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사적의 가치를 드높이려면
진주성 사적의 가치를 드높이려면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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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강진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세계문화정보 인터넷사이트 가 2012년 한국에서 서울지역 외 가봐야 할 아름다운 장소 TOP50에 ‘촉석루’를 선정했다.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든 기생 논개(論介)에 특별히 주목했는데, 촉석루의 경관과 함께 각별한 역사성에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다.

진주성에는 남장대, 촉석루를 위시해 과거 체험을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문화적 기억들이 많다. 기억 장소들은 전란의 의미를 전승하고 집단 정체성을 형성시켜 주는 소중한 흔적이다. 보유된 기억이 많을수록 문화적 소통이 원활하게 된다. 여러 시대에 걸쳐 결집된 여론을 바탕으로 임란 관련 기념물이나 유적들을 살뜰히 보존하거나 신축해온 본질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주성 가치를 강화하려면 문화재의 재검토나 관리에 대한 시야 확대가 요청된다. 필자가 <진주성 촉석루의 숨은 내력>이라는 책에서도 주장한 바 있다. 먼저 경남유형문화재 제353호 의암사적비의 문제이다. 이 비석은 논개 순국을 기리기 위해 1722년 진주 선비 정식의 비문을 받아 세운 것이다. 한편 비각 처마에는 1740년 가을 국가로부터 ‘의기논개지문’ 정표를 하사받아 이듬해 봄에 정려각을 건립했다는 정보를 담은 편액이 걸려 있다. 경남도에서는 비석과 정려 편액을 같은 성격의 사적인 것처럼 오해해 단일 문화재로 지정했던 것인데 마땅히 둘로 분리해야만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의암 위 절벽의 문화재적 성격이다. 이곳에는 근대계몽기 우병사나 관찰사들의 이름이 대거 새겨져 있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이처럼 한눈에 보여주는 바위글씨는 전국적으로 사례가 드물다. 역사교육 현장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만큼 그 가치를 인정해 신규 문화재로 등록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 기억은 풍부한 자료축적을 통해 충실해진다. 여러 매체에 소개되고 있는 누각과 사당의 연혁을 보완해야 한다. 새 자료 발굴로 중수 정보가 누락되었거나 오류가 다수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촉석루의 현판시, 의기사의 황현과 정약용 시문은 장소성의 의미를 드높이고 있다. 탐방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로 풀이한 소책자를 비치하거나 건물 주변에 해설코너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창렬사에 옛 명사들이 지은 사당 기문을 한두 편이라도 게시해 영령 배향의 참뜻을 되새기도록 했으면 한다.

현재 진주시에서 역점사업으로 조성하고 있는 진주대첩기념광장에 ‘촉석루 문화관’ 건립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볼 때가 되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촉석루는 누가 봐도 진주성의 대표적 이미지다. 충절 콘텐츠를 집약한 전시공간 확보는 문화관광 도시로서 진주의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는 길이다.
 
하강진 (동서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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