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에 부족한 햇살, 과실농사가 걱정
잦은 비에 부족한 햇살, 과실농사가 걱정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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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가을걷이 준비
이번 주에도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주말뿐이었다. 강수량도 많아 가을을 재촉하는 비치고는 큰 피해를 남겼다. 특히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고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컸다. 잦은 비에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며 시설물이 파괴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흙탕물이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을 덮쳐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아무리 대비를 잘 한다지만 자연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추석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추석 대목을 목표로 재배해왔던 각종 농산물이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하여 제대로 자라지 못해 출하를 할 수 없어 걱정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과일은 맛이 제대로 들어야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데 날씨 탓에 익는 시기가 늦어지고 당도가 떨어질까 걱정을 하고 있다. 남은 며칠이라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과수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농사를 짓는데 드는 비용은 늘어나는데 과일값은 오르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일손이 부족하여 비싼 인건비를 주고도 사람을 구할 수 없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 큰 걱정은 때를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출하되는 농사기술의 변화다. 올해 같은 경우는 빨리 든 추석에 맞추기 위하여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약품을 구입하여 처리해야하는 자재비와 인건비가 더 많이 들어 농가를 힘들게 한다. 예전 같으면 때맞춰 익는 품종만 수확하여 출하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농약회사에서 이런저런 약품을 처리하면 수화기를 앞당기고 빛깔을 좋게 할 수 있다며 유혹하고 있다. 처음 한 두 농가에서 할 때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너도나도 따르는 바람에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비싼 돈 들여 생산한 과일 맛이 떨어져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큰 과일만 선호하는 공판장의 경매 제도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과일은 큰 것이 전부가 아니다. 소비자는 맛이 있으면 과일이 다소 작아도 먹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판장에 출하를 해보면 제일 큰 것만 제값을 쳐주고 나머지는 형편없는 값이 매겨져 출하농민을 힘들게 만든다. 악순환은 계속되어 크게 키우기 위하여 생산자는 또 비싼 대가를 치르는 농약회사에 매달리게 된다.

크고 빛깔 좋은 과일을 선호하는 기현상이 계속되면 농약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크고 빛깔 좋은 과일이라고 안전한 먹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직거래를 해보면 소비자는 너무 큰 과일보다는 적당한 크기의 과일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젠가는 외국처럼 과일은 큰 것이 최고가 아니라 제때 출하된 적당한 크기의 과일이 제값을 받는 때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외국에 수출하는 과일은 큰 것이 아니라 적당한 크기의 중품 정도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주중에 비가 자주 내려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과수원의 잡초를 벴다. 아버지께서 아침저녁으로 도와주어서 급한 곳은 모두 끝냈다. 그런데도 돌아서면 자라는 것이 잡초라 하루라도 손을 놓고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올해는 잦은 비로 바랭이를 비롯한 모든 잡초의 자람이 예년보다 빠르다고 한다. 모두들 잡초 때문에 지겹다는 말을 달고 다닌다. 지난해만 해도 처서 무렵에 잡초를 베고 나면 더는 풀 베는 일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난주에 벤 바랭이가 벌써 한 뼘이나 자란걸 보면 그냥 지날 수 없을 것 같다.

지난주에 열무와 쪽파를 심고 흙이 비에 씻겨 내려가거나 마르지 않도록 덮었던 부직포를 걷었다. 며칠사이에 씨앗이 잘 발아하여 파랗게 새싹을 내밀었다. 작은 씨앗에서 잠깐 사이에 새싹을 내밀어 쑥쑥 자라는 것을 보는 것도 텃밭을 가꾸는 재미다. 아내는 잘 가꾸면 추석에 풋나물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기대가 크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완연해지자 논밭의 풍경도 달라졌다. 무논의 벼이삭이 패기 시작했고 조생종은 누렇게 변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 내내 따서 즐겨 먹었던 고추며 가지도 열리는 개수가 많이 줄었고 오이는 덩굴이 말라 죽었다.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는 흐린 날이 계속 되도 텃밭에서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정찬효·시민기자

매실밭 풀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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