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진주혁신도시 <1> 이전기관 직원의 하소연
갈길 먼 진주혁신도시 <1> 이전기관 직원의 하소연
  • 강진성
  • 승인 201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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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조차 없는 허허벌판…"떠나고 싶어요"
진주혁신도시 조성사업이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이전 기관이 하나둘 입주했다. 지난해 1월 중앙관세분석소를 시작으로 올해 3월 한국남동발전, 5월 국방기술품질원, 7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이전을 마쳤다. 진주생활을 시작한 이전기관 직원수만 1000명을 넘어섰지만 혁신도시에는 편의시설 등 도시 인프라조성이 거의 없는 상태다. 혁신도시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된 도시형태를 갖추기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주



#1. A이전기관 직원 김씨

입사 2년차인 김씨는 기대감을 안고 진주로 향했다. 지방이전에 대한 볼멘소리를 내는 동료도 있지만 김씨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생활에 대한 불편. 진주혁신도시에는 이전기관 청사와 아파트만 덩그러니 있었다.

간간이 오는 시내버스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근무시간 짬을 내 병원에 가려면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 외부에서 식사라도 하려면 1시간의 점심시간이 빠듯하다. 택시를 타고 구도심으로 이동하지만 시간에 쫓겨 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그는 “대도시만큼의 환경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인 편의시설조차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은 곤욕스럽다”고 말했다.



#2. B이전기관 박씨

박씨는 가족을 두고 혼자 내려왔다. 회사가 마련한 합숙소에서 동료들과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일과는 숙소-회사가 전부다. 그저 가족과 만날 수 있는 주말이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박씨는 “정부정책에 따라 서둘러 진주로 내려왔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황당했다. 도시기능조차 돼 있지 않는 곳에서 지내라고 하니 너무하다는 생각뿐이다”며 서운해 했다. 그는 “경상남도나 진주시가 이전기관 직원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공언하더니 빈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2년 후엔 수도권지역 사무소로 가길 희망하고 있다.



진주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 서울에서 진주로 왔다는 이유때문이 아니다. 생활에 큰 불편을 느낄만큼 도시인프라가 조성되지 않은 점에서 지자체의 무성의함을 느낄 정도다. 주민들의 불편도 마찬가지다. 작은일 하나라도 승용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진주혁신도시에는 4개 이전기관(중앙관세분석소, 한국남동발전, 국방기술품질원,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아파트 2개 단지(1779세대)가 입주해 있다. 8월 현재 전입인구는 45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오는 10월이면 6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된다.

편의시설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407만7550㎡(약 123만평)에 이르는 혁신도시내에는 부동산중개업소 9개, 편의점 2개, 미용실 1개, 커피전문점 1개, 분식집 1개가 전부다. 교육시설로는 초등학교·유치원이 각 1개와 여러 곳의 어린이집이 있다. 학원시설로는 태권도, 미술 등 몇 몇이 전부다.

최근 근린상가, 오피스텔 등이 잇따라 착공에 들어갔지만 준공까지는 적어도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시설이 없다보니 진주혁신도시는 베드타운에 그치고 있다. 돈 쓸 곳이 없다보니 이전기관 직원들은 지갑을 아예 닫았다.

한 이전기관 직원은 “직원들끼리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는게 전부다. 구도심으로 가기도 하지만 거리가 있다보니 몇 번에 그친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신도시라는 환경을 알고 입주했지만 더딘 개발에 답답하다. 주민 오 모씨(32)씨는 “입주에 맞춰 상가건물도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이정도로 불편할 줄 알았다면 입주를 늦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 박 모씨(39)씨는 “초등학교에 아이가 다니는데 문구점 하나 없다. 학원도 거의 없다보니 불편한 것이 많다. 또 혁신도시에 중학교가 없다보니 당장 내년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구도심으로 통학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고 전했다.

편의시설 부족은 단순히 불편사항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이긴 하지만 진주에 대한 반감마저 생길 우려도 있다.

한 이전기관 직원은 “생활이 불편하다보니 진주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직원도 있다. 어떤 직원은 타지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퇴사하기도 했다. 나머지 직원도 이직을 고민하거나 수도권지역 본부로 가길 원하고 있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이어 “직원들이 진주에 정착하게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떠나게 하려면 진주시가 도시기능을 빨리 갖출 수 있도록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주가 혁신도시 효과를 보려면 빨리 편의시설이 형성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시기에 맞춰 하나둘 상가건물도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늦어진만큼 지역경제에 돌아갈 이익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진주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직원도 있다. 한 직원은 “생활이 여유로워져 좋다. 불편한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이 갑자기 바뀌다보니 아무래도 불편함만 보일 수 있다. 이전직원들이 적응하려면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민불편이 해소되려면 1~2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아직까지 아파트가 그렇게 많지 않다보니 상업시설의 착공이 늦어지는 것 같다”며 “당분간 주민들과 이전기관의 불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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