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여!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정치인들이여!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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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2014년 7월 30일 제 19대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다른 때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선거였다. 한 두개 지역의 재·보궐 선거가 아니라 무려 15개 지역에 이르렀다. 서울 경기 충청 호남 영남지역에 골고루 선거구역이 퍼져 있어 국민전체의 의사를 알아보는 데에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거기에다가 야당의 입장에서는 여당을 비판하면서 의석을 늘려 갈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여당의 입장으로서는 아닌게 아니라 참패만 면하면 성공일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그만큼 여당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세월호 사태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서투름과 총리인사와 장관인사에서 나타난 낙마로 인해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덜커덩 거리면서 내리막 길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의외의 것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11석을 얻고 야당인 새정치 민주 연합은 겨우 4석을 얻는 데에 그쳤다. 이에 따라서 총300석 중에서 새누리당은 종전의 147석에서 과반을 훌쩍 뛰어 넘는 158석으로 늘어났고 새정치연합(이하 새정연)은 126석에서 130석으로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나머지 의석은 통합진보당 5석, 정의당 5석, 무소속 2석이다). 한마디로 야당인 새정연의 참패다.

선거결과를 보면 언제나 국민의 뜻이 자로 잰듯이 정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본다. 참패할 때에는 참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승리도 압도적이 아니고 근소한 차이로 신승(辛勝)할 때에는 또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연이 참패한 이유는 한마디로 독선과 오만과 안하무인적인 정치행태 때문이라 할 것이다. 국민을 향해 겸손한 태도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인 적이 없다. 새정치라는 말도 이제는 당명에서 밖에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국회는 야당의 국회여야 한다.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이 야당의 본질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 한번 야당인 새정연이 국회에서 정부를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어 본적이 있던가!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데 있어서도 본질은 어디가고 곁가지만 붙들고 용을 쓴다. 그저 국정원 직원의 댓글 몇 개를 트집 잡아 장외 투쟁하기 바쁜 나날이었다. 국회는 공전하기 일쑤였고 의원들은 허송세월하면서 세비만 축냈을 뿐이었다. 텃밭만 믿고 오만을 부린 것이다. 야당은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 국회야 말로 야당으로 하여금 싸우도록 만들어 놓은 합법적인 무대다. 그 무대를 뒤로하고 아스팔트로 나가는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국민들은 그런 행태에 이제는 식상했다. 야당참패의 이유다.

그렇다고 하여 이번 선거가 여당인 새누리 당의 압승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여당은 그저 신승했을 뿐이었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보여준 정치행태는 무능 그 자체였다고 할 것이다. 위기에 대처하려는 의욕을 보이거나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자세도 제대로 한번 취해 본적이 없다. 그저 물에 물탄듯 대통령의 눈치만 보면서 하루 하루를 지낸 정치 일정이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정부의 인사가 번번이 야당의 태클에 걸려 넘어져도 언제 한번 발 벗고 나서서 인사쇄신을 위해 노력했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다. 세월호 참사가 났어도 당의 지도부가 나서서 수습해 보려는 노력 한 번 보여준 적이 없다. 그저 팔짱만 끼고 있었다. 철도 파업이 장기화 되었을 때에도 새누리당은 꼼짝도 안하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러고도 집권당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인가?

이름 석자면 무조건 당선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하나같이 낙마한 이유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유명한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일꾼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무명의 신인이 당선되고 다선 중진들이 낙선한 이유다.

정당이라면 그것이 여당이건 야당이건 언제나 아픔도 슬픔도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각 정당이 얼마나 국민과 함께 하려는 자세로 정치를 하는 지를 국민들은 지금부터 눈여겨 볼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냉정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정치인들이여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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