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사회와 안전윤리
위험사회와 안전윤리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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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온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과연 우리 사회가 안전한가에 대해 많은 불안이 밀려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은 안전의 반대급부로서 손실 또는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고, 위험사회는 위험이 일상화되고 사회전체를 지배하는 사회이다.

독일 울리히 벡(Ulrich Beck) 교수는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성찰과 반성 없이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룬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대화 초기단계에는 풍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근대화 후기로 갈수록 위험요소는 더욱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즉 위험은 성공적 근대가 초래한 딜레마며, 산업사회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위험요소도 증가하고, 후진국에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에서 나타나며, 무엇보다 예외적 위험이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환경보호와 웰빙에 관심을 쏟고 각종 보험에 가입하는 행위도 결국 불확실성의 불안을 극복하려는 방안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근대화 발전의 성공에 따른 경제적 풍요를 동반한 대형 사건ㆍ사고의 위험을 지적하면서, 지금껏 진행되어온 근대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근대’ 또는 ‘제2의 근대’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과학과 산업의 부정적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궁극적으로 ‘성찰적 근대화’의 방향으로 사회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험사회에서 국가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위험사회에서 부딪히는 위험은 자연보다는 사회구조의 복잡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서 증가하게 되어 근대화의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고, 위험사회에서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안전가치가 우선시된다. 위험에 대한 공동 대처방식으로 사전적 예방조치와 안전윤리의 확립 및 사후적 구제절차와 보상보험이 모색된다.

위험사회의 윤리적 쟁점은 위험의 평등성, 위험의 전문가 지배, 위험의 상품화, 위험의 전가, 과학기술 진보의 가치성 등을 둘러싸고 일어난다. 첫째, 위험의 평등성은 모든 사람이 균등하게 위험을 부담하고 감수하는가와 관련된다. 둘째, 위험의 전문가 지배는 위험이 전문가에 의해 지배되어 일반 시민이 소외되는 것과 관련된다. 셋째, 위험의 상품화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끊임없이 위험은 창출되고 위험시장은 확대되는 것과 관련된다. 넷째, 위험의 전가와 도덕적 해이는 위험의 소비자는 분명한데 비해 위험의 생산자는 분명하지 않는 것과 관련된다. 다섯째, 과학기술 진보의 가치성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제고하는데 진정으로 기여하는가에 관련된다.

안전윤리는 위험에 대응하여 인간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대한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여 고려할 것을 요구하는 규범으로 핵심적인 정언명령은 위험을 피하라는 것이다. 위험사회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기업, 전문가집단, 시민들이 안전윤리를 확립하고 생활화해야 한다. 한국사회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전을 무시한 성장 일변도의 후진적 사회문화에서 벗어나 안전을 고려하면서 발전하는 선진적 형태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안전에 관련된 각종 정책과 제도를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하며 국민적인 안전의식 제고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정신이 팔려 뒤에 닥쳐오는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당랑규선(螳螂窺蟬)의 고사에서 깨달을 수 있듯이 성장에 따른 이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후적 재난으로 인한 손실도 예방하는 성찰적 성장으로 사회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책임자 처벌 및 대안마련이라는 과정을 생략하고 단지 일회적이고 면피용 대책만 세우고 시간이 흘려가서 잊혀지기만을 기다린다면 사고는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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