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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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 신지식인)
사람은 누구나 빈틈없이 완벽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다. 실수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고 신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람 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기보다는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반면 좋은 일이 생기면 자기를 내세우고 자신의 결정은 항상 옳다고 자랑 한다. 우리의 속담에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떤 일이 잘되면 자기가 능력이 있어서 잘된 것이고 잘못되면 남이 잘못해서 망쳤다고 생각한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중남미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관습에 의해 잘못을 인정하면 즉시 처단하는 지배자들의 통치방식 때문에 죽지 않기 위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인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화대혁명 시절 모택동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무지막지하게 숙청을 자행했기 때문에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부인착(死不認錯)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할 정도다. 이때 중남미 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일본사람들은 정말 후진국 수준이다.

과거 우리 민족에게 처절한 아픔을 주었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독도도 자기땅이라 우기고 교과서도 왜곡 발행하고 있다.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고 기만하고 있다.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면 일본은 미래가 없다. 북한도 6·25를 남한이 북침했다고 우긴다. 지금 우리사회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오히려 더 큰소리 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파출소로 연행돼 가도 파출소 기물을 부수면서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들은 더 심하다. 검찰에 불려 검찰청을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정치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아무리 잘못한 일이라도 일단 잡아떼고 보자는 논리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인가. 지금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만 하더라도 여·야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울 뿐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니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다. 타협하고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가 잘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부싸움도 남편과 아내는 서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더 큰 싸움이 일어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빠지곤 한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도 부모지만 잘못이 있으면 자식에게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부모가 되어야 하고, 형제 간의 관계도 형님이더라도 형님도 잘못이 있으면 동생에게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형님이 되어야만 갈등이 없는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잘못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감정이 폭발하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공자는 수양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칠 수 있는 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잘못을 알고 이를 고치는 행동은 그 자체가 성장을 향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단지 잘못의 크기와 수가 다를 뿐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알아차리고 고치느냐이다. 실수를 하고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나중엔 더 큰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반대로 겸허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시정하려 노력하면 그 과정에서 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모두 먼저 나부터 잘못을 인정하는 쿨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 이게 바로 내 탓이요, 내 탓이요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 신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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