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 이젠 슬기로운 대비를
마른장마, 이젠 슬기로운 대비를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렸지만 여전히 경남지방의 물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낙동강 수계의 댐 평균 저수율이 33.5%에 머물러 예년 평균인 51.6%를 한참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같으면 장마로 봄 가뭄이 해갈되었겠지만 올해 장마는 특별한 비 소식 없이 지나갔고, 폭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올 여름 장마는 이른바 ‘마른 장마’였다. 마른장마는 장마철 시기에 비가 없거나 적게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올해 6~7월 강수량은 평년의 40% 수준에 그쳐 농작물 재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마른장마의 피해는 가뭄뿐만 아니라 폭염으로도 이어진다. 장맛비는 지표면에 수분을 공급하여 지면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마른 장마로 인해 이러한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지면이 오래 가열된 만큼 무더위가 이어졌다. 최근 태풍 할롱이 한반도 상공의 덥고 습한 공기를 끌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아침·저녁으로 비교적 선선해졌다. 그러나 아직 한낮의 기온은 30도 이상이다. 큰 일교차와 기온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뭄과 무더위는 과거에도 종종 발생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시대에 가뭄이 빈번하여 음력 4월에서 7월 사이의 기우제가 연중 행사였다고 한다. 또한 초복에서 말복까지 약 20일 동안의 무더운 날씨를 삼복더위라 하여 보양식으로 건강하게 나고자 했다. 추운 정월 대보름에는 다가올 여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하여 ‘더위팔기’를 하는 세시풍속도 있다. 한옥의 긴 처마나 대청마루, 마을 공동체 단위의 정자도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지혜들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무더위의 강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2003년 유럽에서는 여름철 기온이 40도 이상까지 상승하여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프랑스에서만 1만 4천여명, 유럽 전역에서 3만 5천명 이상 발생하였다. 러시아에서도 2010년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이상기온으로 5만 5천여 명이 사망하였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는 폭염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를 정도로 해마다 폭염으로 인한 인적 피해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역시 폭염에 취약한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그 위험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심각한 수준의 폭염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영향은 폭염뿐만 아니라 태풍·홍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고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해 초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여 배출권거래제도 도입 등을 통해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한번 배출된 온실가스는 오랫동안 대기 중에 머물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더라도 상당기간 지구온난화는 계속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노력과 동시에 변해가는 기후에 “적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수입에 의존했던 각종 열대작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이 가능하게 되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농업 분야에선 고온에 강한 품종 개량, 산업계는 원자재 공급변화에 대비한 재고관리 등 경영 개선, 국민은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를 줄이는 저탄소 친환경생활 실천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착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제 기후변화 적응은 선택이 아니다. 영국의 철학자 스펜서가 「생물학의 원리(1864)」에서 이야기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원리는 15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기후변화 적응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온 국민의 참여와 적응으로 슬기로운 대비가 절실한 때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