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천재인줄 알았죠?

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엉뚱한 행동에 난감하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확연히 다르고 기발할 때, 그리고 나보다 더 논리에 맞는 말솜씨로 주눅들게 할 때, 어떻게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을 나보다 더 딱 맞은 표현으로 주위를 잠재워 버릴 때, 나도 모르는 지식으로 나를 가르칠 때, 나보다 훨씬 더 관찰력이나 기억력이 좋아 내가 아이에게 오히려 물어 확인하게 될 때, 난 내 아이가 천재인가(?) 하는 착각 속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학교를 보내면서 서서히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니구나.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구나’하는 생각을 하다, 시간이 더 지나면서는 내 아이가 그저 평범한 아이로라도 자라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아들바라기인지라 아이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면서도 가끔씩 독특하고 특별한 행동에 뿌듯함을 느끼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고슴도치가 될 때가 있다. 내가 가지지 못했던 아이의 영특함에 감사하게 되고, 그런 감사함이 어느새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은 알게 되면서 착각에서 벗어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아이를 가졌을 때 적어도 아이를 객관적인 눈으로 키우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사람을 보고 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물며 내가 낳은 내 새끼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이 말이 쉽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변의 아동청소년 관련 상담을 공부하면서, 또 세상의 혼란스러운 사건들을 보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짐하는 것 중 하나는 내 욕심이 아이를 망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다른 부모들보다는 내 아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제대로 아이를 이해하고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 다른 부모들보다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가끔은 나도 내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작년에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중이염 없는 여름을 보내게 되어 신나게 물놀이를 다닌 탓에 다섯 번째 중이염 수술을 해 계속 고생을 하고 있어 올해는 절대 물 근처는 안 된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래도 아이가 기다리는 여름방학에 뭐 하나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하던 중 이메일 하나를 받았다. 여름마다 대전에서 무료로 한국창의재단에서 진행하는 과학체험활동 주니어닥터라는 곳에서 온 것이었다. 매년 7월 초 미리 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되는데, 작년에는 다 떨어졌는데 올해는 네 개나 선정되었다. 초1부터 중3까지 전국의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과학체험활동으로 아이에게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직업병으로 학생들을 위한 수업활용을 위해서라도 꼭 한번 참여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1박 2일 동안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과 함께 몇 가지 과학체험활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낯선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새로운 아이들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등 여러 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대견하고 신기해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나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게 된다. 이렇듯 집이 아닌 새로운 환경 속에서는 아이의 모습뿐만 아니라 내 모습도 새롭게 이해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부모가 끊임없이 아이를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니어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분명히 알고 그것을 알려주어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만 있다면 난 부모로서의 내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언제까지 아이에게 올인할 수 없고, 아이 또한 언제까지 내 품에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내 아이가 천재가 아니어도 단지 이 세상에 잘 적응하며 행복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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