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단식
  • 이홍구
  • 승인 201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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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창원총국장)
단식



단식(斷食·fasting), 특히 정치적 단식투쟁은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민주적 방법이 철저히 봉쇄된 상황에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항거하는 투쟁방식이다. “내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인 것이다. 그래서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생명을 건 단식투쟁 앞에서 우리는 겸허해진다.

▶가장 비장한 단식투쟁은 감옥과 같은 폐쇄공간에서의 단식이다. 위정척사파의 거두인 최익현은 74세의 나이에 일본 대마도에 끌려가 격리수용됐다. 그는 적이 주는 음식은 먹을 수 없다며 단식농성을 하다가 굶어 죽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관현씨는 40일간의 옥중단식 끝에 29세로 숨졌다. 영국에선 1981년 대처 수상 시절 IRA 무장대원 보비 샌즈가 교도소에서 정치범 대우를 요구하며 66일간 단식을 하여 목숨을 끊었다.

▶최근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유가족, 시민운동가, 정치인, 연예인들이 단식투쟁을 벌였다. 광장단식, 동조단식, 1일 단식, 릴레이 단식 등 갖가지 이름을 걸고 거리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단식과정이 실시간으로 방송에 중계되고 SNS에 올라온다.

▶우리사회의 편가름은 단식투쟁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대립하고 있다. 절박한 단식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유행처럼 일상화된 정치적 단식 또한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진정성을 갖춘 치열하고 비장한 단식은 상대편도 숙연하게 만든다. 극히 예외적이고 단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적인 단식투쟁은 결국 사회를 병들고 시들게 만든다.

이홍구·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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