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은 편안하고 온전한가?
우리 주변은 편안하고 온전한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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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우리사회 구석구석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 문제는 지난 4월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태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승조인원 초과, 화물과적, 기본 운행수칙 위반, 도덕 불감증, 관계당국의 늑장대응, 상황을 무시한 구조변경 등 도덕적 해이와 생명경시, 비리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세월호 사태만 문제였겠는가. 세월호는 눈에 보이는 결과에 따른 안전문제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 그리고 산업전반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불감증은 수도 없이 많다.

지난 2월17일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또 지난해 7월 안면도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 등등. 이는 모두 기본을 간과한 어른들의 안일함이며 비리가 제도화된 이 사회의 슬픈 구조적 모순인 것이다. 현재 이 사회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곳곳엔 위험 요소들이 부비트랩처럼 잠재되어 언제 어느 곳에서 터져버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급속한 압축성장을 통해 얻어진 부는 삶의 질의 향상을 통한 여유로운 소비를 가져다 주었다. 이와 동시에 빨리빨리가 미덕으로 굳어졌다. 빨리빨리 문화는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것이 되어버려 안전에 대한 무관심은 지병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이대로는 안된다. 더 이상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온몸 구석구석 전이되는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안전의 뜻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 왔을까. 대한민국 국민들은 안전이란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기는 한가. 우리가 배운 제도권 교육과정 중 안전이란 개념은 내 자신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 혹은 무슨 일이 발생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럼 안전이란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일까.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이 편안하고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는것을 뜻한다. 사전적 의미가 의도한 만큼 우리는 그 뜻을 머릿속에서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태도는 위험적 요소에 대해 안일하게 판단하고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발생한다. 단어해석으로 인한 인간의 수동성과 타인의 문제라는 간과는 위의 사고들처럼 이렇듯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사고는 온전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온전한 상태를 완벽히 안전한 상태라 착각하고 살아간다. 나는 생각한다. 사회 재난 안전대책을 찾기 전에 국어사전에 명기된 안전이라는 사전적 개념부터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다. 즉 안전이라는 것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일련의 사고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책을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함이 어떨까.

안전사고를 두고 수많은 이들이 민관유착으로 발생한 사고, 이윤추구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후진적 경영관행으로 생긴 사고, 한국사회의 기존 패러다임의 문제 등등을 제기하며 발생한 사고에 대한 원인과 결과분석만 해석하기에 급급하고 사건이나 사고의 원인 해석을 어휘나 단어분석 및 해석으로 찾아 본 예는 없기에 새롭게 시도해볼 일이 아닌가 싶다.

단어에 의해 생각이 창조되고 때론 생각에 의해 단어가 창조되지만 대부분은 정해진 뜻에 따른 일반적 생각의 정립으로 사물과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단어의 모호한 개념정립은 무척 위험한 것이다. 이제는 정확한 단어의 개념정립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할지 모두가 심도 있게 논의해 볼 시기이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결단, 누군가는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완벽히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을 기꺼이 벗어날 때 이 사회의 새로운 변혁과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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