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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속 -조영래
가난한 아버지는
팔남매에게 땅 대신
하늘 한 마지기씩 물려주었다
흰구름 먹구름 푸른하늘
자식들은 하늘의 뜻대로 살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살림의 근간은 벼농사였다. 그래서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집 앞의 전답은 대개 장남 몫이었고, 돈 안 되는 산비탈 조막밭은 그 아래 피붙이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80년대에 접어들어 점점 쌀소비가 줄어들면서 벼농사는 더 이상 집안 경제의 근간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산비탈 과수작물들에서의 수익이 더 나았다. 그렇게 한 세대가 지나니 시골 출신들 가운데 장남보다는 차남들의 살림살이가 더 넉넉한 경우가 허다했다. 명절 때마다 오가는 시골마을에 부자지간, 형제지간에 언성 높이는 일들은 흔한 풍경 가운데 하나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이 남은 아비의 뼛골을 우려내는 소리들이다. 올 명절 길엔 시골 들녘에 허허롭게 서서 빈 눈으로 하늘 올려다보는 어른들을 뵙지 않기를.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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