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육감에게 바란다
박종훈 교육감에게 바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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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국 (경남도의회 원내부대표)
자유분방하고 격식이나 예절을 곧잘 무시하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신과 문화가 없는 천박한 나라일까. 황무지에서 시작된 역사가 200여 년밖에 안 된 뿌리 없는 나라 미국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실용적 가치와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청교도적 경건함을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도덕적 철학이 저변에 흐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미국적인 철학을 만든 미국의 철학자로 불리는 존 듀이(John Dewey, 1859~1952)는 세계와 지식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하고 진보한다는 헤겔의 이론을 충실히 받들어 그의 교육적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실험학교’를 열었다. 당시 미국의 교육은 주입식 교육으로 교실에서 선생님들의 말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존 듀이는 교육은 학생들의 경험이 중요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데 진정한 교육목적이 있고, 학교는 아이들에게 사회생활에 필요한 의사소통 방법과 윤리적 가치를 체득하게 하여 민주사회를 이룰 수 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파한다.

요즈음 존 듀이의 철학이 왜 이리 가슴에 와 닿는 것일까. 자고 일어나면 세월호 특별법 파기, 학교폭력, 군대폭력, 사회폭력 등 끔찍함이 도를 넘는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다. 마치 국가 전체가 반목과 대립, 폭력이란 암세포에 전위돼 국민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다.

개인문제도 폭력적 대응으로 자신의 분노와 갈등을 해소하려고 하고, 사회 전반의 고질병으로 고착되어 버린 갑과 을 간의 갈등, 여ㆍ야 간의 극단적 대립, ‘너가 아니면 나’라는 등식으로 악순환을 왜 이렇게 거듭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해방과 6·25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거쳐 오면서 사회의 모습도 농촌 중심에서 도시 중심으로 전환되고 산업사회로 급격한 고도성장과 압축성장을 해 왔다. 이러한 과정에 물질적인 성장과 함께 정신적 성숙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돈이면 뭐든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한 줄로 세우는 교육제도는 어릴 때부터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가치관들을 몸에 배게 했고 그 결과 배려와 존중이 무엇인지 모른 채 어른이 되고 있는 것이다. 1등이 아니면 실패한 사람처럼 대하고 성적으로 그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린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스펙 과정으로 학교를 생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진정한 배움은 사라지고 점점 황폐화되어 배려와 존중이 무엇인지 모른 채 우리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있으며, 이렇게 자란 어른들이 사회를 더욱 황폐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한 줄 경쟁은 안 된다. 다양한 분야별로 여러 줄을 만들어 학생 모두가 각자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와 교육당국이 제도적 개선 의지를 보일 때다.

학교는 인생을 미리 체험해 보는 장소다. 삶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결 방법을 미리 체험해 보고 자란 아이들은 훨씬 더 성숙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

올 여름 우리에게 ‘8월의 크리스마스’란 선물을 주고 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로 남과 더불어 사는 진정한 자율과 협동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질 때 우리 아이들이 경쟁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우게 되고 배려와 존중을 통해 행복한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교육당국은 꼭 명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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