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가려낸 참깨, 햇볕에 잘 말려야
이물질 가려낸 참깨, 햇볕에 잘 말려야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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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참깨 수확
늦장마라고 불릴 정도로 비 내리는 날이 잦아졌다. 잦은 비 탓에 여름 무더위는 느끼지 못하고 지냈다. 태풍에 늦장마까지 궂은날이 많아지자 걱정도 늘었다. 습도가 높은 날이 계속되면 병해충이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햇볕을 받지 못해 연약해진 농작물에 병이라도 들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이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흐리고 비 내리는 날이 계속되자 수확한 농작물 관리에 애를 태운다. 붉은 고추는 햇볕이 좋아야 잘 말릴 수 있는데 비 내리는 날이 계속되니 바깥에 늘어놓을 수 가 없다. 때때로 친척집 건조기로 대신해 보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어느 정도 햇볕에 늘어 시들도록 두었다가 건조기에 넣으면 빠르게 말릴 수 있는데 씻어서 그냥 말리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양념용으로 수확한 붉은 고추는 햇볕에 말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전기건조기를 이용하고 있다. 모두가 햇볕에 고추 말리기를 바라지만 그것도 날씨가 도와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올해는 날씨 탓에 고추가 흉년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아내는 예년 같으면 버렸을 고추를 모두 가져와 상한 부분은 가위로 잘라내고 말렸다. 직접 모종을 사와 심고 가꾼 고추라 그동안 돌보느라 흘린 땀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무더운 날 김 매고 지지대를 세우면서 고추 값이 아무리 비싸도 사먹는 것이 싸게 치이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지난주에 수확한 참깨를 털어 말리는 일도 아내의 몫이었다. 베어 온 푸른 참깨를 묶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며칠 세워두면 씨앗이 든 꼬투리가 벌어진다. 이 때 깻단을 거꾸로 들고 막대기로 치면 씨앗이 우수수 떨어져 모이게 된다.

참개를 털어 모우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먼저 쭉정이와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참개를 털다보면 그동안 괴롭혔던 노린재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도 섞여있다. 처음 참깨를 털어 본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한다. 씨앗이 든 꼬투리에 구멍을 내고 씨방을 파먹으며 피해를 입혔던 벌레도 있고, 줄기에 입을 대고 수액을 빨아 말라 죽인 것들도 섞여있다. 아내는 기어 다니는 벌레를 보고 기겁을 하면서도 이만큼이라도 참깨가 남아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벌레와 이물질을 가려낸 참깨는 햇볕에 잘 말려야 한다. 잘 마른 참깨는 두고두고 보관했다가 고소한 양념으로 이용된다.

올해처럼 흐리고 비 내리는 날이 많은 해는 참깨 수확도 쉽지 않다. 예로부터 참깨는 가물어야 잘 된다는 말이 있다. 최근처럼 비가 잦아 습기가 많으면 병이 들어 시들시들 죽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수확한 참깨를 말리는 일도 쉽지 않다. 밭에서 베어 온 깻단에 비가 맞으면 여문 씨앗에서 싹이 나 못쓰게 되는 겨우도 생긴다. 비가 내릴 조짐이 보이면 깻단을 빗방울이 맞지 않는 곳으로 들이거나 비닐로 덮어야 한다. 한 주 내내 아내는 이런 일을 반복하며 참깨를 털어야 했다. 볏논에 농약을 한차례 뿌렸다. 마을이장이 보관하고 있던 농약을 받아와 사용했다. 볏논에 필요한 농약은 무상으로 나눠주기 때문에 성의만 있으면 병해충 걱정 없이 벼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벼농사는 날씨 탓에 관리를 잘해야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도 추석 무렵 찾아 온 벼멸구를 방치했다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동안 생리낙과가 심해 그냥 두었던 대봉감을 솎았다. 낙과가 심해 수확 철이 되어도 감나무에 감은 없고 잎만 무성한 해가 많았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그동안 수분수를 사이사이 심고 가지접을 하기도 했다. 다행이 올해는 어느 정도 감이 남아 있다.

감을 솎으면서 제일먼저 기형과를 없앴다. 감이 자라면서 서로 부딪친 것을 따내고 상처를 입어 껍질이 새까맣게 변한 감도 없앴다. 그리고 한 가지에 감이 너무 많이 달려 있거나 나무의 크기나 수세에 비해 과하게 열린 감도 솎아냈다.

아직 어린 감나무는 뿌리가 깊지 않아 잦은 비에 땅이 물러 한쪽으로 쓰러진 것도 많았다. 막대기를 이용해 지지대를 만들어 바로 세우고 바람에 꺾인 가지는 잘라 주었다. 이제부터 과일이 자라기 시작하는 때다. 단맛이 들기 시작하는 이때부터는 노린재 피해가 없도록 방재를 잘해야 제대로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정찬효·시민기자

귀농일지
베어 온 푸른 참깨를 묶어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며칠 세워두면 씨앗이 든 꼬투리가 벌어진다. 이 때 깻단을 거꾸로 들고 막대기로 치면 씨앗이 우수수 떨어져 모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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