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내리는 비도 못말린 멋과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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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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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37> 경북 상주 이야기
장각폭포
장각폭포
 
곶감의 도시 상주는 백두대간의 등줄기에 해당되는 소백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기름진 곡창지대라 쌀, 누에고치, 곶감이 유명하여 삼백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전국 제일의 자전거도로와 한방바이오산업으로 자연과 환경·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환경도시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빼어난 산수와 아름다운 옛 전통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살아 숨쉬는 청정 도시 상주에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며 시원하게 둘러볼 것이 많을 것 같아 내리는 비도 아랑곳없이 맛이 있는 여행은 벗님들과 함께 경북 상주의 속리산으로 달린다.

신라 선덕여왕 5년에 진표율사가 속리산에 이르자 밭갈이를 하던 소들이 무릎을 꿇어 율사를 맞이하였는데, 이를 본 농부들이 속세를 버리고 진표율사를 따라 입산수도를 하였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용유동계곡 쌍룡폭포 장각폭포 등을 다 둘러보고 싶지만 궂은 날씨라 적당히 접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각폭포를 내려다보니 장관이 따로 없다. 6m의 낙차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넓은 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하고, 폭포 위의 금난정은 1900년대에 금란계를 조직한 지역 유생들의 친목도모를 위해 세운 것으로 폭포와 소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이를 배경으로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와 ‘무인시대’를 촬영하기도 했으며, 또 하나의 명물인 상오리솔밭에는 수령 200~300년에 이르는 아름드리 거송 아래의 맥문동이 보라색 꽃을 피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빗속에서 아름다운 경치에 도치되어도 어김없이 배꼽시계가 신호를 보내니 아름다운 경치를 뒤로한 채 서둘러 가미한식으로 차를 달린다. 전화를 하여 한정식을 주문하려고 하니 비빔밥이 주 메뉴라기에 그냥 주문해 놓고 자리를 하여 살펴보니 청포묵도 있고 갈비찜도 있다. 차려 놓은 육회비빔밥에는 쇠고기육회, 콩나물, 시금치나물. 고사리나물, 당근 무채 등을 가지런히 올린 후 참기름, 고추장, 깨소금을 얹어내어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자리에 앉으며 갈비찜 타령을 하는 벗님이 있어 수저를 들면서 갈비찜도 시켜놓고 비빔밥을 한 입 하니 진국이다. 그냥 밥이라기보다는 밥과 반찬을 한데 모아 국과 함께 안주 삼아서 먹었던 우리식 패스트푸드의 전범이라 더 정겹게 먹을 수 있다. 식사가 마무리될 쯤에 나온 갈비찜은 조금 맵지만 공기밥을 추가하여 맛있게 즐기니 그냥 좋다.
 
수라간
수라간


비는 계속 내려도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려고 앉은 자리에서 셀프커피로 입가심을 한 후 경천대로 향한다. 영남지방에서 낙동강은 온유하고 넉넉한 어머니의 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옛날부터 낙동강물을 끌어 농사를 지었으며,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강물로 공장을 가동했다. 언제나 한가롭게 굽이치며 흘러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던 낙동강이지만 이곳 상주에서의 낙동강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룬 천주봉과 만나 부딪쳐 흐르며 한 폭의 그림 같은 절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내려다보노라면 우리생활 속의 낙동강이 아니라 환상 속의 이름 모를 물줄기라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낙동강의 아름다운 전경은 끊어질 듯 말 듯 하며 계속 이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 경천대이다.

경천대는 우뚝 솟아오른 절벽 위로 송림이 우거져 있고, 그 아래로 맑고 푸른 강이 흘렀지만 상주보의 완공으로 커다란 호수로 변하여 또 다른 절경을 연출한다. 이렇게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경천대에서 내려다보면 빼어난 경관에 대한 찬양과 명성이 헛되지 않음을 알 수 있으며, 여기에 이색조각공원을 비롯하여 수영장, 전망대, 어린이 놀이시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 좋다. 이뿐만 아니라 경천대에는 임진왜란 때의 명장 정기룡 장군이 이곳에서 용마와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때 장군이 바위를 파서 만들었다는 말먹이통이 남아 있어 그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경천대 주변에 있는 상주박물관과 예술촌을 뒤로하고 자전거박물관으로 향한다. 자전거박물관은 2012년 10월 27일 새로운 모습으로 현 위치에 확장 이전하여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무공해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돕고자 만들었는데, 세계 초기자전거 및 이색자전거 기능성자전거 등을 전시하여 자전거의 역사를 한눈에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한층 더 높일 수 있으며, 부지 2만8778㎡에 지하 1, 2층의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을 꾸며 놓아 4D입체 영상과 함께 자전거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어 좋다.

