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먼저 맛봤나…아쉬운 참깨농사
벌레가 먼저 맛봤나…아쉬운 참깨농사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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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참깨 수확
절기상으로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지났다. 올해는 입추가 말복과 같은 날에 겹쳐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삼복더위에 가을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절기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계절은 벌써 가을 문턱을 넘어 여름을 지나고 있다.

시절을 어길 수는 없는 것 같다. 잠깐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이 텃밭의 농작물은 익어 수확을 서둘러야 했다. 그동안 벌레와 노린재 때문에 애를 태웠던 참깨를 꺾었다. 참깨는 익어 벌어지기 전에 푸른 대를 베어 끈으로 묶고 세워서 말려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씨앗이 벌어지면 묶어 세워둔 참깨 단을 거꾸로 들고 틀면 참깨씨앗이 떨어진다.

참깨를 꺾으면서 다시 한 번 참깨는 털어보아야 안다는 이야기를 되새기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였으나 참깨를 꺾기위하여 낫을 들고 들어서 보니 문제가 많았다. 그동안 관리를 한다고 노력을 해왔지만 벌레가 먹고 상한 참깨가 대부분 이었다. 어떤 참깨는 대가 상해 말라 버린 것도 있었다. 깨가 든 씨앗도 온전한 것 보다는 구멍이 뚫리고 벌레가 파먹은 것이 많았다. 씨앗이 든 꼬투리도 지난해처럼 마디마다 촘촘하게 달리지 않고 성글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올해 참깨 농사는 털어봐야 알겠지만 풍작은 못된 것 같다.

참깨를 수확하는 날은 햇살이 퍼지기 전에 서둘렀는데도 태풍이 지난 다음날이라 그랬는지 땀을 흠뻑 흘려야 했다.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깨 단을 크게 대충 묶어 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싣고 온 깻단을 내려 햇볕이 잘 드는 담장에 세워 두었다. 무더위에 쫓겨 대충 크게 묶어 세워둔 깻단을 보고 모두가 웃었다. 그렇게 크게 묶으면 어느 장사가 깨를 털 수 있겠느냐며 나누어 다시 묶어세우라고 했다. 깻단은 작게 묶어야 씨앗이 상하지 않고 잘 마르고 털기도 좋다고 한다. 아내는 내가 묶어 둔 갯단을 풀어 작은 묶음으로 다시 나누어 묶고 세웠다. 올해는 고추가 흉작이라고 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고추 작황이 좋지 않다. 그동안 아내가 관리를 하면서 약을 뿌려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제대로 들어주지 못했다. 우리가 먹을 고춘데 농약을 사용하지 말고 키워보자고 달랬다. 아내는 고추는 농약을 치지 않으면 탄저병이 들어 못쓰게 된다며 여러 번 이야기를 했다. 고추농사가 시원찮아 마른 고추를 사 먹으면 결국 농약을 쳐서 재배한 것을 먹게 되는 것이라며 농약을 쳐 달라고도 했다. 이런 아내의 요구에 식물탄화물을 섞어 농약을 한 번 뿌렸다. 고추농사는 기대와는 달리 시원찮다. 아내는 매일 고추밭에 나가 벌레를 잡고 상한 고추를 따서 버리기를 반복했다. 하루는 붉은 고추를 따와 다듬고 있었다. 가위로 상한 부위를 잘라 다듬어 햇볕에 말리기를 반복했다. 굳은 날이 많았지만 자식 돌보듯 햇볕이 나면 내다 말리고 흐리면 거두어들이기를 거르지 않았다.

올해는 유난히 노린재가 많은 것 같다. 참깨 밭에 떼를 지어 날아들어 농사를 망치게 하드니 단감나무에 날아들어 피해를 주기 시작했다. 날개가 달린 노린재는 활동 범위가 넓고 기동성이 강해 방제에 애를 먹는다. 한 번 날아들면 과일 하나만 찔러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 과일 저 과일로 날아다니며 흔적을 남기고 피해를 키운다. 노린재 방제를 위하여 단감나무에 농약을 뿌려야 하는데 매일 내리는 비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비가 그치면 서둘러야 할 일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 때문에 바랭이가 부쩍 자랐다. 예초기로 벤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베어야 할 때가 됐다. 아버지께서는 아침저녁으로 예초기를 지고나가 풀을 베지만 자라는 풀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잡초를 잡아 보려고 제초제를 치자고 했다가 혼만 났다. 제초제를 뿌려 보았다 풀 한 번 베는 수고만 든다며 베는 것이 났다고 했다.

풀을 베는 것은 한낮 더위를 피해서 한다. 햇볕이 강한 낮에는 기계가 내는 열기까지 더해 더 큰 열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입추가 지났으니 서늘한 가을도 멀지 않았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자람을 멈춘다고 했으니 한 번만 더 베면 풀 베는 수고는 들 수 있을 것이다.

/정찬효·시민기자

참깨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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