을 지녀야 가능한 창이다.

‘서편제’는 섬진강 서쪽 전라도 서남의 소리로 박유전을 시조로 기교가 많은 것이 특징. 천성적으로 타고 나지 않아도 노력으로 가능한 창이다. 동편제 가왕 송홍록, 국창 박초월 생가가 황산대첩비 옆 비전마을에 있다.



20140801지리산둘레길13 운봉 인월구간 (43)
일제 강점기때 일본인들이 글을 뭉개고 파괴해버린 황산대첩비.


▲오전 11시21분, 군화동 앞을 지난다. 5분 뒤 당산나무 앞에 오덕준 장군 비가 보이고, 24번 국도상 화수교를 따라 람천을 건넌 뒤 대덕리조트 마당을 가로질러 산으로 들어간다. 댐 하부 길을 따라 옆으로 돌아 오르면 흙으로 된 임도다. 숲은 그리 울창하지 않다.

낮 12시쯤 산중 늪을 지나 곧이어 남원 달오름마을이라는 입간판을 만나면 임도의 최상부가 된다. 이 고개를 넘어서면 흥부골 자연휴양림이다. 바래봉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지리산 종주를 더 연장하면 태극문양의 궤적이 나오는데 태극문양의 왼쪽 상단, 즉 서북쪽 끝이 덕두봉이다. 흥부골 뒷산에 덕두봉이 위치해 이를테면 덕두봉은 지리산 태극종주의 출발지가 된다.

휴양림 시멘트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돌아내려선 뒤 오른쪽 ‘1.6km 이정표’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 공기 서늘한 실계곡이 반겨준다. 옛날 여름철 양반들이 즐겼다는 탁족의 여유로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휴식 중에 10호 태풍 ‘나크리’ 영향으로 내리는 비에 쫓겨 잰걸음으로 산을 내려오면 24번 도로에서 13회차 산행이 끝난다. 오후 2시를 가리켜 휴식포함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창민·강동현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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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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