다음은 도남서원이다. 도남서원은 선조 39년에 상주시 도남동에 창건되어 1797년에 임금으로부터 편액 서적 토지 노비 등을 하사받아 그 권위를 인정받은 사액서원이 되었다가 1871년에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 1797년에 동·서재를 건립한 이후 여러 차례 중수하였으며, 훼철된 후 1992년 지역 유림들이 힘을 모아 강당 등을 건립하였고 이어 동·서재를 지었다. 2002년부터 2년간 유교문화권 정비사업으로 정허루 등이 복원되었고, 경내에는 도정사 손학재 민구재 정허루 장판각 전사청 영귀문 고직사 일관당 입덕문 등이 있으며 해마다 음력 2월과 8월의 마지막 정일에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분들에게 제사를 지낸다.

비가 내리니 서원에 대한 설명을 해줄 문화재 해설사를 부를 여유도 없이 지척에 있는 상주보로 오른다. 상주보는 중동면과 도남동에 있는 낙동강의 보로서 4대강 정비사업 과정에서 부설되어 수심이 깊어졌는데, 이 사업 전후로 강 주변에 낙동강 생물자원관과 학관찰 전망대 등이 들어섰으며 물과학관과 낙동강 자전거이야기촌, 낙동강 역사이야기촌 등이 차례로 완공되고 있다. 올 초에 완공된 학관찰 전망대는 개장하자마자 위치 선정이 매우 잘됐다는 평을 받으면서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산 중턱에 위치하면서 주변의 숲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바위 위에 내려앉은 철새처럼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이제 GPS의 안내대로 비 내리는 들길을 지나 전사벌왕릉을 찾아간다. 전사벌왕릉은 경상북도 기념물 제25호 1기로 화달리 둔진산 남쪽 기슭에 석물이 있는 원형봉토분이다. 사벌국은 신라 12대왕 점해이사금 때 신라에 병합되어 사벌주로 되었다가 법흥왕 11년에 상주로 고쳐 군주를 두었고, 진흥왕 18년에 상락군으로 고친 후 신문왕 7년에 다시 주로 만들었으며, 경덕왕 16년에 지금의 상주로 이름을 고쳤으나 혜공왕 12년에 사벌주로 환원하였다. 사벌왕릉은 신라 제54대 경명왕의 왕자 8명 중 다섯째 아들인 언창의 무덤이라고 전하는데, 언창은 견훤이 합천 고령 영천 선산 등을 점거하여 고립상태에 빠지자 918년 사벌동과 흔국촌을 본영으로 하여 사벌국이라 칭하고 스스로 왕이 되어 11년간 통치하다가 견훤의 침공을 받아 929년에 패망했다.

전사벌왕릉 옆에는 정기룡장군의 유물관인 충의사가 있으며 신도비와 묘소가 1974년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되었다. 임진왜란을 끝나게 한 조선의 힘을 바다에서 이순신이라고 하면 육지에서는 하동 출신의 정기룡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에는 약 16㎡ 규모의 작은 사당이었으나 1978년 호국선현 유적지 정화사업으로 총 1만3209㎡의 부지에 사당 전시관 내외삼문 기념비 관리사무소 등을 세워 확장 정비하였고, 전시관에는 보물 제669호인 5점(교서 2점, 교지, 신패, 옥대 각 1점)과 동산문화재(교지 19점, 매헌실기 판목 58판)를 전시하여 해마다 10월 무렵 지역주민이 임진왜란 당시 상주성을 탈환하던 장면을 재현하며 장군의 호국사상을 홍보 계승하고 있다.

해거름이 가까워도 비는 계속해서 내리니 이른 저녁식사를 위하여 서둘러 수라간으로 간다. 100여년 된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명이나물을 비롯한 온갖 산해진미로 제법 격식을 갖춘 상차림이 너무 좋아 오금이 저려오는 듯하다. 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고, 거기에 청정 상주의 명품 한우등심을 주문하여 돌판에 살짝 구워 한 입하니 꿀맛이 따로 없다. 맛있는 고기이니 당기는 대로 드셔 보라고 해도 적당하게 사양하며 서로의 건강을 생각하는 벗님들과 나누는 화랑 한잔은 오늘의 행복을 배가하는 것 같다. 도심에 수라간 같은 고풍스러운 한옥이 있는 것도 좋고, 이런 집이 단순한 가정집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감상할 수 있는 음식점으로 이용이 되고 있는 점에도 박수를 치고 싶다. 재미있는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라 가까운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시원한 빙수로 상주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상주 맛길
상주맛길
수라간 상차림
수라간 상차림
육회비빔밥
육회비빔밥
갈비찜
갈비찜
말먹이통
말먹이통
경천대
경천대
도남서원
도남서원
상주보
상주보
충의사
충의사
전사벌왕릉
전사벌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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