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만이 가능한 빨간선물 '태양초'
자연만이 가능한 빨간선물 '태양초'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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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고추 말리기
늦장마가 끝없이 내렸다. 강수량도 많아 도랑이 넘치고 논과 밭둑이 무너져 내렸다. 기상청에서는 수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초여름에 시작되는 장마예보를 하지 않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여름철 강우 특성이 바뀌어 장마예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장마전선이 형성됐을 때 주간예보나 일일예보 등 장단기 예보와 강수예보를 수시로 하겠다고 했다. 이제 예측할 수 없는 장마예보를 늦장마예보로 바꾸어 해야 할 것 같다.

음력 칠월은 한가해 어정거리며 시간을 보낸다고 하여 어정칠월이라고 했다. 처서가 지나면 더위도 한풀 꺾이고 극성을 부리던 모기떼도 점차 사라져 한결 지내기 편해진다. 칠월에 체력을 비축해 두었다가 추수가 시작되는 팔월을 대비해야 한다. 아직은 한낮 햇살이 따갑게 내리 쬐지만 그늘에만 들어서면 쾌적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때다.

처서가 낀 주말을 맞아 곳곳에서 조상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예로부터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 밭두렁의 풀을 베고 산소에 벌초를 했다. 주말 벌초를 위하여 차량 통행이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이 일어났다는 뉴스도 추석을 앞두고 일어나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우리 집안도 주말에 모두 모여 조상 산소의 벌초를 마쳤다.

주중에 비가 계속 내려 들일을 할 수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비를 맞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잠시 비가 멈춘 사이 풀을 베기 위하여 매실과수원에 갔더니 바랭이가 허리춤까지 자라 있었다. 지난해보다 풀을 한차례 더 베었는데도 벌써 허리춤까지 자라버린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서가 지나 한 차례만 더 베면 풀베기는 그만 해도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바랭이 때문에 헤치고 다닐 수 없을 정도라 먼저 베기로 했다. 평평한 곳은 밀고 다니는 기계로 베고 언덕과 구석진 곳에는 예취기를 지고 벴다. 풀 베는 일은 비가 내려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말에 날씨가 갠 날을 택해 서둘러 감나무에 농약을 쳤다. 그동안 비가 자주 내리고 습도가 높아 탄저병이 극성을 부릴 것 같다고 하여 살균제와 노린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코스모스탄화물을 섞어 뿌렸다. 물기를 듬뿍 머금은 땅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기계를 몰아야 했다.

여름 내내 따서 즐겨 먹었던 오이는 잎이 마르고 생기를 잃었다. 몇 포기만 심었는데도 여름 한철 부족함이 없었는데 줄기와 잎이 마르고 나니 늙은 노각이 드러났다. 그동안 여러 차례 노각을 따서 이웃에 나누어도 주고 더운물에 데쳐 나물로 즐겼다. 어떤 이는 우리 집 노각이 맛있다며 종자를 받아 두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고추 농사가 시원찮다고들 하는데 아내는 그동안 몇 근을 땄다고 좋아했다. 비가 그치면 밭으로 나가 붉은 빛깔이 나면 따와 모았다. 비가 매일 내리니 고추 말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밭에서 따오면 물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그늘에서 시들도록 두었다. 햇볕이 내리쬐면 시든 고추를 옥상에서 말리면 되는데 비가 내리니 건조기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건조기가 없는 우리는 이웃집 신세를 져야 했다. 늘 고마운 이웃 득을 보며 고추를 말리고 있다.

봄에 뽑아 말려 두었던 쪽파를 꺼내 심기로 했다. 보관한 쪽파 종구 모두를 심는 것이 아니라 우선 먹을 만큼만 심어 싹이 트는 대로 뽑아 먹기 위해서다. 아버지께서는 쪽파 심을 텃밭을 관리기로 갈아 두었다. 초여름 잎을 따 쌈으로 즐겼던 상추를 심었던 곳이다. 주변까지 넓게 갈아 열무도 심을 계획이다.

김장용 무 배추를 심을 시기가 다가온다. 예년 같으면 무와 배추를 심었다가 추석에 솎아 나물거리로 사용하기도 했다. 올해는 추석이 일찍 들어 김장용 채소를 솎아 나물거리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년에 비하여 김장채소를 심는 시기도 늦어져 더 어렵게 되었다. 아무튼 지난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채소를 다른 곳에 옮겨 심을 계획이다. 젖은 땅이 마르면 관리기로 땅을 골라야겠다.

/정찬효·시민기자

귀농일지-고추늘기
최근들어 잦은비로 고추말리기가 쉽지 않다. 그럴때면 건조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웃집 신세를 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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