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의 경제학과 ‘청도’가 준 교훈
소싸움의 경제학과 ‘청도’가 준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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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소싸움은 원래 추석명절에 하던 민속놀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싸움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 보태어졌다. 그런 이유만으로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소싸움대회와 상설소싸움장이 생겨났다. 최근에 소싸움장을 만든 명분은 대개가 관광용인 셈이다. 그런 용도로 건립한 대표적인 소싸움장이 청도 소싸움장이다. 하지만 올들어 청도 소싸움장은 개장되지 못했다.



현대식 계산법으로 이익 내기 어렵다

청도 소싸움장이 열리지 못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진주의 소싸움장 운영도 어떠한 잣대로 봐야 하는가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싸움장을 운영하면 적어도 이익을 남겨야 하고 적자가 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최초의 갬블링 사업장인 청도 소싸움장은 무려 7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고, 관중석도 1만1200석이나 된다. 청도군은 공영공사도 설립해 운영체재도 갖추었다. 출범 시에는 60여명의 인력까지 갖추어 고용효과도 클 것으로 짐작되었다. 하지만 사업은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큰 경기장과 막대한 운영비로 적자가 누적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물론 개장 초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소싸움의 경제를 이해하지 못한데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경기장을 현대식으로 짓고 멋진 유니폼을 입은 진행자가 있으면 만사가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잘 지어 놓은 현대식 미술관 안에 내걸 작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소싸움장의 상품적인 가치는 좋은 싸움소가 있어야 생겨난다. 다시 말해 싸움소의 경제에 밝았어야 한다는 말이다.

싸움소의 경제는 좋은 싸움소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싸움소 한 마리를 키워 내는 데는 3년은 족히 걸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한 마리 사육하는데 훈련비를 포함해 연간 360만원은 든다고 한다. 한창 싸움을 잘하는 기간도 다섯 살에서 여덟 살 전후이니 한 십년 키우다 보면 3000만 원 넘는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싸움소를 키워서 이득을 얻기란 계산상으로는 어렵다. 싸움소를 혹사시켜 가며 자주 싸움을 시키더라도 이득은 생기지 않는다. 지금의 계산법으로는 아무리 샘해 봐도 손해가 된다.

하지만 계산적으로는 손해지만 진주 소싸움의 전통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진주의 서민들의 정서와 함께한 대표적인 구경거리이자 누구나 즐기던 추석 민속놀이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적 자료에 나온 진주 소싸움은 1883년께부터 시작되었다. 옛날부터 진주 소싸움은 추석 명절 전후에 진주성내와 성 밖의 마을 간에 큰 싸움판으로 열렸다. 진주사람들은 도동면과 진주 읍내의 대항전, 도동면과 금산면에 이르기까지 장소와 상대를 바꾸어 가면서 잔치 같은 소싸움 판을 즐겼다. 그러한 전통이 지금도 진주 소싸움은 주말마다 경기로 이어지고, 개천예술제 기간의 큰 구경거리가 되게 한 셈이다.



경제적 이득보다 민속적 정서로 봐야 한다

경제적 이득은 적어도 진주에서 소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싸움에 가면 자주 뵙는 한 노인이 한 말씀 속에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게 말이야. 내가 추석 때만 되면 기다려지는 게 두 가지인데, 햅쌀밥 먹는 거 하고, 남강 백사장에서 하는 소싸움 보는 거였어.” 그렇다. 옛날부터 소를 가족처럼 대해 생구(生口)라 불렀듯이 진주 소싸움은 진주의 정서가 녹아 있는 민속이다. 소싸움 하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좀처럼 상대 소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하는 우직한 소의 ‘승벽’ 때문에 소싸움 판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진주 소싸움 판에는 남지 않아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아무리 셈을 놔 봐도 알 수 없는 소싸움의 경제학이 숨어 있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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